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원 포인트 개헌이란?
[대구논단] 원 포인트 개헌이란?
  • 승인 2023.05.2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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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대기자·전북대 초빙교수
한 해는 열두 달로 나눠져 있지만 24절기가 그 속에 포함되어 춥고 더운 모든 계절의 변화 속에서 우리는 한 살씩 더 먹으며 성장한다. 게다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수많은 기념일이 우리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좁게 살피면 가정마다 결혼기념일이네, 제삿날 같은 게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국경일을 비롯한 온갖 기념일이 찾아온다.

국가기념일만도 스물넷이다. 그 중에서 4·19혁명과 관련된 기념일이 넷이나 있어 다른 기념일과 비교하면 균형이 뒤틀려 있다. 부정부패를 물리치고 독재자를 쫓아낸 4·19혁명은 그 전조였던 대구2·28, 대전 3·8, 마산3·15의거와 구분하여 반드시 국경일로 승격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 일인데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국회가 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필요 없는 여야 싸움질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다. 때마침 5월이 되면서 5·18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행사가 광주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이후 4·19와 5·18기념식에 연속 두 차례씩 참석하여 살아있는 부패권력에 칼을 들이댔던 민주주의의 기개를 살려낸다. 그런데 이재명 야당대표는 헌법전문에 5·18을 삽입하는 원 포인트 개헌을 제창하여 관심을 유도했다. 헌법전문 5·18삽입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며 여야 대통령후보들이 경쟁적으로 공약했던 것으로 여야양당은 물론 정의당 등 군소정당까지도 모두 찬성하고 있는 사안이다. 이를 이재명이 새로운 용어인양 원 포인트 운운하는 것은 기존에 나왔던 용어를 사탕발림한 것에 불과하다. 현행헌법은 ‘87체제에서 나온 이후 지금까지 37년 동안 박근혜 문재인 등이 대통령 자격으로 개헌을 제안했고 역대 국회의장은 취임사에서 모두 개헌을 제창했다. 이 때 나온 용어가 원 포인트 개헌이다. 이 원 포인트는 근본적인 헌법 개정을 통해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민주적으로 바꾸자는 뜻이었다. 개헌은 정치체제를 바꾸는데 근본을 둬야지 헌법전문 하나만을 고치는 것이어서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개헌이 이승만의 사사오입, 박정희의 유신, 전두환의 7년 대통령임기와 같은 불법적인 것이라면 몰라도 이제는 제대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국회에서 3분의2이상의 찬성을 받고 국민투표를 통과해야 개헌절차가 완성된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현행 헙법이 가지고 있는 모순이 무엇인지부터 가려내야 한다. ‘87체제 헌법은 대통령을 직선으로 뽑아야 된다는 국민의 열화 같은 숙원이 6·10항쟁이라는 거대한 에너지에 의해서 성취되면서 대통령의 권한이 무한대로 뻗어나갈 수 있음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마무리되었다. 민주화를 이뤘다는 흥분 속에서 대통령의 한 마디가 사실상 독재적으로 흐를 수 있음을 간과(看過)했던 것이다. 제왕적대통령의 탄생신화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외국과의 협약을 까뭉갰던 문재인정권의 광태(狂態)는 그 본보기를 보여줬다고 생각된다.

현행헌법은 반드시 바꿔야 할 권력체제로 되어 있기 때문에 여야가 자당의 이해를 떠나 건전한 상식으로 합의하여 고쳐야 한다. 오죽하면 대통령 자신이 이를 인정하고 개헌을 제안했을까.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최고 책임자마다 이를 제창했으며 현재의 김진표의장도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헌법전문은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헌법양식이다. 여기에 3·1만세운동과 4·19민주이념이 들어간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며 5·18을 추가하는 것은 큰 저항이 없다. 따라서 제왕적대통령제를 고치면서 자연스럽게 헌법전문(憲法前文)을 손보는 것이 절차상 맞는 일이지 꼭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 부수적인 개헌을 원포인트라고 주장하는 것은 선후가 뒤바뀐 모순이다.

내년 4월10일에 국회의원 총선이 실시된다. 어차피 국민투표를 따로 할 게 아니라 지금부터 여야가 협상을 벌여 개헌에 합의하여 제왕적대통령제를 삭제하고 민주화된 헌법으로 새 단장을 할 수 있다면 꿩 먹고 알까지 먹는 일이 될 것임을 제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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