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도서관 뒷길 모퉁이에 자그마한 좌판
깔아놓은 할머니
상추 대여섯 바구니, 풋고추 두어 됫박이 전부다
오가는 사람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한나절
난전 차려놓고 꼬박꼬박 졸고 있는 할머니 앞으로
난데없이 스타렉스 한 대 밀고 들어온다
자라처럼 움츠려 온몸으로 좌판 끌어안는 할머니
기습받고 몸이 기울어지면서도 필사적으로 놓지 않는 좌판위로
미끄러지듯 쏟아지는 고추알들
뭉개지지 않은 고것들 쓰다듬으며 중얼거린다
몹쓸 것들,
바람소리 같은 말이 지나간다
다시 몸 마는 할머니
욱신거리는 적막이다
◇박미란= 95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문득, 그가 없다’ 외 공저 다수. 한국시인협회 및 심상시인회 회원.
<해설> 스타렉스? 그러니까 차의 이름이긴 한데 묘하게도 이 시에 긴장감을 더해 준다. 왠지 덩치가 클 것 같은 차 이름이면서 스타를 태운 듯, 노전에 좌판을 편 할머니와 대조적인 느낌을 준다. 일종의 사고인지? 차가 진입하는 통로에 할머니가 모르고 좌판을 펼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경고도 없이 밀고 올라오는 저 힘은 자본의 힘이자 권력의 힘일 것이다. 하루에 몇 푼 일당을 벌기 위해 노구에도 길가에 나와 쪼그려 앉은 할머니는 우리의 친숙한 어머니 이거나, 할머니이기 때문이다. 어처구니없는 이런 상황이 오늘의 적막을 더욱 욱신거리게 한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