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액의 가상자산 보유 논란에 휘말린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14일 전격 탈당 선언을 했다. 김 의원은 이 날 ‘쇄신 의원총회’를 몇 시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을 자진 탈당했다. 김 의원은 앞서 투명하게 자료를 공개하겠다며 진상조사단 구성을 스스로 요청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탈당 직전까지 조사에 필요한 핵심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이 가상화폐 일종인 ‘위믹스’ 코인을 최고 60억원어치 보유했었다는 언론 보도로 논란이 불거진 지 9일 만에 이뤄진 결정이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오늘 사랑하는 민주당을 잠시 떠난다. 더는 당과 당원 여러분에게 부담을 드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김 의원은 "중요한 시기에 당에 그 어떤 피해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앞으로 무소속 의원으로서 부당한 정치 공세에 끝까지 맞서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말했다.이어 "지난 일주일간 허위 사실에 기반한 언론보도가 쏟아져 나왔다"면서 "법적 책임을 철저히 묻고 단호히 맞서겠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김 의원은 가상화폐 보유 및 거래 과정에 어떤 불법도 없었고, 재산 신고 역시 적법하게 완료했다고 해명했지만 ‘코인 논란’은 계속됐다. 김 의원은 15일 국회 상임위원회 중에도 코인 거래를 한 의혹에 대해 “많은 국민과 동료 의원들, 당원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두말할 여지 없이 반성하고 성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1년 후로 미루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것은 물론, 대선을 앞둔 지난해 2월 대체불가토큰(NFT) 기술을 활용한 ‘이재명 펀드’를 기획하고 출시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수십억 대의 가상화폐 투자 논란에 휩싸인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년 전 21대 총선 선거에서 경기 안산단원을에 출마하며 제작했던 홍보 영상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자신이 운영하는 '김남국TV'에 '인간 김남국'이란 제목으로 업로드한 1분 53초 분량의 이 영상은 연고가 없는 안산에 출마한 본인이 돈마저 넉넉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김 의원 탈당으로 당 차원의 진상조사나 윤리 감찰은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무소속 의원을 민주당이 내부적으로 조사할 권한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180석의 거대 야당이 됐지만 대량 해고 사태와 임금체불 등으로 논란을 빚었던 이스타항공의 창업주 이상직 전 의원 등 소속의원들이 각종 의혹으로 탈당·출당을 반복했다. 최근 ‘돈 봉투 살포’사건에 연루된 윤관석·이성만 의원도 지난 3일 탈당했다. 송영길 전 대표도 지난달 파리 기자회견을 통해 탈당을 선언했다. 2021년 6월 송영길 당시 대표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 국회의원 중 민주당 소속 12명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비례대표 의원인 양이원영·윤미향 의원 등 단 2명만 의원총회에서 제명했다. 나머지 의원들에 대한 처분은 흐지부지됐다. 민주당은 도덕성마저 상실했고, 진보이미지는 오염될 대로 오염돼 버렸다. 여전히 일각의 진보 정치인·지식인·언론인 등은 그들을 옹호하고, 다수는 침묵하고 알리바이 면피성 대응에서 그친다는 한석호 총장의 지적이 구구절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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