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 재의요구권 행사
“다양한 의료 직역 갈등 유발
협의 없어 건강 저해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더불어민주당이 일방 추진한 간호법 제정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취임 후 두 번째 거부권의 명분은 국민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의 건을 심의 의결하고 최종 재가하기에 앞서 “국민 건강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며 “정치·외교도, 경제·산업 정책도 모두 국민 건강 앞에서는 후순위”라고 말했다. 이는 앞서 당정이 “간호법은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하는 입법 독주법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데 대한 윤 대통령의 수용 뜻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국민 건강은 다양한 의료 직역의 ‘협업’에 의해 보장되는데, 이 법안이 유관 직역 간의 갈등을 유발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의사, 간호조무사 등 다른 직역과의 충분한 협의나 여야가 참여하는 숙의가 이뤄지지 못한 만큼 협업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 국민 건강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회의에서 “간호법이 전문 의료인 간의 신뢰와 협업을 저해한다”는 취지로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호법 제정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거부권 행사에 대한 신중론이 다소 우세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를 요구한 데다 방송법 개정안 등 여야 입장이 현저히 다른 쟁점 법안이 줄줄이 야당에 의해 강행 처리될 것으로 전망돼서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국회 안팎에서 중재안 도출을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하면서 재의 요구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여권 기류가 급격히 쏠렸다.
한편,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전임 정부의 실정을 지속해서 부각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이날 14분 동안의 모두발언 중 ‘정상화’라는 단어를 7차례 사용하며, 정부 출범 후 1년간의 성과를 이른바 ‘비정상의 정상화’로 요약했다.
전날 발표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서도 “탈원전과 방만한 지출이 초래한 한전(한국전력) 부실화”를 거론하면서 ‘정상화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창준기자 cjcj@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