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꽃이 피면
복숭아꽃이 피면
  • 여인호
  • 승인 2024.04.15 21: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4년 3월 31일 일요일에 화양연화 농장의 복숭아꽃이 피기 시작했다. 동네 형님들은 예년에 비해서 좀 늦은 편이라고 한다. 천도복숭아 계열의 신비라는 복숭아이다. 천도복숭아는 털이 없는 게 특징이다. 비가 잦고 흐린 날이 많아서 생각만큼 꽃이 피지는 않는다. 첫 꽃이 피고 5일이 지나니 절반 정도 꽃이 피었다. 신비복숭아는 동생과 함께 2022년 3월 13일 일요일에 15 그루를 심었다. 같은 날에 금봉복숭아 20 그루와 스위트퀸 20 그루도 같이 심었다. 스위트퀸은 천도복숭아 계열이고 금봉복숭아는 털이 있는 복숭아이다. 땅심이 좋아서인지 복숭아나무가 잘 자랐다.

영호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아버지는 천도복숭아를 재배했다. 집에서 200여 미터 떨어진 밭이다. 복숭아꽃이 피기 전에 집에서 신문지 등의 종이를 사서 봉지를 만들었다. 지금은 농자재를 파는 곳이면 어디서나 만들어진 봉지를 살 수 있다. 꽃이 지고 작고 매끌매끌한 복숭아가 옹기종기 달리면 될성부른 것만 남기고 솎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복숭아가 너무 크기 전에 봉지를 싸는 작업을 했다. 그 작업을 하기 전에 종이봉지에 노란색 황을 조금씩 넣었다 병충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도 과일나무에 제일 먼저 치는 약이 황이나 그 계통의 약이다. 수확한 복숭아를 밭에서 집에까지는 나르는 것은 오로지 아버지의 지게였다. 지금은 그 밭의 절반은 김가네 맛꼬방의 산실 역할을 하는 고추, 배추, 무 등을 재배하고 나머지는 자두나무가 있다. 그 중간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고단했던 심신을 합장해서 편안하게 쉬고 있다.

복숭아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이다. 세 명의 영웅호걸이 복숭아나무 밭에서 “우리가 비록 성은 다르나 의를 맺어 형제가 되었으니, 마음과 힘을 합해 곤란한 사람들을 도와 위로는 나라에 보답하고 아래로는 백성을 편안케 하며, 같은 날에 태어나지 못했어도 같은 날에 죽기를 원하니, 하늘이 굽어 살펴 의리를 저버리고 은혜를 잊는 자가 있다면 하늘과 사람이 함께 죽이소서.”라고 맹세했다고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 나온다. 혹자는 사실이 아닌 가설이라고 하지만 그게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뒤에 도원결의는 형제를 맺거나 뜻이 맞는 사람들이 사리사욕을 버리고 공동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합심할 것을 결의하는 일을 나타내는 말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교사로 6년, 교감으로 2년, 교장으로 3년, 모두 11년을 근무한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는 도원동에 있다. 도원동은 법정동과 행정동이 동일하다. 도원동이라는 명칭은 골짜기가 깊고 경치가 좋아 중국의 시인 도연명의 시 도화원기에 나오는 무릉도원과 같다 하여 ‘도원동’이란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일설에는 복숭아 꽃잎이 물에 떠 내려와 그 근원을 찾아가 보니 복숭아 꽃밭이 넓게 펼쳐져 있고 주변 풍광이 아름다워 도원동이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에서 근무한 11년은 도원결의, 도원동의 유래만큼이나 좋은 추억이자 화양연화의 시절이었다. 교사 6년은 약간 우쭐해하던 시절이었다. 교감 2년은 조금은 성숙하고 근본에 대한 생각이 깊었던 때였다. 교장 3년은 교직 생활의 마무리이자 함께 도원결의를 하는 날이자 오늘도 참 좋은 화양연화의 시절이었다.

복숭아꽃이 피기 시작하면 어릴 적 부모님의 고단했던 농사일을 생각한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지극정성으로 농사를 지었다. 그 지극정성과 누나들의 희생으로 가난에서 벗어나고 그리 궁하지 않은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제 영호는 그 부모의 길을 가고 있다. 농사를 지으면서 가끔은 학교에 있을 때 좀 더 잘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는 몰랐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복숭아꽃이 피면 화양연화, 오늘도 참 좋은 날이다.



김영호 <(전) 대구교대대구부설초등학교 교장>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