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대한민국 시장(市場)에 부동산(不動産)은 없다
[대구논단] 대한민국 시장(市場)에 부동산(不動産)은 없다
  • 승인 2023.11.0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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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호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부동산’이라는 말은 일본의 학자 미쓰쿠리 린쇼(箕作麟祥)가 만들어 퍼뜨린 전형적으로 잘못된 번역으로 주택이나 토지의 공급 측면만을 대변할 뿐이다. 대한민국 시장(市場)에는 엄밀한 의미에서 부동산(不動産: immovable property)은 없다. 공급의 측면에서는 이동하거나 이사를 할 때 집이나 토지를 가지고 다닐 수 없으므로 주택과 토지는 분명 부동산임에 틀림이 없다. 물론 최근에는 움직이는 주택(mobile home)도 있지만, 그것은 극히 드문 예외이다.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성장과 함께 급격한 도시화를 경험하면서 다른 물건들은 다 가지고 도시로 이사를 하였지만 집은 가지고 갈 수가 없어서 비워두고 힘들게 도시에서 살 곳을 구하였다. 이처럼 공급의 측면에서는 주택은 확실히 부동산(不動産: immovable property)의 특성이 있다.

그렇지만 주택의 수요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우리나라의 주택 수요는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도 있지만,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의 주택은 매우 고가(高價)로 한 번만 거래를 잘해도 많은 수익을 챙길 수 있으며, 심지어 평생 직장생활을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경우도 발생한다. 따라서 일단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 예상되기만 하면 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은 시장에 뛰어들고, 지방과 심지어 외국의 자본까지 수도권 주택시장에 뛰어들어 가격이 계속해서 부풀려져 가파르게 상승하게 된다.

최근 들어 교육과 직장 등의 문제로 사람들이 서울 및 수도권으로 집중하면서 국토의 불균형발전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의 쇠퇴와 함께 수도권의 심각한 주택 수요가 나타나서 가격이 폭등하는가 하면 반대로 주택으로 인한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시장이 급격히 냉각되어 가격하락과 함께 미분양사태가 대량 발생하여 서민들의 힘든 삶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처럼 주택의 수요는 시장 상황에 따라 지역과 관계없이 빠르게 이동한다. 따라서 수요의 측면에서는 주택은 부동산(不動産: immovable)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고, 오히려 일반상품보다 수도권으로 자금 이동이 더 크고 빠르다.

이처럼 주택은 부동산과 동산의 개념이 함께 존재하는 일종의 반동산(半動産)이다. 따라서 주택을 일반상품처럼 시장원리에 맡겨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주택정책은 시장원리에 맡기거나 혹은 주택의 복합적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수도권의 주택시장은 풀기 어려운 실타래가 되고 말았다.

이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정책이 동시에 시행되어야 한다. 공급의 측면에서는 부동산(不動産)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여기서 꼭 명심해야 할 것은 주택은 오늘 필요하다고 해서 내일 당장 공급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적게는 2, 3년 길게는 10년 이상이 필요하다. 따라서 주택공급은 경기 변동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반면 주택 수요는 수익성의 변화에 따라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동산 정책 즉 자금과 관련된 금융정책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처럼 주택의 공급과 수요 사이에 항상 불일치가 일어나게 마련이다. 따라서 주택의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수정하는 것이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 정책의 핵심이다. 그렇지만 주택시장에서 정부 정책은 부동산에 초점을 맞추어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를 운운하면서 헛다리를 짚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뒷북치기거나 그렇지 않으면 속수무책인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이제 학자나 정부는 주택 상품의 특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부동산과 동산 정책이 동시에 수행되어야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주택시장 부침(浮沈)은 근본적으로 수요와 공급 파동이 서로 일치하지 않음에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것이 일어나는 이유는 주택의 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이익을 얻으려는 욕구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산수익을 유동화하여 평소에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면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주택을 동산으로 바꾸는 정책으로 주택을 저당 제도를 활용하여 고가의 주택을 구매하고 차츰 갚아나가며, 퇴직 후 역저당 제도를 이용하여 월 소득으로 전화하여 활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책은 유연성이 떨어져 급변하는 주택시장에 대처하기 어렵다. 따라서 저당 제도와 역저당 제도를 서로 연동하여 자금의 입출금을 쉽도록 통장처럼 바꾸어 자금이 여유가 있으면 저당 제도를 활용하고 자금이 필요한 경우에는 역저당 제도를 활용하여 주택을 통장처럼 활용하는 통장주택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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