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눈총에도 ‘모르쇠’…추석 앞 난무하는 ‘정치 현수막’
시민 눈총에도 ‘모르쇠’…추석 앞 난무하는 ‘정치 현수막’
  • 유채현
  • 승인 2023.09.25 22: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뻔한 명절 인사나 단순 포부
“중요한 말도 없이 돈 써가며
본인 이름 ·얼굴 알리겠다고”
무분별한 설치에 시민들 싸늘
대구도심곳곳에걸린현수막
추석 명절을 앞두고 대구 도심 곳곳에 홍보 현수막이 걸려있다. 유채현기자
추석 명절을 앞두고 대구 도심 곳곳이 명절 인사 현수막으로 난무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정치인들의 ‘현수막 정치’도 이어지는 실정이다.

25일 대구 달서구의 한 네거리는 사방이 현수막으로 에워싸져 있었다. 지역 주요 인사부터 각종 위원장은 ‘함께하는 추석’, ‘행복한 한가위 되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추석 인사를 전하는가 하면 ‘국민을 믿고 전진’, ‘진심을 담은 정치로 보답하겠습니다’ 등 정치 포부를 담은 문구를 내걸었다.

초등학교 등굣길에도 현수막이 이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초등학교의 경비원은 “현수막 게시 기간이 2주 정도 되는 것 같은데 그 기간이 끝나면 또 다른 정당에서 바로 떼고 자기네 현수막을 건다”며 “현수막 달기 경쟁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걸린 현수막 대부분은 현직 국회의원이나 기초지자체장, 지방의회의원 등 지역 인사들의 정당 현수막이다. 여기에 오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예비자들의 홍보 현수막까지 가세해 시민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주로 유동 인구가 많은 교차로를 중심으로 횡단보도나 사거리 등에 설치되는 현수막이 도시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해 보행자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달서구 주민 유모(26)씨는 “여기저기 걸린 현수막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며 “특히 신호등 아래쪽에 걸린 현수막 때문에 횡단보도를 건널 때 둘러가야 하는 것도 불편하고 현수막에 가려져서 사람이 안 보일까 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정당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설치되고 있지만 관련 제재의 법적 근거는 부족한 실정이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현수막 등 광고물은 설치하고자 하는 지역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관리법 시행령 제35조의2(적용배제) 조항이 신설되면서 현수막 게재가 자유로워졌다.

개정법에 따르면 게시된 비영리 목적의 광고물 등에 제한 적용 배제 사항이 표시될 경우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즉 현수막 게재 시 정당의 명칭과 연락처, 게시 기간, 설치업체 연락처 중 하나라도 표시할 경우 허가나 제한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명확한 제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공천 경쟁에 나선 총선 입지자들의 얼굴 알리기용 현수막도 단속할 수 없는 상황이다.

500여m 거리에서 동일한 인물의 홍보 현수막을 연달아 마주친 적이 있다는 신모(47)씨는 “특별히 중요하게 할 말도 없으면서 굳이 돈 써가면서 현수막까지 걸 필요가 있냐”며 “결국 본인 이름이랑 얼굴 한 번 알려보겠다는 것 아닌가. 정말 인사하고 싶으면 직접 나와서 인사하라고 해라”고 불평했다.

대구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선거일 120일 전을 제외하고는 시설물 설치나 유인물 등 선거운동을 제한하거나 단속할 수 없다”며 “특히 정치적 언급 없이 의례적인 명절 인사 현수막 같은 경우에는 사전 선거운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채현기자 ych@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3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