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뚜막에 고봉밥 한 그릇
흰 고무신 한 짝 비스듬히 세워놓고
밥물 끓어오르는 소릴 듣는
아부지
촛농이 신발보다 높게 쌓인 밤
달이 보이지 않는다
달그락 달그락
어린 남매들이 생쥐처럼 둘러앉아
냄비 밥을 갉아 먹다
언제 와?
담뱃재를 털고 있던 아부지가
소주잔을 들이키신다
교회 첨탑의 빨간 십자가보다 더 빨갛게
입술 바르고
외할머니 댁 가신 울 엄마
◇문현숙= 대구 출생. 2015년 방송대문학상, 시, 대상. 2016년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수상. 2018년 ‘월간문학’등단. 대구문인협회 회원. 대구신문 ‘달구벌 아침’ 연재 중.
<해설> 개기월식은 지구의 본그림자에 달이 반쯤 가려질 때 생기는 우주의 현상이다. 애틋하다. 어머니가 외출하고 없는 집에 아버지와 어린 남매들이 밥을 해 먹는, 전 과정이 적나라하다. 엄마는 입술 새빨갛게 바르고 외할머니 댁에 갔다. 외할머니는? 의문스럽긴 하지만 아무튼 갔다. 남겨진 아버지는 엄마의 밥을 부뚜막에 두고 흰고무신 비스듬히 세워 놓을 걸로 보아 몹시도 아내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모양이신데, 이런 상황을 만드는 것이 개기월식과 무관 하지 않음은 시인의 기억이거나 무의식 어느 한구석에 어둡게 각인된 한 장면일 터, 언제 와?는 어쩌면 자신도 모르게 현재에도 던지는, 깊은 외로움의 물음쯤은 아닐까?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