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문 ‘물류단지 의성’ 문구
당연히 화물터미널 포함” 주장
“화물터미널 없는 단지 무용지물”
“항공물류, 비용 절감이 절대적
전문가도 ‘근접배치 기본’ 지적
유럽 등 대부분 두 시설 연접해”
“TK신공항, 항공물류 허브를 의성군에 집중하라!”는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의성군민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홍 시장은 지난 4일 대구광역시청 산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의성군 이외의 특정 도시에서 항공물류단지 건설을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TK신공항 공동합의문의 정신대로 모든 신공항의 물류시설은 의성군 지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대구 민간공항 이전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을 발표한 8월 25일 이후 의성군민들의 ‘공항건설 반대’구호와 집회가 지속되고 있다. 신공항 항공 물류단지는 의성군에 배치한 반면 물류단지 활성화를 뒷받침할 핵심인 화물터미널은 군위군 쪽으로 배치했기 때문이다.
의성군 공항이전 지원위원회를 비롯한 군민들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최근 내놓은 각종 대책안은 의성군을 달래기 위한 사탕발림에 불과하다며 “화물터미널 없는 물류단지는 허구이며 이렇게 되면 더 이상 공항건설에 함께 할 수 없다”고 배수진을 치고 있다.
2020년 8월 대구경북신공항 입지를 군위·의성 두 지역으로 결정하면서 유치지역의 공동 균형발전을 위한 공동합의문을 작성했다. 2020년 7월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장상수 대구시의회 의장, 고우현 경북도의회 의장 등 4명이 서명한 공동합의문에는 “항공물류·항공정비산업단지 및 관련 산업·물류종사자 주거단지를 의성군에 조성한다”고 되어있다.
이 합의 문구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의성군은 “화물터미널은 당연히 항공물류단지에 포함된다”는 입장이고, 대구시는 “공동합의문에 화물터미널이란 용어가 포함되지 않아 의성군의 주장이 무리하다”는 입장이다.
의성군은 공항유치 당시 여타 핵심시설을 군위에 양보하면서도 지역에 항공 물류 인프라가 조성된다는 데 희망을 걸었다. 항공 물류 인프라를 조성해 항공 물동량이 오가면 지방소멸과 추락하는 경제에 조금이나마 대응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특히 화물터미널의 경우 당연히 항공 물류단지가 입지하는 의성군 쪽으로 배치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것이 세계적인 공항도시의 한결같은 흐름이며 항공물류 단지를 활성화시켜 공항 유치 자치단체 발전을 제대로 지원하는 것이 공동합의문에 담긴 기본원칙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김주수 군수를 비롯한 공항이전 지원위원회 등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화물터미널 의성지역 배치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항공 화물을 통관하고 비행기에 싣는 최종 관문인 화물터미널을 의성 물류단지와 4.6km 떨어진 군위에 배치한다고 발표하면서 의성군민들의 공항반대 분위기가 확산됐다.
이에 일부 주민들은 지난 달 29일 군수실을 점거농성하고 군민들 사이에는 ‘속은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각 시민사회단체도 연쇄적으로 집회를 계획하는 등 ‘공항 건설 백지화’를 위한 실력행사에 나서기로 했다.
의성군이 화물터미널 배치와 관련해 민항분야 설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은 결과, 의성군은 “전문가들이 ‘항공물류의 핵심은 화물터미널이고 물류단지는 일부분으로 2개 시설의 근접 배치는 기본 중 기본’이라며 대구경북신공항의 물류단지와 화물터미널 분리배치의 오류를 지적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항공물류사업의 성공은 지상에서의 비용절감이 절대적이며 화물 운반거리(물류단지에서 화물터미널간 거리)가 3km 이상이면 인근에 배치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등 항공 선진국의 대부분은 화물터미널과 물류단지는 연접하거나 거리를 최대로 좁혀 시간, 비용 등을 절약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화물운송으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벨기에 리에쥬 공항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 등은 공항 화물터미널과 물류단지가 연접해 있다.
인천공항도 1km로 세계 어느 공항도 3km를 넘는 곳은 찾아 보기 힘들다.
이런 점에 비춰볼때 군위에 화물터미널이 들어설 경우 인접한 곳에 새로운 물류단지가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천공항 항공물류도 개항시 기업유치가 어려워 화물터미털 위주로 점차적으로 인근 물류단지를 확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화물주들이 화물터미널과 의성물류단지간 거리로 인한 물류비용에 부담을 느끼게 되면 군위군이나 구미시, 민간사업자 등이 화물터미널 인접한 곳 어디에든 물류단지를 조성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박정대 의성군 공항이전 지원위원회 위원장은 “의성에 화물터미널이 건설되지 않는다면 대구경북신공항을 유치하고 항공 물류 인프라를 구축해 사라져가는 지역을 살리고자 했던 의성 군민들의 꿈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이런 현실을 보고 가만히 있을 군민들이 어디에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위원장은 또 “일부에서 의성이 더 많은 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한 어깃장을 놓는다는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있다”며 “항공물류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화물터미널과 물류단지를 의성에 배치하라는 것은 원칙에 입각한 정당한 요구”라고 덧붙였다.
김병태기자 btkim@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