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력 밥솥 알람 소리
아침 햇살 빚어 올리며
잠자던 시장기 일깨운다
겨운 시간 없이 순한 돛단배 지나듯 지난 나는
뜸도는 그 냄새
다만 문명의 이기로 흐뭇해 할 뿐인데
낱알들
쌀 씻게 되는 순서까지 오는
그 많은 수고로운 과정을
나는 잘 헤아리지 못했었다
쌀 한톨 속에
한겨울 바람소리와
폭우속에 견뎌온 들판과
이삭 거두며 닦는 땀의 무게를
나는 잘 측량하지 못했었다
여물어 계절의 탯줄을 끊고
이제 알몸으로 달려와
허한 마음 채워 주는 밥냄새
때가 되면 자동으로 종이 울리고
도시락 속에 달려 왔던 그 밥냄새
?이하생략?
▷강명주(본명 명기) 시인은 전직 중등교사로서 경북대학교 문창과 수학을 거쳐 간『문학예술』신인상 수상을 통해 등단한 여성시인. 한국문학예술가협회 회원으로 대구에서 창작활동.
3연 26행의 이색적 소재의 이 시는 `쌀 한톨 속에 / 한겨울 바람소리와 / 폭우속에 견뎌온 들판’을 상기하게 하는 `도시락 속에 달려 왔던 그 밥냄새’를 재현하고 있다.
이 시를 두고 원로시인 권기호 교수는 `냄새가 풍겨주는 원초적 감각을 통해 일상 속에서 잃고 있던 자연과의 교감을 냄새를 통해 일깨워 주고 있다’면서 `문명의 이기 속에 자칫 놓쳐버린 삶의 근본적 바탕을 밥냄새라는 감각을 통해 그 뿌리를 찾고 있다’고 평한바 있다.
이일기(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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