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행정전산망 마비를 시작으로 정부 전산망이 일주일 간 4번의 먹통 사태를 빚었다. 정부는 17일 전산망 마비 사태의 원인을 네트워크 장비의 포트 불량으로 결론지었지만, 전산망의 관리 부실과 사태 대응에 대한 비판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방행정전산서비스 개편 태스크포스(TF)’는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원인 및 향후 대책 브리핑’을 열고 전산망 마비 사태의 원인으로 네트워크 장비인 라우터(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결해 주는 장치)의 포트 불량을 꼽았다.
TF는 이번 장애의 원인이 네트워크 영역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조사 결과 라우터에서 패킷(데이터의 전송 단위)을 전송할 때 용량이 큰 패킷이 유실되는 현상이 확인됐다. 특히 1천500바이트 이상의 패킷은 약 90%가 유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TF 공동팀장인 송상효 숭실대 교수는 “패킷이 유실돼 통합검증 서버가 라우터로부터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패킷을 정상적으로 수신할 수 없었다”며 “지연이 중첩돼 작업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 전산망이 일주일 새 4번이나 멈춰 서면서 ‘디지털 재난’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 24일 오후 1시 57분께는 정부 모바일 신분증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이 모두 장애를 보이며 접속이 중단됐다. 해당 앱에서는 한때 ‘모바일 신분증 발급 장애 안내’라는 제목으로 안내문과 지연 일시 등이 노출됐다. 23일 오전에는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에서 1시간가량 오류로 불통 현상이 발생했다. 22일에는 20여 분간 전국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 발급 업무가 장애를 겪다 복구됐다.
17일부터 사흘간은 전산망 마비 사태가 이어졌다. 공무원 전용 전산망인 ‘새올 행정시스템’의 사용자 인증 과정에 장애가 생기며 공무원 접속이 중단됐다. 현장에서 새올 시스템을 활용한 민원서류 발급이 멈춰 서면서 각 동 주민센터 등에는 증명서를 발급받지 못해 불편을 겪는 민원인들이 속출했다.
행정안전부는 전산망 마비 사태의 원인이 밝혀진 데 따라 유사한 포트 불량이 있을 수 있는 오래된 장비들을 전수 점검할 계획이다.
또 장애 발생 시 처리 매뉴얼을 보완해 국민에게 신속히 안내할 수 있도록 하고, 신속한 복구 조치가 가능한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지자체 민원실과 읍면동 주민센터는 27일부터 불편사항 신고 서식을 준비해 접수하고, 행안부는 접수된 불편 사항을 일괄 취합한다.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25일 TF 브리핑에서 “다시는 유사한 문제로 국민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어떠한 상황에서도 중단 없는 안정적인 디지털정부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세계적 수준의 디지털정부 명성에 걸맞은 편리하면서도 더욱 안정성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수정기자 ksj1004@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