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 묘사 인상적인 초기작
오브제 이용한 최신작 ‘다양’

대백프라자갤러리 제공
1970년대부터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며 대구경북 미술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온 권원순이 첫 개인전을 28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에서 열고 있다. 팔순을 훌쩍 넘긴 고령의 그가 개인전을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지난 50여 년간 미술평론가로서 자신이 아닌 타인의 작품을 바라보고 예술의 의미와 가치를 말과 글로 전해왔던 과정에서 진정한 예술은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떠한 존재로 인식되어지는가를 시각화한 것이다. 그는 자신만의 색채와 형상을 조형화 시켜냄으로써 기성작가와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여기에 인생의 굴곡점을 지나올 때 마다 자신의 삶을 여과 없이 담아내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그림’이라는 걸 절실히 느꼈다는 것이 이번 전시에 표출된다는 점이다. 1974년과 2021년 두 차례 죽음의 문턱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인생에 있어 예술이 차지하는 진정한 가치를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이번 전시에 담겨있다. 전시작들은 ‘어떻게 남을 것인가에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진진한 고민의 결과물인 것이다.
전시작인 ‘산 1’은 1973년 제작됐다. 자연을 대상으로 사실적 묘사가 주는 재현적 요소를 극대화 시킨 작품이다. 중등학교 교사시절 미술에 처음으로 입문해 제작한 이 작품은 1970년대 국내화단의 시대적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작품 ‘정물 1’은 1976년 작품으로, 구상회화의 기본요소에 충실한 조형미가 과장 없이 표현돼있다. 원근법과 정물의 조화로운 구도에서 나오는 아카데믹한 분위기는 서양화 입문기 작품이라는 것을 한눈에 확인 시켜준다.
아크릴화로 제작된 근작들은 1970년대 분위기와 확연하게 다르다. 색채 추상과 다양한 오브제를 이용한 설치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조형의 기본요소인 ‘점’, ‘선’, ‘면’을 기반으로 제작된 작품들은 ‘색의 변주’, ‘조응’, ‘분할’, ‘섬광’과 같은 주제로 간결한 조형미를 더해 준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