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1시간여 만에 발견·사살
인근 주민·캠핑장 야영객 대피
주인 “1년 전 임대할 때 넘겨 받아
기탁 어려워 어쩔수 없이 키워”
고령의 한 사설농장에서 키우던 사자가 우리에서 탈출하는 바람에 인근 주민과 관광객들이 대피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14일 오전 7시20분께 고령군 덕곡면 옥계리 한 사설농장 사육시설에서 기르던 20년생 암사자 1마리가 탈출했다.
사자는 관리인이 먹이와 사자우리를 청소하기 위해 열어 놨던 철창문을 통해 밖으로 달아났다. 사자는 탈출 1시간 여만인 이날 오전 8시30분께 목장에서 불과 10여m 떨어진 인근 숲에서 발견됐으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사자의 탈출 소식이 알려지자 고령군은 물론 농장 소재지 경계에 있는 합천군과 성주군에서도 재난안전문자를 통해 주의를 당부하고 인근 산행을 금지시켰다. 또 농장과 300여m가량 떨어진 인근 캠핑장의 야영객 77명을 면사무소 등으로 대피시켰다.
해당농장이 속한 이 일대의 대부분 부지는 모 종교단체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농장은 지난해 군청으로부터 관광농원으로 지정돼 운영하고 있다. 농장의 임대인이라고 밝힌 A씨는 “사자는 20년생 암사자로 1년 전 전임 농장주로부터 농장을 임대할 때 넘겨받아 키워 오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어쩔 수 없이 사자를 키우게 됐으며 먹이와 발톱 등 건강관리에만 수백만원의 사육비가 들어간다”며 “사자를 환경청과 동물원 등에 기탁의사를 밝혔으나 기존 동물과 서열싸움 등 문제가 있다며 난색을 표해 이마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는 “죽은 암사자는 평소에 애교가 많고 온순해 관리인과 장난도 많이 쳤는 데 탈출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나라 야생동물 전문가인 최현명(와일드라이프컨설팅) 박사는 “사자가 아무리 어릴 적부터 사육했고 순하다고 하더라도 야생성은 살아있다”며 “전문가가 아닌 개인이 사육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고령군과 고령경찰서 관계자들은 “이 농장이 우사로 허가를 받았고 사자 사육 허가여부는 법적근거 등이 명확하지 않다”며 “사자의 도입과 사육 배경 등 법적문제를 조사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채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