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가족 간에도 갈등은 존재한다
[수요칼럼] 가족 간에도 갈등은 존재한다
  • 승인 2023.06.06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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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
우리가 사는 사회는 서로 다른 사람이 모여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사회는 조화롭고 안정된 기간 보다는 갈등으로 인한 불안정한 기간이 더 길다. 그 이유는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서로 다른 것이 정상이고, 오히려 같기를 원하는 것이 비정상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인 가족관계에서도 늘 갈등은 존재한다. 큰냐, 작은냐의 차이지만 고부간의 갈등, 부부간의 갈등, 부모와 자녀간의 갈등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갈등이란 무엇인가? 갈등이란 일이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서로 부딪히는 생각 때문에 고민하는 심리적 상태를 말한다. 갈등의 어원을 보면 칡넝쿨을 의미하는 갈(葛)과 등넝쿨을 의미하는 등(藤)이 결합된 언어다. 칡은 오른쪽으로, 등은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기 때문에 서로 조르듯 얽히고 설키게 되면 매우 풀기 어렵게 된다. 서양에서 갈등(conflict)은 서로(con)와 맞서다(fligere)의 합성어이며, 이 말은 의견대립 혹은 의견충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갈등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갈등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떤 목표나 생각 그리고 가치 등에서 큰 차이를 느꼈을 때 나타난다. 이것은 양립할 수 없는 서로 다른 시각으로 인해 자신의 방식이 삶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 믿기 때문이다. 고부간의 갈등, 부모와 자녀간의 갈등은 세대간의 갈등이고 부부간의 갈등은 남녀간의 갈등이며, 이것은 삶의 방식의 차이가 원인이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본다면 아무리 전통이 소중하지만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인해 하나에서 열까지 차이가 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시대적 변화에 맞춰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고립될 수 있다.

흔히들 부부 사이를 '일심동체'라고 한다. 일심동체란 한 마음, 한 몸이 되어 뭉치거나 의를 같이 한다는 뜻이다. 아름다운 말이다. 우리 할머니의, 할머니 시절에는 일심동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드렸다. 이 말은 그 당시 여성의 일방적인 희생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오늘날 현실의 부부 사이에서 과연 일심동체가 유효할까?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삶의 목표와 생각이 비슷할지 모르지만 작은 틀로 들어가 보면 차이를 금방 느낄 수 있다. 자녀들의 육아와 교육, 취미, 생활 습관에서도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결혼하기 전까지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부부 사이가 '이심이체'라 해서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 할머니가 살아왔듯이 일방적인 양보와 희생이 아니더라도 서로 간에 존재하는 엄연한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해 준다면 이심이체의 부부라도 잉코부부가 될 수 있다. 부부간에 존재하는 성향의 차이를 인정한다면 라이프스타일의 차이로 인해 나타나는 소소한 갈등은 빈번하고, 서로를 향한 잔소리로 인해 피곤할 때도 있다. 그런데 막상 큰 차이가 발생하면 '아, 그 사람의 성격은 원래 그렇지' 라고 생각하게 되고, 또한 서로를 이해하면서 오히려 갈등을 피해 가는 경향이 있다.

갈등이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흔히들 커뮤니케이션의 장벽을 예로 많이 든다. 커뮤니케이션 장벽은 서로 주고 받는 언어에서부터 발생한다. 말이 다소 거칠고 공격적이며, 사소한 일에 자주 부딪친다. 또한 자기합리화와 핑계나 변명이 많아지고, 알고 있으면서 미리 알려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의사소통을 회피한다.

갈등이 발생하면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것 보다는 마음 맞는 사람끼리 어울리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주장하면서 스스로 고립한다. 끼리끼리 모인다는 뜻을 가진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다. 비슷한 사람끼리는 서로 친근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동질감은 배타적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편하게 마음 맞는 사람들만 모이면 짧은 기간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긴 시간을 두고 보면 평생 마음 맞는 경우도 드물고, 그렇게 되면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외톨이가 될 수 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마음 맞는 사람을 찾아 끼리끼리 모이는 것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 아닐까 한다. 내 주장만 맞다고 고집 부리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주장도 새겨들어야 한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반발하는 이유는 자신의 방식으로 사람들을 대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긴장하게 되면서 자신에 대해 저항감을 나타낸다. 고립된 섬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보완해 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작게는 가족관계에서 크게는 사회적 갈등, 정치적 갈등도 그 연장선 속에 있지 않을까 한다. 아직도 우리 주변애는 과거의 틀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그룹이 있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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