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리그 수위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프로축구 대구FC의 '고라니' 최영은(27)은 지금의 페이스를 이어가 내년 AFC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는 것을 고대하고 있다.
대구FC의 주전 수문장 최영은은 올시즌 12경기에 출전해 11실점으로 경기당 0.92실점으로 맹활약 중이다. 이는 현재 진행된 18라운드 중 33%인 6경기 이상 출전한 골키퍼들 가운데 김정훈(전북, 15경기 12실점, 경기당 0.8실점)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무실점 경기는 12경기 중 5경기로 절반에 가깝다. 최영은과 주전 경쟁을 펼쳤던 오승훈(7경기 10실점, 경기당 1.43실점)과도 차이를 보인다. 리그 수위급으로 활약 중이지만 그는 아직 자신의 플레이에 100% 만족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최영은은 "이 전까지는 무릎에 통증이 있어서 어려움을 겪었다, 올시즌부터는 오전에 무릎 보강운동을 추가했는데 이후 통증이 사라졌다. 덕분에 훈련과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게되면서 성적이 개선된 것 같다"며 "하지만 한 번 실점할 때 대량 실점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만족스럽지 않다. 아직 컨디션이 70%? 80%도 올라오지 않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대구는 24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 현대와 K리그1 19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른다. A매치 데이 후 2주만의 경기다. 구단에선 선수들에게 지난 10일 수원FC전 이후 지난 16일 금요일까지 일주일 가까운 휴가를 부여했다. 하지만 최영은은 가족들과 짧은 휴가를 즐긴 뒤 다른 선수들보다 먼저 복귀해 14일 수요일부터 클럽하우스에서 홀로 개인 훈련에 매진해 왔다.
최영은은 "원래 항상 오전에 계획된 훈련이 있다. 그러다 보니 그냥 수원전 후 3일 정도만 가족들과 제주도에서 시간을 보내고 수요일부터 다시 개인적으로 훈련하는 시간을 가졌다. 목요일부터는 (이)용래형도 오셔서 함께 훈련해서 특별히 혼자서만 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2018년 대구에 입단한 최영은은 구성윤 등 국가대표 골키퍼에 밀려 2020년까지는 풀타임으로 시즌을 치른 적이 없다. 그랬던 그는 2021시즌 당시 이병근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으면서 부동의 주전으로 활약했다. 최영은은 그 해 대구가 치른 경기들 중 단 2경기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그러면서 대구가 리그 3위,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 FA컵 준우승 등으로 창단 이래 최고의 해를 보내는 순간 가장 오래 그라운드에 있었다. 그 결과 최영은은 데뷔 후 처음으로 K리그1 베스트 11 골키퍼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덕분에 2021시즌은 최영은에게 최고의 해로 남아있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힘들었던 해이기도 하다.
최영은은 "당시 시즌 초반부터 주전으로 경기에 나서면서 팬 분들의 반응이 많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다. 이 때문에 데뷔 후 가장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당시 이병근 감독님과 팀 동료들이 위로와 함께 의지를 북돋아줘 마음을 다 잡고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며 "힘들기도 했지만 시즌 종료 후 팀적으로는 비록 FA컵에서 우승하지 못했지만 리그 성적과 ACL에서의 성적 등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어 가장 만족스러웠던 시즌이기도 하다"고 회상했다.

최영은은 올시즌 데뷔 후 처음으로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시즌 초반 오승훈이 주전으로 활약했지만 부상과 부진으로 지난 시즌에 비해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자 최영은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오승훈 입단 후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며 출전이 고팠던 그는 기다렸다는 듯 맹활약하며 주전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다. 시즌 초반 승리를 따내는데 어려웠던 대구는 공교롭게 최영은이 주전으로 출전하는 동안 반등에 성공해 6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최영은은 공을 수비진을 비롯한 동료들에게 돌렸다.
그는 "올시즌 주전 경쟁이 치열하지만 그 안에서도 (오)승훈이형과 내가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며"시즌 초반 좀처럼 승리하지 못하면서 선수들이 침체됐다. 하지만 다 같이 하나가 돼서 다시 해보자는 분위기가 생겼고, 경기장에서 결과가 나오다 보니 좋은 분위기가 다시 감돌았다. 나의 주전 여부보다는 그냥 선수들의 굳은 의지가 당시 좋지 않았던 분위기를 바꿨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시 주전 자리를 차지한 최영은은 내년에 다시 아시아 무대에서 강팀들과 겨루는 꿈을 꾸고 있다. 이를 위해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 0점대 실점률로 올시즌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매년 해외로 나가 ACL 경기를 치르다 올해는 비행기를 타지 않으니 조금 어색하다. 올해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내년에 다시 ACL에 나가는 것이 목표다"라며 "개인적으로는 꾸준하게 최대한 많은 경기에 출전해 실점율을 계속 0점대로 유지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석지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