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암표거래가 리셀문화라고?
[데스크칼럼] 암표거래가 리셀문화라고?
  • 승인 2023.06.0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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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뉴미디어부장

가슴이 쿵쾅쿵쾅, 심장이 터질것 같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컴퓨터 모니터만 노려보다가 회색의 바가 빨간색으로 바뀌는 순간 숨 쉴 틈도 없이 예매창으로 진입한다. 몇번의 ‘이선좌’(이미 다른 사람이 선택한 좌석)를 만난 뒤 패잔병처럼 쓸쓸히 사이트를 빠져나온다. 오늘도 빈손이다. 자주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명 ‘피켓팅’ 참전기이다.

티켓은 누가 다 갖고 가는 걸까? 내가 응원하는 가수가 인기가 많아서 내 자리가 없는 것은 어찌보면 참 고마운 일이다. 그렇지만 뭔가 이상하다.

티켓팅이 끝나자마자 트위터나 중고거래사이트에는 내가 그토록 열심히 클릭했던 자리가 수고비 명목의 금액이 플러스돼서 버젓이 거래되고 있으니 말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이러한 것은 유명 가수 콘서트에만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중요한 스포츠 경기나 특수관에서 상영되는 인기영화, 뮤지컬, 심지어 인기 과목 수강신청에서도 빈번히 만나게 되는 상황이다. 플미(프리미엄티켓), 댈티(대리티켓팅) 등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하지만 이 역시 암표 거래다.

누군가는 티켓리셀을 MZ세대의 재테크 방법이라며 하나의 문화처럼 소개하기도 한다.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서 공정하게 표를 구매해 판매를 한다면 티켓리셀을 젊은세대의 문화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명 매크로로 불리는 대량 예매 프로그램의 이용은 출발부터 다른 불공정 시스템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티켓판매사이트에서는 1인당 구매매수 제한, 보안문자를 입력하는 안심예매 등을 실행하고 있지만 큰 실효는 없다.

아이유, BTS, 임영웅, 성시경, 샤이니 등 티켓 파워가 있는 유명 가수들 역시 암표를 막기 위해 팬클럽 선예매를 비롯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한다. 부당한 방법으로 티켓을 거래하거나 구매할 경우 팬클럽 영구제명, 플미 티켓 신고시 신고자에게 그 표를 준다거나(아이유), 매크로 의심석에 대해서는 소명자료가 제출되지 않을 시 취소를 하거나(성시경), 입장시 신분증 대조 작업을 확실히 한다던가(BTS), 양도불가능한 스마트티켓을 활용하거나(샤이니), 공식판매처에서 매크로를 이용한 티켓을 강제 취소시키는(임영웅) 등 나름의 대응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표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적발되더라도 턱없이 낮은 처벌, 일부 공연을 제외하고는 그들이 이야기하는 수고비가 생각보다 높지 않은 점 때문인지도 모른다.

엄청난 웃돈이 붙어야만 불법인 것은 아니다. 적은 금액의 유혹에 빠져 암표를 소비하는 순간 표는 점점 더 얻기 어려워진다. 정가표는 짧은 시간에 매진되고 소위 수고비가 붙은 표는 SNS 상에서 돌아다니다가 팔리지 않은 경우 앞자리 연석이 비워진 채 공연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월 국회 본회의에서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구입한 입장권 등의 부정판매를 금지하는 ‘공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본격 시행은 1년 후부터다. 그러나 온라인 거래에 대해서는 아직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

최근 대만에서는 블랙핑크 월드투어 콘서트의 암표가격이 정가의 45배인 1천700만원까지 치솟았던 일을 계기로 암표 판매에 최대 50배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암표를 없애기 위해서는 법적인 방안도 필요하지만 공연기획사와 판매처, 구매자가 모두 마음을 합해야 한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음공협)는 2023년을 ‘암표 근절의 해’로 삼고 암표 부정거래 대책 강구에 나섰다. 소비자는 암표 의심 사례가 발견되면 대중문화예술정보시스템(https://ent.kocca.kr/index.do)에 적극적으로 제보를 하는게 좋다.  

그런데 웃기는 일은 ‘누군가에게는 생계수단인 리셀문화 파괴를 저지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보인다는 것이다. 암표 매매는 ‘문화’가 아니라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과료에 처하는 ‘범죄’다.

좋아하면 가까이 보고 싶은건 인지상정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얻은 것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암표를 구매하는 이들은 '이렇게가 아니면 우린 공연을 보지도 못해'라며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보기 위해 반칙으로 티켓을 구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법적인 제재보다 암표를 사라지게 하는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소비하지 않는 것이다. 정해진 티켓 금액 이상을 지불하고 공연을 보는 일은 없어야 된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논리는 암표에서도 적용된다. 수요가 없으면 공급은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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