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세상을 바꾸다] 박한우 교수 “인간·컴퓨터 구분 무의미 ‘포스트 휴먼’만이 살아남을 것”
[생성형 AI 세상을 바꾸다] 박한우 교수 “인간·컴퓨터 구분 무의미 ‘포스트 휴먼’만이 살아남을 것”
  • 박용규
  • 승인 2023.09.0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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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에 듣다> 박한우 영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AI와 대화한다는 점 자각하고
오류 가능성 고려 팩트 확인을
사용자와 챗봇 간 차이점 파악
발전 수단으로 삼을 줄 알아야
양질의 데이터 수집·분류 관건
인간-컴퓨터 고도화시대 진입
규제 말고 같이 창의적인 활동
윤리 이슈, 네거티브 규제 대응
박한우교수인터뷰4
박한우 영남대 교수가 3일 대구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박한우 교수는 영남대학교 교수이자 사이버감성연구소 소장, 빅로컬 빅펄스 랩, 세계트리플헬릭스미래전략학회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빅데이터 네트워크의 전문가다. 네덜란드 왕립아카데미(NIWI-KNAW)와 옥스퍼드인터넷연구원(OII) 등 글로벌 연구기관에서 근무한 경력도 지녔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박 교수는 AI 기술의 발전과 도약은 이제는 막을 수 있는 현상이 아니며, 다가올 ‘코-크리에이션(co-creation)’, ‘포스트 휴먼’ 시대의 인간은 AI 기술과 협력 및 융화해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해서 빅데이터는 이러한 시기의 도래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며, 앞으로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교수는 새롭게 등장하는 AI 기술들이 실생활에 완전히 녹아들고 온전한 법제화가 이뤄지고 비용적 문제까지 고려한다면 수십년의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인터넷이 1990년대 말 보급 후 보급률이 80%에 도달하기까지 20년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AI 기술의 보편화는 이보다는 빠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더했다.

- 생성형 AI가 시대적 화두가 되어 가는 것에 대한 견해는

△ 가장 중요한 점은 AI가 갑자기 불쑥 등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이 처음 나온 지는 이미 수십년이 지났다. 하지만 이 기술이 어떠한 혁신을 나타내지 않았는데 2016년 알파고와 우리나라의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이 바둑 대결을 했을 때 알파고가 승리했던 것이 충격을 주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AI가 정말로 우리한테 가까이 왔구나”하는 인식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또다시 대부분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 있는 동안 6∼7년이 지난 시점에서 기술은 폭발적으로 발전했고 그 안에서 오픈AI(OpenAI)라는 회사가 새로운 대화형 AI를 선보였다. 이러한 대화형 AI의 초기 버전은 그전에도 있었지만, 이때 나온 3.5 버전이 너무나 놀랄 만큼 자연스럽게 인간과 대화를 하고 그러면서 사람들이 또 한 번 큰 충격에 빠지게 된 것이다.

두 번째 중요한 점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상의 만족도나 편의성 등이 많이 높아져서 큰 반응을 부른다는 점이다. 사회과학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사회 트렌드는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하고 3년을 지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상당히 외로움에 지쳐 있고 대화에 대한 욕구도 많았는데, 이에 맞춰 챗GPT의 3.5 버전이 출시하면서 사람과 기계 간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니 사회적 반응과 파장이 더 커졌다.

시장에서 신제품은 출품 시점이 상당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런 면에서 2022년도 하반기에 등장한 챗GPT 등의 생성형 AI는 기술 자체의 이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대부분 사람들의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던 그런 시기에 맞게 등장했다고 본다.

- 디지털 미디어, 네트워크 분석, 빅데이터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데, AI 시스템 구축에서 이러한 분야가 중요한 이유는

△ AI의 핵심체는 알고리즘을 짜는 것인데, 이 알고리즘은 요리로 비유하자면 레시피(조리법)와 비슷한 것이다. 요리를 하는 데 있어서 재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조리법이 다양해질 수 있는데, 이 재료가 디지털 체계에서는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데이터가 많아지면 빅데이터가 되고 이러한 빅데이터로 인해 알고리즘은 좀 더 다양해지는 셈이다. 데이터가 충분한 양으로 많아지지 않았다면 지금의 AI 발전도 없었다.

더해서 살펴볼 점은 재료가 많아도 얼마나 깔끔하게 정리돼 있느냐에 따라 요리 시간이 달라지는데, 여기에 비춰 데이터 또한 정제나 태깅(tagging), 분류가 잘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들은 양질의 데이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고 이 같은 노력 속에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지금처럼 성장했다.

빅데이터와 AI 시스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데이터를 수집해 정제하고 분류하고 태깅하는 데이터 워커들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해졌다.

- 챗GPT가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계기는 지난해 말 학생들이 논문에 활용하면서다. 이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있고, 부정적인 시각도 있는데

△ 지난해 말은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학생들이 온라인 강의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전체적으로 에듀케이션 테크놀로지(education technology·교육 공학)를 많이 활용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이런 상황에 챗GPT가 리포트 작성이나 다른 학습 과정에서 도와주는 영향력이 기존의 검색 엔진이나 Q&A 서비스 등과 획기적인 차이를 보이니 당연히 많은 학생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는 소위 말하는 ‘복붙(복사+붙여넣기)’으로 논문이나 과제 전체를 해결하는 점이 윤리적인 이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논문이나 과제에 있어 참고용으로 활용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스마트한 도구를 통해 자신의 질문과 방법 및 결과가 기존 연구와 겹치거나 차이나는 특별한 지점이 있는가를 고민하게 해야지, 도구의 사용 자체를 규제하고 단속하는 방안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인간-컴퓨터의 상호작용이 단순한 협업을 넘어선 고도화, 즉 ‘코-크리에이션(co-creation)’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바야흐로 ccPTW(collaborative creation for Playing, Thinking & Working)가 핵심어이다. 놀고 생각하고 작업하는 과정에서 AI 로봇과 협동하면서 창의적으로 활동하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 AI 기술에도 오류가 많은데 활용 과정에의 주의사항과 윤리적 이슈는

△ 가장 중요한 것은 AI 기술을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과 대화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USC 커뮤니케이션 및 STS 연구그룹 교수 케이트 크로포드는 “AI가 인간을 부적절하게 왜곡한 데이터가 일상생활에서 큰 역할을 하는 시스템에 사용되고 있다면 그것은 사회적 재앙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개인 스스로가 인공지능과 대화를 하고 있고 잘못된 내용이나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숙지하는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윤리적 이슈에 대해서는 관련 법제 정비가 필요하고 이러한 정비에는 융통성이 발현되는 것이 최우선이다. AI 기술의 발전은 빠르고 잦은데 법제로 허용 범위를 너무 좁혀버리면 상황에 따라 법안이 자주 바뀌어야 하는 문제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네거티브(negative) 규제 방식’으로 관련 법제를 정비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법안 체계는 “∼할 수 있다”로 규정하는 ‘퍼지티브(positive) 규제 방식’인데 이렇게 하면 특정 범위를 벗어나면 대부분 불허된다. 하지만 “∼할 수 없다”로 규정하는 ‘네거티브 방식’이면 허용되는 범위가 훨씬 넓어지고 발전을 거듭하기 시작한 첨단 기술 분야에는 더욱 유연하고 융통성이 있어진다.

- 대화형 AI가 교육기관의 역할도 위협하기 시작했는데, AI와 도서관, 교육기관들이 서로의 역할에 있어 상호 보완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까

△ 교육 분야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해당되는 이야기인데 결국은 인간이 AI가 제공하는 정보들의 신뢰성을 정확하게 팩트체킹할 수 있도록 ‘슈퍼 휴먼’이 돼야 한다. 이제는 점점 포스트 휴먼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데 이 시대에서 사람이 살아남으려면 더 강해지고 똑똑해져야 한다. 인간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따라 AI로 대체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이제는 인간과 컴퓨터를 이분법으로 분리해서 바라봐서는 안 된다. 디지털 기술과 사람의 생명 장치 간 경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능력을 갖춘 인간상이 포스트 휴먼이고 그런 포스트 휴먼들이 사서가 되든, 교수가 되든, 기자가 되든 각 분야에서 자리잡아야 한다.

- 현재 구축된, 또는 앞으로 나올 AI 서비스를 바탕으로 향후 실질적 비즈니스 창출 가능성, 특히 언론사와 관련해 조망한다면

△ 정치, 경제, 사회의 주요 이슈를 다루는 정통 언론으로만 한정할 것이냐, 엔터테인먼트와 연결한 총체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미디어까지 통칭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정통 언론에서 보면 가장 대표적인 역할이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서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서 전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등장한 이후에는 더이상 언론을 통해서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없어졌다. 그런 측면에서 정통 언론들도 전문가나 권력자들만을 취재원으로 계속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AI 시스템을 취재원의 일부로 포함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개인적으로 인공지능의 영역을 취재원으로 포함시켜서 기자가 다시 한번 팩트체크를 해서 가공하는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엔터테인 미디어에서 보면 이들의 주된 목표는 오락성의 극대화다.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 미러’를 보면 10대 소녀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춤을 추는데 AI 로봇과 대화를 하면서 로봇이 소녀의 춤을 보면서 조언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로봇이 실질적인 아바타로서 해당 아이돌의 정보를 담아 보이스에 더해 비주얼까지도 처리하는 것이다. 이렇듯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의 정보가 다 삽입된 AI 로봇을 소유하고, 예를 들어 노래방에 가서 해당 가수의 노래를 부른다면 AI 로봇이 코러스를 한다거나, 응원한다거나 이런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 언론사는 주로 여론조사를 통해 다수의 목소리를 듣는데 생성형 AI가 여론조사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을까. 또한 그럴 경우 언론사들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 여론조사를 하는 목적은 다수의 마음을 알아보고 이후의 상황을 예측하는 것이다. 또한 예측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기존의 데이터들을 근거로 추론을 하느냐, 기존에 드러난 정보는 별로 없지만 찾아내서 추론하느냐다. AI는 전자에는 강하지만 후자에는 굉장히 약하다.

생성형 AI는 우선 데이터를 학습해야 하며, 지금까지 나온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조금은 보수적으로 대답을 하는 경향이 있다. 예측을 할 때도 "기존의 데이터가 이렇게 얘기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이렇게 될 것"이라는 식이다.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이전에 나온 관련 정보가 없으면 답을 내놓지 못하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여론조사를 대체할 가능성은 '예스(Yes)'라고도 할 수 있고 '노(No)'라고도 할 수 있다. 어떻게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대체 가능성이 달라지는 것이다. 다만 지금도 평론가나 전문가가 도맡는 시사평론이나 정치평론은 AI가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

박용규기자 pkdrg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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