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양간 옆 감나무 가지에
달이 덩그러니 걸렸다
집 나간 송아지 찾아오라고
휘영청, 등불 밝혀 놓은 거다
한밤중 텅 빈 외양간에
달빛 주르르르 흘러들었다
이 집에서 늙은 저 달,
쇠잔등 타고 놀던 그때가 몸속에 사무쳤던 것
달은
코뚜레 꿰인 소의 그렁그렁한 눈망울 닮았다
그믐 지나 달그림자 보이지 않았다
어미 소가 달의 수레바퀴 끌고서
먼 길 떠나고 나서였다
◇장하빈= 김천 출생.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1997 ‘시와 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비, 혹은 얼룩말’, ‘까치 낙관’, ‘총총난필 복사꽃’, ‘신의 잠꼬대’. 시와시학상 동인상, 대구시인협회상 수상. 팔공산 문학의 집 ‘다락헌’운영.
<해설> 달에 수레바퀴를 단 시인의 상상력은 놀랍다. 수레의 바퀴에 달을 달면 어디로 굴러 갈까? 나를 태우고 가서 어디에 내려 줄까? 문득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아하! 나는 집나온 송아지였다는 걸 알게 된다. 고향의 어릴 적 소외양간 처마에 걸려있던 백열등, 하루살이 떼들이 잔뜩 달라붙던 그 저녁의 풍경 속에서 어린 새끼의 등을 핥아주던 어미 소의 그 평안한 표정이 나는 지금 너무도 그립다. 엄마가 보고프다. 한 시인의 영감이 이처럼 한 폭 그림이 된다는 것은 이 시가 지닌 힘인 것이며, 소의 눈망울보다 맑은 시인의 심성에 다름 아니다. 어미가 서 있던 자리 새끼를 남겨두고 어미는 팔려가서, 오늘의 나는 그 몸값으로 등록금을 내고 또 누군가가 읽어줄 시를 쓰는 것 아니겠나!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