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만성통증과 잠, 이젠 당신이 스마트해질 차례
[의료칼럼] 만성통증과 잠, 이젠 당신이 스마트해질 차례
  • 승인 2023.05.28 21: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훈 대구시의사회 논설위원, 행복한재활의학과 원장
만성통증 환자들에게 편안한 잠은 최고의 진통제다. 피로를 풀어주고 근육의 긴장을 이완시켜 통증을 완화한다. 통증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잔뜩 긴장한 상태라도 숙면을 취하고 나면 증상이 상당히 호전된다.

수면과 통증은 쌍방향으로 서로 영향을 준다. 통증 때문에 잠을 못자기도 하고, 잠을 못자면 통증이 악화되기도 한다. 그 반대도 가능하다. 잠을 잘 자면 통증이 좋아지고, 통증이 좋아지면 잠을 더 잘 자게 되기도 한다.

잠을 잘 자면 뇌에서 통증 억제 물질들이 나온다. 뇌 안에 오랫동안 통증에 물들어 고장 났던 회로들이 제자리를 찾는다.

질 좋은 잠은 염증을 완화하고 우울, 불안 등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여 통증을 줄인다. 그 뿐 아니라, 피로를 줄여주고 통증과 수면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을 가지게 됨으로써 삶의 전반적인 면을 개선해 준다.

아쉽게도 많은 만성통증 환자들에게 숙면은 남의 나라 이야기이다. 만성통증 환자분들 중 거의 절반이 불면증에 시달린다. 수면과 만성통증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고 깊은 수면의 진통효과를 알아보자.

수면은 단순히 깨어있는 것의 반대말이 아니다. 수면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활동하는 인간이 이상한 것이라고 본다. 인간의 기본모드는 활동이 아니라 잠이라는 것이다. (물론, 먹고 즐기고 일하는 등 수많은 활동을 밤늦게 까지 하는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야간 활동이 많은 대한민국 사람들 대다수가 동의하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활동보다 수면이 인간의 삶에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동면하는 동물들처럼 잠만 자는 것이 좋다는 뜻이 아니다. 활동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보다 잘 자는 것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는 의미이다.

건강한 잠을 방해하는 모든 활동은 장기적으로는 삶의 양과 질, 모든 면에서 해롭다. 잠들기 전에 많이 먹는 것, 잠자기 전에 하는 과도한 운동, 음주, 잠자리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걱정과 원망 등의 모든 활동은 잠을 방해할 뿐 아니라 당신의 장기적인 안녕을 방해하는 것이다. 수면은 지쳐서 더 이상 활동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다. 수면은 활동 중에 쌓여진 몸의 긴장상태를 해소하고 감정적인 일들로부터 감정을 정화하는 과정이다.

깊은 잠을 자게 되면 통증이 좋아지고 피로가 풀리는 것 외에도 삶을 풍부하게 해 주는 두 가지 효과가 있다.

첫째, 낮 동안에 있었던 부정적인 감정을 정화한다. 불편한 사건을 겪으면서 남아 있는 부정적인 감정은 꿈꾸는 잠을 거치면서 희미해진다. 우리는 하룻밤에도 수십 번 꿈을 꾸지만 대체로 기억하지 못한다. 잠을 깨기 직전의 꿈만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2시간 이내 잠을 깨는 토막잠을 자게 되면 꿈꾸는 잠이 부족하게 된다. 이런 수면 패턴이 지속되면 부정적 감정이 해소되지 않는다. 마치 컴퓨터를 오랫동안 온라인에 연결해 두면 온갖 바이러스와 불필요한 프로그램이 깔리면서 컴퓨터의 속도가 느려지고 부하가 걸리는 것처럼 일상생활 곳곳에서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지고 오류가 생긴다.

둘째, 자신의 감정뿐 아니라 타인의 감정도 잘 알아차리게 된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3일간 토막잠을 자게 한 뒤 사진을 보여주면서 사진 속의 인물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아맞추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 이들은 정상적인 수면을 취할 때와 비교하면 현저하게 타인의 표정을 보고 감정을 알아맞히는 확률이 줄어들었다. 타인의 감정을 정확하게 읽지 못하는 사람은 적절한 반응을 보일 수가 없다. 그러면 관계는 어긋나고 사회적인 지지를 받기 어렵게 된다.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사람은 삶의 질이 떨어지기 쉽다. 단 3일만 깊은 잠을 자지 못하더라도 감정의 정화가 일어나지 않고 사회적 기능이 떨어져 풍성한 삶에서 멀어지게 된다.

만성통증 환자들의 불면증을 해결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이 스마트폰 문제다. 만성통증을 가진 환자들 뿐 아니라, 현대인의 깊은 잠을 가장 흔하게 방해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폰의 청색광이다. 어두운 곳에서 청색광을 보게 되면 수면유도가 잘 되지 않고 깊은 잠을 자기 어렵다. 자다가 몇 번씩 깨는 토막잠이 되기 쉽다. 유튜브나 네이버 같은 거대기업이 만든 컨텐츠를 보는 동안 당신의 소중한 잠은 사라지고 그들의 주머니는 두둑해진다. 아픈 사람의 잠을 빼앗아 돈으로 만들다니…. 이 얼마나 스마트하고도 아이러니한 세상인가! 이제는 당신이 스마트해질 차례다.

(더 자세한 내용은 ‘대한수면학회 수면위생’을 참고하세요)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