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입니다]김예지 (사)예락 이사, 글로벌 시각에서 전통춤으로 소통할 방안 찾다
[나는 청년입니다]김예지 (사)예락 이사, 글로벌 시각에서 전통춤으로 소통할 방안 찾다
  • 윤덕우
  • 승인 2023.05.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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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때부터 시작한 한국춤
‘나는 왜 춤을 추는 걸까?’
대학 진학 전 스스로에 질문
대학생 때 굿거리춤 공연 기획
동료들과 춤추고 소통하면서
‘한국 무용가 역할’ 깨닫게 돼

김예지 작가
김예지 작가가 지역행사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우리전통춤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한국의 춤이 세계 무대에서 새로운 소통방식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의 춤은 세계 무대에서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생각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는 현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소통의 도구이다. SNS를 통한 소통 문화는 개인 간의 연결, 정보교류, 의견 공유 등을 가능하게 하며, 사회·경제·문화적 영향력을 형성하고 있다. SNS가 활성화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정보들은 일방향으로 전달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친구, 팔로워, 그룹, 페이지 등을 통해 다양한 주제와 관심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출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은 일생동안 타인과 소통을 하며 살아간다. 소통을 통해 인간관계가 만들어지고 발전되며 유지된다. 소통은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차이를 가지는 가장 큰 특성 중에 하나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뿐만 아니라 창조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 소통의 패턴을 바꾸는 능력까지도 보유하고 있다. 즉, 소통은 인간의 삶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예술이나 놀이도 결국 커뮤니케이션인 것이다.

같은 국가 안에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소통은 정말 어렵다. 세대 간 격차, 사회적 격차, 문화적 격차, 의식 및 가치의 격차는 물론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의견 대립은 소통을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소통은 현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태초의 소통 수단은 음성, 몸짓, 그림이었다. 구석기시대 벽화는 인간의 경험에서 비롯된 정보와 기억을 저장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였다. 재미있는 점은 구석기시대의 벽화가 의미하는 바가 현대에서도 직관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술은 시대를 초월하는 소통방법으로 발전해 왔다. 작품을 통해 마음을 나누고 문화적 인식을 같이 하며 성장해 온 것이다.

SNS 세상은 빠른 정보의 전달을 통해 다양한 이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SNS 사용자들은 SNS가 깊이 있는 공감에서 비롯된 진정성 있는 소통을 이끌어내기에는 분명한 한계점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경북 구미에서 만난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김예지 작가((사)예락 이사)는 이러한 세태에 맞서 한국무용을 통해 인간미 넘치는 우리 고유의 소통문화를 알리는데 자신만의 방식인 춤으로서 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사람들 간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춤을 통해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람들 간의 소통을 이끌어내는 일을 하고 싶어서 노력하고 있는 삶을 살고 있어요. 한국의 춤은 세계무대에서도 누군가를 위로하고 더 넓은 세상에서 행복이란 무엇인지 알게 만들어주는 성찰을 선물해 줄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한국의 춤이 세계 무대에서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날이 찾아올 거라고 믿어요.”
 

수도권, 무대 위 빠른 동작 특징
지방춤은 마당서 관객 시선 맞춰
소통 유도하는 동작·장면 매료

젊은 감각 녹인 콘텐츠 제작
세계적으로 확산되도록 노력
글로벌 세상의 가교 역할 꿈

◇우리 춤의 매력을 끌어올려 이어나가고파

김예지 작가가 우리의 춤, 한국무용을 접하게 된 건 아홉 살이었던 초등학교 2학년 때라고 회상했다. 경북지역의 문화예술 크리에이터이자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이신 비경(飛炅) 강준영 박사님과의 만남이 그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춤은 자신을 살아 숨 쉬게 하는 하나의 원동력과 같이 느껴졌기에 하루도 쉬지 않고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에는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며 세계무대를 제패했던 김연아 선수를 롤모델로 삼았었는데, 덕분에 휴식이 필요한 순간에도 쉬는 건 연습실에서 쉬었다고 회상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자신이 왜 춤을 추게 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춤을 추고 싶은지 남들보다는 길고 깊이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고 말 했다.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형식에 메인 춤이 아닌 저만의 춤을 추고 싶었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요. 그때는 타협이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점수로 평가받는 춤이 아닌 진짜 예술이 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거든요. 그래서인지 목표하는 대학이 없었어요. 덕분에 학창 시절동안 남모를 속앓이를 좀 많이 했죠. 춤은 좋은데 어디서 어떻게 춰야 할지 정하질 못 했으니까요.”

김작가는 마당춤에서 관객들과 소통하는 무용수들을 예로 들며 한국춤의 매력을 설명했다. 관객이 앞에 있는 무대 위의 춤은 숨을 고르는 모습이라든지 표정을 가다듬는 모습이라든지 관객에게는 보이지 않게 숨길 수 있는 찰나의 순간을 1초라도 확보 할 수 있지만 우리의 춤은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무용수가 스스로 느끼기에 예쁘지 않은 모습이라고 생각되는 모습까지도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담대함으로 관객과 진솔한 소통을 해 나갈 수 있는 특별한 춤이 우리 춤이라는 설명이다.

“저는 지방에서 만들어진 전통 춤에 더 큰 매력을 느껴요. 제가 수련과정에서 느낀 점인데 수도권에서 추는 춤들은 빠르게 돌고 뛰는 등의 재빠른 동작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반면에 지방 춤은 땅 밟고 누르는 동작들로 사람들과의 소통을 더 많이 이끌어 내려고 하는 장면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요. 저는 그런 점들에서 지방의 춤에 매료 된 것 같아요. 지방에서 추는 춤들은 관객들과의 눈높이도 달라요. 무대 위에서 추는 춤이랑 마당춤에서 추는 춤은 관객과 호흡하는 방법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저는 지방 춤에서 더 큰 매력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김작가는 자신이 원하는 춤을 계속 추기 위해 필요한 건 공부라고 말 했다. 연습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결국 한국사회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힘을 갖추기 위해서는 목표하는 대학이 있어야 하고, 그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수라는 설명이다.

“예체능을 하는 친구들은 공부와 담을 쌓으려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자신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공부는 필수죠. 저는 제가 추고 싶은 춤을 평생토록 마음껏 추고 싶다는 생각에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후배들을 만날 때면 늘 조언하곤 하죠. 공부는 그냥 무조건이라고 말이죠.”
 

 

◇사고는 글로벌하게 춤은 로컬하게... 사람과 사람이 깊이 있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가교역할을 하고 파

부산에서 대학시절을 보낸 김작가는 대학생활 동안 자신이 춤을 통해 이뤄나가야 할 미래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연기획의 경험이 없었던 김작가가 공연기획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는 대학시절 기획한 교방 굿거리춤의 매력에 관객들이 호응하던 장면을 잊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도 덧 붙였다.

“대학 시절 같이 수련하던 동료들과 함께 공연을 기획한 적이 있어요. 이때 저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춤인 「교방 굿거리춤」을 포함시켰거든요. 이 춤은 우리 악기인 소고를 들고 굿거리장단에 맞춰 추는 춤인데, 차분하면서도 신명 나는 춤이에요. 저는 이 춤을 기획하고 동료들과 함께 추면서 춤으로서 제가 해야 할 역할을 분명히 알게 됐던 것 같아요.”

우리의 춤, 지역(지방)의 춤이 전달 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그것을 매개로 사람들 간의 소통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신의 삶이 될 것이라고 말 하는 김작가는 세계무대에서 춤출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 했다. 그러면서 신세대 감각을 녹여낸 독자적인 자신만의 콘텐츠를 제작하여 확산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 했다.

“한국무용을 배우러 외국에 갈 수는 없잖아요. 결국 로컬에서 글로벌한 사고를 가지고 우리전통문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게 시대적 과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서 글로벌하게 확산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관객들과 소통 방법을 어떻게 극대화시켜야 할지 고민의 시간도 더 필요한 것 같고요. 그런 깊이 있는 고민의 시간이 없다면 관객을 설득시킬 수 있는 공연문화는 만들어 낼 수 없겠죠. 저에게는 「무르익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청년」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습니다. 예술로서 저 자신을 더 성장시켜 나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열심히 수련하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저는 10년 후, 20년 후에도 지금처럼 묵묵히 우리의 전통문화를 통해 소통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험하는 과정 속에 서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김작가는 한국의 춤은 언젠가 세계 무대에서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춤이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데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삶을 선택했다고 말하는 김예지 작가는 그 존재만으로도 우리 지역의 소중한 문화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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