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최선의 대응방안은
[목요칼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최선의 대응방안은
  • 승인 2023.05.3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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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을 놓고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해저터널 공사를 6월말까지 완료하고, 7월초부터 방출을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천재지변 때문에 벌어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하여도, 오염수의 해양 방출은 원전 사고와 달리 불가피한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원전 오염수를 처리하는 방법은 오염수를 희석해 해양 방출, 가열해 증발시킨 후 대기 중으로 방출, 전기분해한 후 수소로 만들어 대기 중으로 방출, 땅속 깊은 지층에 주입, 시멘트 등에 섞어 땅속에 매장, 오염수 저장 탱크에 장기 보관 등의 여러 방안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전 오염수의 처리는 생태계와 미래 세대를 위해서 신중히 결정해야만 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처리 비용문제로 인해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출하는 방안을 최종 선택함으로써 주변 국가들로 하여금 그 안정성 여부를 떠나 심리적 불안감을 야기시키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원전 오염수를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삼중수소 반감기가 12.3년임을 감안하여 최소 120년 정도를 저장 탱크에 장기 보관한 뒤 1/1000 수준으로 외부 방출을 해야 하는데, 현재 일본이 가지고 있는 오염수는 125만t으로 이를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2019년 일본경제연구센터(JCER)의 '속(續)·후쿠시마원전사고의 국민부담'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처리 비용은 40년간 35조~80조 엔에 달하고, 오염수를 해양 방출을 하지 않고 처리할 경우 폐로·오염수 처리 비용은 51조 엔, 오염수를 희석해 해양 방출하는 비용은 11조 엔으로 추산하여, 무려 40조 엔이라는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비용 절약을 위해 이웃 국가들의 우려와는 상관없이 해양 방출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나친 자국 이기주의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또한 이러한 오염수 해양 방류를 누가 찬성할 것인가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불행히도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찬성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즉 미국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면서도 국무부는 오염수 방류에 대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며 일본의 결정을 지지하고, 식품의약국(FDA)도 "오염수 방류는 인간이나 동물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IAEA는 일본이 분담금의 약 10% 내외를 지불하고 있기 때문인지 이번 오염수 방류에 대해 국제원자력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오염수 처리에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어찌되었던 일본이 주변 국가들이 지지하든 반대하든 상관없이 과학적 기준을 내세우며 원전 오염수를 7월부터 해양으로 방류한다는 것은 기정사실화되었다. 이러한 중차대한 문제를 앞에 놓고 이에 대처하는 우리 정치권의 행태는 전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불안감만 조성하고 있다. 비록 방류된 오염수가 해류를 따라 북태평양을 돌아 우리의 해역으로 들어오는 동안 희석되어 이곳에서 포획되거나 채취되는 수산물이 현재 기준으로 인체에 해가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각종 수산물은 우리 근해에서만 잡힌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같은 서해바다에서 잡힌 물고기도 중국 어선에 잡히면 중국산, 우리 어선에 잡히면 국산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산에 불신이 많은 우리 국민의 정서를 감안할 때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현재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한 대응을 두고, 보여주고 있는 정치권의 행태 즉 여당인 국민의 힘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미온적으로 대응하였으면서 야당이 되니 괴담을 선동한다고 비난하고, 민주당은 국민의 힘이 야당인 시절에 오염수 방류에 대해 반대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느냐고 반박하는 등 서로 '내로남불'하는 모습은 전혀 국민들이 원하는 모습은 아니다.

비록 원전 오염수가 현재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안전한 기준에 적합하게 처리되어 방류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모르는 어떤 치명적인 위험이 발견될지는 알 수 없다. 또한 현실적으로 일본이 국제법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기준치 안에서 방류를 할 경우 우리가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없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정치권은 지금처럼 서로 내로남불할 것이 아니라 합심하여 국제사회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갖추고, 일본이 과연 지속적으로 안전한 기준을 지키면서 방류하느냐를 감시하는 방안의 마련과 우리 식탁에 오르는 수산물에 대한 안전성을 보다 공고히 하는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어야 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해양수산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임박하면서 수산물 안전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지난달부터 한 달간의 시범 운영을 마치고 30일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국민들이 직접 신청하는 '국민신청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게시판 제도가 실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만으로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의 마중물은 되리라 기대된다. 이와 함께 현재 실시중인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는 국민들의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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