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갤러리] 문자는 패턴(무늬)이 되고, 패턴은 의미를 가진다
[대구갤러리] 문자는 패턴(무늬)이 되고, 패턴은 의미를 가진다
  • 승인 2024.04.08 21: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물고기
임경인 작가의 ‘無-물고기’.

나의 작업은 물체의 형상을 본떠 그림에서 성립되어 만들어진 표의문자인 상형문자의 자유분방한 특징을 활용하여 조형적 요소와 원리를 디자인적 미감으로 표현한 패턴에 중점을 둔 것으로, 상형문자는 대개 그 원리가 회화에서 멀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고, 천지간의 물형을 그려내 그것으로 글자를 삼는 방법의 문자이다. 문자는 분명한 뜻을 지니고 있고 형태가 있는 시각적 기호로, 대상과 인식이 일치하고 현실에 존재하는 개체에서 반복, 연속, 변형 등 작가의 주체적으로 표현된 집합체인 패턴이 되어 문자로써의 본질은 사라지고 의미는 내재되어 있다. 실재는 사라지고 존재는 없는 것, 그러나 그 뜻은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각도에서 접근하여 고찰한 고유의 상형문자가 가지는 두드러진 특징을 부각하여 단순화한 기하학적 패턴으로 거듭나 재인식된 형태는 유(有)의 흔적이 무(無)로 자리 잡는 것이다. 패턴은 다양한 시각차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인식된 상태로 더 이상 문자의 의미를 찾지 않는다. 이것이 작가가 생각하는 무의 이념으로 작업의 바탕이 되고 명제에는 무(無)가 항상 붙는데, 무한함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문자가 가지는 유의성은 유지하고 미적 형식 원리에 따라 완성된 패턴에 흡수되어 구분되지 않고 집성된다. 문자는 사고의 표현 수단이고, 요소의 반복적 집합으로 전체 형태나 구조를 이루는 일부에 속하지만, 전제 조건의 필수 역할을 하는 중요 요소이자 일차적인 조건이 된다.

작가는 다양한 바느질을 이용하여 작업하는데, 현재는 다양한 색감과 광택을 가진 낚싯줄을 이용하여 표면의 질감을 극대화하고 시각적 효과를 증대시키는 작가만의 독창적인 표현 방식이 인상적이다. 이질적이고 이접적인 재료인 낚싯줄의 형체(선)를 형태(물)로 변형시키는 행위는 지나온 흔적의 원인이 되고, 결과물에 내재되어 있다. 패턴 전면에 중첩되어 투영된 낚싯줄은 패턴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자연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상형문자를 통하여 주제를 풀어가며, 획 하나하나의 그 의미를 새기고 해석함과 동시에 그 뜻이 변질되지 않도록 유지하고자 한다.

「無-물고기」는 물고기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 물고기 어(魚)를 활용한 작품이다. 魚는 칼 도(?), 밭 전(田,) 연화발 화(?)가 결합한 한자로, ?는 물고기의 대가리, 田은 몸통, ?는 꼬리, 지느러미를 나타내는데 바닷속 물고기 떼를 표현한 것이다. 전면을 뒤덮은 검은색 낚싯줄은 패턴과 어우러져 화면의 무게감을 더해 잔잔하고 깊은 어두운 바닷속을 표현하는 데 있어 더욱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無-봄비」는 봄 춘(春), 비 우(雨)로, 春은 풀 초(艸), 진칠 둔(屯), 해 일(日)이 결합하여 햇빛이 비치고 초목에 새싹이 파릇파릇하게 돋아나 생장하려고 힘을 쓰는 모습을 본뜬 상황을 나타내는 문자이고, 갑골문에서는 屯이 함께 그려져 있는데, 새싹이 올라오는 모습이다. 雨는 하늘, 구름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의 문자이다.

임경인-작가
임경인 작가
※ 임경인 작가는 2005년 대구대학교 미술·디자인학부 회화과(한국화)를 졸업 후 현재까지 성실히 작업하며 심동(心動)을 위한 작품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등록일 : 2023.03.17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