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수습부터 전 과정 상세 설명
유물 관련 다양한 논고 5편 수록
국립대구박물관(관장 김규동)은 ‘국립대구박물관 소장품조사연구8, 경상북도 청도군 고성이씨 이징 묘 출토복식’을 발간했다.
박물관은 경상북도 청도의 고성이씨 문중 묘 이장 때 발견된 출토복식류 117점을 2015년 기증받아 2022년까지 약 7년에 걸쳐 기증품 전체에 대한 보존처리를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수행했다. 그리고 기증품에 대한 과학적 분석에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법의학팀 등이 참여했다. 보고서에는 출토복식류 현장 수습 과정에서부터 과학적 분석 및 보존처리 결과까지의 전 과정과 출토유물의 상세한 설명을 담았다.
조사 성과 중 주목할 점은 무덤 주인(묘주)에 대한 내용이 적힌 묵서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묘주가 입고 있었던 의복류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묵서에는 묘주의 정확한 이름과 거주지, 생몰년 등이 적혀 있었다. 묵서에 따르면 묘주는 이징(1580~1642)으로 현재의 경상북도 청도군 이서면 수야리에 살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또 보고서에는 출토유물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 논고 5편도 함께 수록했다. 논고는 국립중앙박물관 박승원 학예연구사의 ‘이징 묘 출토 의복류의 구성과 특징’, 국립대구박물관 박운지 학예연구원의 ‘이징 묘 출토 직물류 보존처리 연구’, 국립전주박물관 박미선 학예연구사의 ‘이징 묘 출토 지류 보존처리 연구’, 국립대구박물관 이효선 학예연구사의 ‘이징 묘 출토 목제 치관제구 재질 분석’, 그리고 경희대 한국고대사고고학연구소 홍종하 교수의 ‘이징 묘에서 발견된 미라에 대한 생물고고학적 분석’ 등이다.
이 중 ‘이징 묘 출토 의복류의 구성과 특징’은 서울대 법의학팀의 해부학 교실에서 진행한 출토 복식의 해포와 수습 과정과 관련 영상을 토대로 당시 염습에 사용된 의복의 종류와 착장 순서를 비롯한 장례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징 묘 출토 지류 보존처리 연구’에서는 출토된 묵서 및 지류 뭉치의 섬유 종류를 분석함으로써 그 당시 종이가 닥나무 섬유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이징 묘 출토 목제 치관제구 재질 분석’에서는 목제 치관제구(장례에 사용하는 용품 및 장비)인 목곽, 목관, 칠성판, 운삽(발인할 때 영구의 앞뒤에 세우고 가는 널판) 제작에 소나무가 사용되었음을 밝힐 수 있었다. ‘이징 묘에서 발견된 미라에 대한 생물고고학적 분석’에서는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실시한 CT촬영, 고DAN 분석, 안정성동위원소 등의 생물고고학적 분석을 통해 묘주의 생물학적 삶과 관련한 정보를 밝혀냈다. 묘주는 조선시대 일반적인 남성보다 큰 키로 영양상태는 양호했고, 이소폐흡충증을 앓았으며,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었음을 확인했다. 또한 고기생학충 분석을 통해 생전에 농작물 외에도 민물고기나 가재 등을 날것으로 섭취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이번 연구는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의 조선시대 남성 복식 연구를 위한 자료 확보뿐만 아니라, 당시의 사회문화적 환경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보고서는 국립대구박물관 누리집의 일반자료실을 통해 누구나 쉽게 ‘내려받기’하여 이용할 수 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