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닮은 노란 무우차 한잔 들고
며칠 관심 갖지 않은
아궁이 문을 열었다
혼자의 시간 적적했는지 사면이 축축하다
타닥타닥
참나무 한 덩이를 태우고
우그러진 종이컵과
종이컵에 담긴 지나간 시간도 태운다
무심히 독거하다가 뜻밖의 관심은 큰 환희다
새파란 아기 개구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도란도란 모여 재잘거리던, 깔깔 넘어가던
물기 마른 아궁이는
참나무 몇 개만으로 뜨거워지고
나, 저보다 더 뜨거워진다
◇안연화= 2006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신인상 등단. 대구시인협회 이사. 대구문인협회 회원, 서설시 동인. 시집 ‘헐렁한 시간’이 있음.
<해설> 시인은 두 개의 아궁이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나는 실존의 아궁이일 것이고, 하나는 심중의 아궁이일 것이다. 오래 불을 지피지 않는 집의 아궁이는 거울이다. 그 거울을 통해서 자신 또한 혼자의 시간, 무심히 독거하게 된 상황을 인식하게 되고, 아마도 아기 개구리들은 시인의 피붙이인 손자들일 수도 있다. 아이들이 다녀간 뒤에 혼자 남겨졌을 때의 심정 같은 것이 아궁이를 더 쓸쓸하게 하는 것은 아닐지. 아무튼 시인은 지금 누군가로부터 관심이 그리운 것이다. 참나무 장작 몇 개 지피고 덩달아 과거의 흔적인 종이컵까지도 아궁이 속에 던져 넣으면 아궁이보다 먼저 더 많이 뜨거워지겠다고 자신을 스스로 위로한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