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반도체
[데스크칼럼] 반도체
  • 승인 2023.05.2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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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정경부장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에서 열린 G7 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윤대통령의 외교를 두고 미국, 일본 앞에만 서면 작아진다는 비난이 많다. 각자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혈안이 된 냉정한 국제사회에서 정치 초보인 윤대통령이 역량을 펼치기엔 힘들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 기시다 총리는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반도체 생산 연구 7개 회사 대표, 임원급들을 관저로 불러 일본 투자를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 마이크론이 히로시마에 약 5조원을 투자해 D램 생산 공장을 짓고 TSMC는 10조, 삼성도 300억 엔을 일본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주가 지수 토픽스가 16일 장중 2227.77까지 올라 3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니케이 지수도 지난 19일 3만 선을 넘어 지수 상승률이 아시아 대표 지수 가운데 가장 좋다.

일본이 국제 자금의 안전한 피난처로 부상하며 워렌 버핏이 대만에 있는 TSMC 지분을 매각하고 일본으로 투자를 돌렸다. 그동안 늘 한국에 뒤지던 일본의 경제성장률도 올해 1분기 0.4% 플러스를 기록, 한국의 1분기 성장률 0.3%를 추월했다. 1분기 일본을 찾은 한국 관광객이 200만명이고 이달 말쯤이면 500만명을 넘어 ‘한국인이 일본 경제 살려줬다’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일본 내수경기가 살아나는 영향도 있겠지만 일본은 최근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미국기업, 특히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미중간의 대립속에 대만에 있는 반도체 공장을 폭파한다는 말이 미국에서 나왔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반도체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미국은 일찌감치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공장을 미국에 건설할 것을 요구했다. 워랜 버핏이 투자금을 뺀 것처럼 미국은 대만에서 철수하고 자국과 일본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 하고 있다. 일본의 임금이 한국보다 낮아진 지금 미국과 일본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일본을 생산기지이며 중요 산업의 협업 상대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후공정 연구소를 일본에 짓는데 삼성이 천억원을 투자하고 일본 정부가 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렇게 되면 일본이 나중에 반도체 공장을 지었을 때 삼성은 일본의 소재부품을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소부장 업체가 여길 뚫고 들어가기는 어렵다. 일본 업체로 한번 셋팅된 소재 부품을 한국 부품으로 바꾸기도 어렵고 바꿀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이 그리는 그림속에 우리가 빨려들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서민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힘들게 됐는데 요금인상 원인이 한전의 적자 때문이고 이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그런데 한전의 적자는 국제 에너지 원가나 민간 전력 구매 시스템과 연관이 있다. 한전이 역대급 적자였는데 한전에 전기를 파는 민간 발전사는 역대급 흑자였다. 우리나라는 민간 전력을 한전이 사주는데 한전이 손해 보고 살 수 밖에 없는 잘못된 구조가 보다 큰 적자 원인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원전 발전량은 2017년 14만 8천 기가와트에서 2021년 5만 8천 와트로 증가했다. 탈원전은 새로운 원전을 짓지 않고 2084년까지 단계적으로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감축 계획인데 마치 원전을 닫은 것처럼 알려지고 있다.

경상수지도 올들어 적자로 바뀌었다. 소비하고 저축이 같이 줄어드는 악성 경상수지라고 한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노인층의 취업은 늘었지만 청년층은 6개월 연속, 40대는 10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4월달 60세 이상 취업자가 전체 취업자의 125%나 됐고 청년층은 14만 명이 줄어들었다. 세금으로 별의미 없는 노인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며 문 정부를 비난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상황이 더 나쁘다.

반도체 생산기지가 일본으로 넘어가면 한국의 경제는 얼마나 추락할 지 모른다. 윤정부 1년동안 외교 순방은 많았지만 국익을 얼마나 챙겼는지는 의문이다. 느낌이 좋다고 성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일본을 무조건 추종하고 과거 정부 탓하기보다 야당과 소통하는 정치가 필요해 보인다. 상대를 인정하고 쓴소리도 듣는 사람들은 대개 올바른 상황인식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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