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생각하는 힘과 질문하는 힘
[대구논단] 생각하는 힘과 질문하는 힘
  • 승인 2023.05.2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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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원 달서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
인터넷의 대중화로부터 스마트폰의 출현까지 디지털환경의 변화는 우리 사회를 적응이 힘들 정도로 급속하게 발전시켰으며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세계적으로는 잘 갖춰진 초고속 인터넷망들은 디지털기기의 시험대가 되고 있으며, 알파고의 충격이 채 가시기전에 현실이 된 챗GPT의 열풍은 좋든 싫든 누구도 예상 못한 시대로 우리 삶을 안내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기기는 우리 생활의 일부를 넘어 디지털기기 없이는 살 수 없게 만들며 의존성을 심화시켰다. 스마트폰으로 접속한 유튜브 그리고 각종 SNS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빠른 정보를 제공하며 끊임없이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자극하지만 짧은 영상과 자극적인 내용으로 집중력을 잃어버리고 지루함을 못 견디게 만들었다.

디지털 기기들은 사람들이 잠시라도 디지털 기기와 떨어져 있으면 불안해 지게 되고 그 불안을 시작으로 더욱 디지털기기에 의존하게 만들어 급기야 과의존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 특히 의존은 대상이 무엇이건 간에 분리에 대한 불안을 일으키게 되며, 우리일상의 디지털화는 모든 것이 스마트폰으로 연결 및 집약되어 의존성을 심화시킨다. 각종 검색이나 쇼핑, 소통 등 스마트폰을 통해 연결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을 느끼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2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년대비 비슷하거나 감소했는데 유일하게 청소년만 스마트폰 과의존 지수가 전년대비 상승했다고 한다. ‘포노사피엔스’(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신인류)라는 인류에 대한 신조어는 특히 어떤 대상보다도 청소년에게 적합할 것이다. 실제로 요즘 아이들은 말보다 스마트폰 사용법을 먼저 배운다고 할 정도로 스마트폰과 청소년은 불가분의 관계를 지닌다. 이런 디지털기기에 대한 의존은 비만, 도박, 우울, 사이버폭력 등 사회문제의 발단이 되기도 하지만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디지털기기를 통해 접하는 이미지, 동영상, 게임 등은 우리 뇌의 후두엽에서 시각정보를 받아들여 전두엽으로 전달하여 사고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후두엽에서 바로 처리가 이루어져 기억력, 사고력, 추리 등의 기회를 잃는 것이다.

앞으로의 우리에게 펼쳐질 시대는 지금까지 축적된 인류의 지식이 AI의 학습을 통해 챗GPT의 결과물로 산출되는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AI의 방대한 지식도 질문에 대한 답일 뿐이다.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답변이 달라지며 AI로 얻을 수 있는 결과물 또한 질적으로도 현저하게 달라진다. 이는 어느 때보다 좋은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본질을 꿰뚫는 핵심적인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질문은 사고력에서 기인하는데 사물이나 현상을 비판적 관점에서 생각하고, 질문하는 과정에서 창의적으로 발현된다. AI의 새로운 지적 결과물들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인간은 새로운 질문을 통해 이를 검증해야 한다. 즉, 어느 때보다 질문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 옛날 젊은이들을 현혹하고 타락시켜 전통을 해친다는 죄목으로 사형을 당했지만 끊임없이 청년들에게 존재에 대해, 국가에 대해 질문했던 소크라테스적 사고가 필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상대에게 반복적인 질문을 통해 답변과 인식에 숨어있는 모순과 무지를 자연스레 드러나게 하고 이어지는 후속질문을 통해 깨달음의 과정을 거쳐 무지를 자각하는 질문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은 생각하게 하는 힘을 원천으로 한다. 그러나 생각한다는 것은 쉬워보여도 꽤 머리 아프고 힘든 일이다. 특히 스마트폰은 이런 생각하는 힘든 일을 하지 않게 하고 자극적이면서 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용하게 만든다. 우리 뇌의 생각하는 작업은 꽤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라서 평상시 훈련하지 않으면 이를 잃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청소년을 비롯해 우리를 둘러싼 현실은 스마트폰으로 인해 이런 기회들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우리나라 청소년은 질문이 없다고 한다. 질문의 기회를 주더라도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교급이 올라갈수록 질문하는 것을 더 어려워한다. 암기하는 것이 대부분이라서 깊이 생각할 일이 없으니 질문할 것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챗GPT의 등장은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생각과 질문하는 힘의 중요성을 더욱 체감시키고 있다. 나와는 생각이 좀 다르더라도 타인과 함께하면 생각하는 힘이 커진다. 다른 사람의 말과 글을 이해하는 문해력이나 이해력은 생각하는 힘의 원천이다. 비판적 사고도 질문하는 힘의 원천인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친구나 가족과 연습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가정에서는 사소한 질문에도 답을 잘 해주어야 한다. 또한 부모는 자녀와 함께 있을 때 되도록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자녀와 이야기하는 시간을 늘려볼 것과 다양한 활동들과 취미를 함께 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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