<대구논단> 아름다운 가게
<대구논단> 아름다운 가게
  • 승인 2009.02.2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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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규 (대구보건대학 교수)

나는 `아름다운 가게’가 참 좋다. 아름다운 가게는 `나눔과 순환’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헌 물건이나 아직 사용하지 않은 새 것이라도 내게는 필요 없는 물건을 필요한 이웃을 위해 내놓는 나눔의 장이다.

기증 받은 물건들은 되살림 터에서 활용 가능성 검토 후, 깨끗하게 손질되어 필요한 사람들에게 아주 싸게 판매된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은 나라에서 자원의 재활용은 국가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닌가!

아름다운가게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전담매니저를 제외하곤 모두 급여를 받는 정규직원이 아니라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기증하여 매장에서 `활동천사’로 일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이고, 최소한의 운영비를 제외한 판매수익 전액은 불우한 이웃을 돕는데 사용하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의 구성요건은 3대 천사이다. 물건을 기증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팔 사람이 있어야 하고 사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아름다운 가게에서는 그 사람들을 모두 천사라고 부른다. 기증천사, 활동천사, 구매 천사가 그들의 역할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가게에 가면 천사들이 많고 세상사에 찌들고 때 묻은 나도 거기에만 가면 왠지 천사가 된 기분이다.

아름다운가게는 `소리 없는 생활혁명’이다. 헌 물건 기증하기, 재사용하기뿐만 아니라 장바구니 사용하기, 무공해 세제 만들어 쓰기 등 일상 속의 실천을 함께 한다. 아름다운가게는 소외된 이웃과 소통하는 열린 마당은 물론 지역 주민의 생활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우리는 작은 변화와 실천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아름다운가게는 `생활운동’이기도 하지만 일종의 `비즈니스’이므로 장사를 잘해서 이윤을 남겨야 한다. 다만 특이한 점은 돈을 버는 목적이 철저한 자선과 공익에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이미 보편화된 자선과 공익을 위한 `재사용 운동’은 우리 한국 사회에는 비교적 생소한 새로운 형태의 생활운동이다. 우리는 참신한 발상과 전문적 마인드로 아름다운 가게와 같은 활동들을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새 획을 긋는 NGO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옥스팜(Oxfam)은 헌 물건을 판매하며 얻은 수익을 제3세계의 빈곤 구제와 사회 지원에 쓰고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옥스팜’을 모델로 삼아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더 나아가 제3세계의 사람들과 손잡고 그들을 지원하고 협력하는 일에 힘쓸 것이라 한다.

아름다운 가게는 서울에서 처음 문을 연 후 대구에는 5년 전쯤 1호점이 탄생하였고 현재까지 4개의 매장이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가며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하고 있다. 거기에 가면 의복과 도서, 생활용품 등 오만가지 물건들이 품목제한 없이 나와 있고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주머니 사정이 그리 넉넉지 못한 나에게 특히 희소식이기도 하지만, 내가 지불한 대금이 많든 적든 어렵고 고통 받는 나의 이웃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쓰여 진다는 데서 또 한 번의 보람을 덤으로 얻을 수 있기에 이제는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마다 즐겨 찾는 장소가 된 것이다.

나는 아름다운 가게가 참 좋다. 그래서 얼마 전엔 내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 캠퍼스에서 아름다운 가게와 힘을 합쳐 `함께 가요, 살림으로 여는 나눔 공동체’라는 슬로건으로 나눔 장터를 열기도 했다.

우리대학 전 교직원과 학생들이 쓰지 않고 있는 물건들을 한두 점씩 모아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싸게 판매해 재활용 할 수 있게 하고, 그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을 나누어주고자 만든 자리였는데 참여한 교직원 모두 보람을 느끼며 매우 만족스러워 했다.

아름다운 나눔의 미덕을 나는 자연에게서 종종 배우고 느낀다. 어느 생태화가가 찔레꽃을 소재로 적은 시에 보면 `봄기운 먹은 찔레순은 달콤한 먹을거리가 되고, 초여름 하얀 찔레꽃은 향기와 함께 모내기철을 일러 주고, 가을 빨간 열매는 배앓이를 낫게도 합니다.

사람이 밀쳐내지 않으면 자연은 늘 두루두루 나누어줍니다.’ 라는 구절이 있다. 자연이 인간에게 아낌없이 베풀어주는 것처럼 자연의 일부인 인간도 다른 누군가에게 베풀며 살라는 뜻 깊은 교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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