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석의 통상이야기] 유럽판 IRA ‘EU 핵심원자재법(CRMA)’의 내용과 대응 방안
[손수석의 통상이야기] 유럽판 IRA ‘EU 핵심원자재법(CRMA)’의 내용과 대응 방안
  • 승인 2023.06.0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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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석 경일대학교 국제통상학전공 교수
EU(유럽연합)는 코로나19로 인해 EU 역외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 조달이 어려워진 데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원자재 무기화, 자원민족주의 등으로 인한 에너지·원자재 공급망 리스크의 가시화를 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희토류·리튬·코발트·니켈 등은 해상풍력, 배터리 생산 등 첨단산업의 핵심재료여서 EU가 추진 중인 ‘녹색 전환(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및 ‘방위산업’을 위한 핵심기술에 꼭 필요한 ‘핵심원자재’이므로 안정적 확보가 시급한 과제다. EU는 이들 핵심원자재의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다가, 2030년까지 수요가 50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발트의 경우 60%를 중국에서 가공된 제품을 수입하고 있으며, 마그네슘(97%), 중희토류(100%), 경희토류(85%) 등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EU는 이러한 ‘핵심원자재’ 공급망을 다각화하기 위해 지난 3월 16일 ’핵심원자재법(CRMA; Critical Raw Materials Act)’ 초안을 발표했다. 이 법안은 EU 역내 친환경 산업에 보조금 등을 제공하는 ‘그린딜 산업계획(Green Deal Industrial Plan)’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유럽판 IRA(인플레이션감축법)’로 평가되는 동 법안은 중국 등 특정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고, 역내 투자 확대 등을 통한 EU 역내 원자재 공급 안정성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 다만 미국의 IRA는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해 보조금 혜택을 제공하는 식이지만, EU ‘핵심원자재법’에는 역외기업 차별조항이나 현지조달 요구 조건 등이 없다. 그리고 동 법안의 입법 과정은 향후 1~2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 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2030년까지 EU 역내에서 ‘핵심원자재’의 연간 소비량 대비 역내 채굴 10%, 가공 40%, 재활용 15%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핵심원자재의 역외 의존도를 낮추고 역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수입 의존도를 65% 이하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둘째, 원자재 공급망을 강화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역내외 전략 프로젝트를 선정하여, ‘허가 간소화’, ‘행정 지원’, ‘자금조달’ 등을 지원한다. 셋째, 모니터링, 리스크 대비, 공동구매를 통해 전반적인 원자재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한다. 넷째, EU는 회원국에게 회수율을 고려하여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제품의 ‘공공조달 기준’에 재활용 및 재사용 원자재 함량을 고려하는 등의 입법을 이행하게 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확보한다. 다섯째, 역외국과의 무역을 통해 원자재 공급망 다각화를 추진하는 등 전략적으로 역외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여 핵심원자재 조달을 도모한다.

동 법안의 성격은 미국의 IRA와 유사한 탓에 전기차용 배터리 셀 및 소재·부품 제조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우리나라 전기차용 배터리 전체 수출의 38.2%(EU 시장 점유율 63.5%)를 차지하는 주요 수출 시장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과 니켈 등 주요 금속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배터리 셀 및 소재·부품 기업들의 EU 역내 생산시설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우리 배터리 기업들은 전구체(니켈·코발트·망간 배합물), 흑연, 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광물에 대한 중국산 비율이 높다. 그래서 국내 전기차·배터리 기업은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 2022년 기준 우리 기업의 대중국 수입 의존도는 수산화리튬과 산화리튬 87.9%, 코발트 72.8%, 천연 흑연 93.9%이다. 관련 업계는 법안의 세부 사항을 면밀히 파악해 유럽공장 증설 등을 검토해야 하며, ‘탈중국’보다는 ‘리스크 제거’ 관점으로 원자재 수입선 다변화 및 재활용 원자재 사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향후 동 법안에 대한 EU 집행위원회, 의회 및 이사회 3자 간 내부 협의 과정에서 세부 내용이 변경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할 필요가 있다. 배터리뿐만 아니라 태양광, 풍력, 가전, 전기차 모터 등 우리의 주요 수출품에도 영향이 예상되므로 협력사를 포함한 전 공급망에 걸친 잠재 리스크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핵심원자재의 수급 안정성 및 조달 비용 등을 고려하여 체계적인 공급망 전환 전략의 수립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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