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불신 받는 선거관리위원회, 대책 마련 시급하다
[윤덕우 칼럼] 불신 받는 선거관리위원회, 대책 마련 시급하다
  • 승인 2023.05.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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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내년 총선이 열달 남짓 남았다. 총선을 관리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가 불신에 휩싸였다.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중앙선관위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이 최근 동반 사퇴했다. 선관위가 지난 24일 5급 이상 간부 전원을 대상으로 자녀 채용 의혹 전수조사에 들어간 지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특혜 채용’과정에서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가 면접에서 ‘아빠 동료’들로부터 만점에 가까운 고득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녀 특혜 채용 논란’과 ‘북한 해킹’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중앙선거관리위회가 자체 특별감사위원회를 꾸려 감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실효성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 ‘소쿠리 투표’ 등 부정투표 시비도 끊이질 않고 있다. 2022년 3월 대선 사전투표 당시 벌어진 ‘소쿠리 투표’ 논란에도 선관위는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구로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다”며 감사원 감사를 거부했다. 헌법상 선관위원은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 하지만 편향된 중앙선관위원 구성으로 중립성 문제가 대두돼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됐다. 헌법상 중앙선관위는 입법·행정·사법부가 각각 3명씩 지명한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이들이 호선으로 뽑는다. 대법원장이 지명한 현직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선출하는 것이 관례다. 따라서 중앙선관위원장의 정치 성향에 따라 조직 분위기가 좌우된다. 노태악 위원장은 전임 노정희 위원장이 지난해 대선 당시 소쿠리 투표함 등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으로 사퇴한 후 2022년 문재인 정부 시절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했다. 현재 나머지 위원 8명 중 단 2명(남래진·조병현 위원)만이 국민의힘이 추천한 인사다. 나머지 6명은 문재인 전 대통령(김필곤 상임위원, 이승택·정은숙 위원), 김 대법원장(김창보·박순영 위원)이 지명하거나 더불어민주당(조성대 위원)이 추천했다. 조성대 위원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 출신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시절에 국민의힘은 선관위가 선거 관리를 편파적으로 한다는 불만을 여러번 제기했다.

대한민국에서 갑 중의 갑이라는 국회의원들도 꼼짝 못하는 곳이 바로 선거관리위원회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관리 하고 있다. 선관위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근거가 바로 ‘이현령 비현령’의 애매모호한 공직선거법 때문이다. 모든 지역 정치 행사에는 선거법 위반행위 예방과 감시· 단속을 위해 선관위 직원들이 암행어사처럼 참석한다. 감시·단속반도 운영하고 있다. 선거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중지·경고·시정 명령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하고, 중지·경고·시정 명령불이행시 또는 선거의 공정을 크게 해치는 것으로 인정되는 행위에 대하여는 고발 또는 수사의뢰하고 있다. 정당과 후보자가 보고한 선거비용 수입·지출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조사하여 허위보고 등 위반사항이 있으면 고발 또는 수사의뢰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그렇기에 선관위 직원들이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사실상 정치인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다. 선거법 시비로 찍혔다하면 답이 없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별상관이 없지만 대통령은 물론 국회의원·자치단체장이든 하다못해 기초의원들·조합장들 마저 무서워하는 곳이 선거관리위원회다.

선관위 고위직들의 이른바 ‘고용 세습’은 헌법상 독립성을 내세워 외부감시를 받지 않고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온 탓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고위직 자녀 임용 사례만 6건이다. 아빠찬스를 이용한 특혜 채용에 이어 고속 승진까지 한 사례가 6건 중 무려 5건이다. 현재 선관위는 특혜채용 관련한 자체 특별감사와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자녀 특혜 채용’이 얼마나 더 있을지는 미지수다.

선관위 해킹은 자칫 선거인 명부 유출이나 투개표 조작, 선거 시스템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부정선거 시비에 휘말리기 전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안 대비책이 절실하다. 선관위에 대한 사이버 공격 시도는 2022년 3만9896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선관위는 국정원의 보안점검 권고에도 ‘헌법상 독립기관’인 점을 내세워 “자체 점검하겠다”고 버티다가 비판 여론이 비등해지자 “국가정보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합동 점검을 받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소쿠리 투표’ 논란 당시 선관위를 항의 방문했을 때 일부 직원이 뒤에서 ‘쟤 누구냐. 날려버리자’는 말까지 하더라”는 행안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 증언도 나왔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견제’와 ‘균형’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칙이다. 독립성만을 강조하다 선관위는 입법부·사법부·행정부의 견제를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됐다. 선관위는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소속이었지만 1960년 벌어진 3·15부정선거의 여파로 1962년 개헌 당시 헌법적 독립기관으로 승격됐다. 국정원 등의 보안점검과 함께 선관위에 대해 전문적이고 객관성이 보장되는 감사원 감사를 명문화하는 등 외부 감독 체계가 시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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