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쿵' 의성 국가지질공원 이야기] (5) 엄마 손등처럼 갈라진 해망산 거대건열구조
['심쿵' 의성 국가지질공원 이야기] (5) 엄마 손등처럼 갈라진 해망산 거대건열구조
  • 윤덕우
  • 승인 2024.04.15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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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꽃이 피해간 지층…지구가 뜸 들인 균열이 있다
해망산 굴참·소나무 군락 속 ‘건열’
수직 방향 크랙 20여개 총 30m
1m 깊이는 세계적으로 드물어
가뭄에 갈라진 흔적의 암석화
따뜻·건조한 초기 백악기 영향
지구 건조·습윤 주기 파악 가능
 
해망산거대건열구조
해망산 절개지에 드러난 거대건열구조. 의성군 제공

△흙·풀을 쌓고, 분뇨·부식퇴비로 농작물을 키우듯이

의성군 지질공원을 탐사하면서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자주 난다. 그 이유는 퇴적층, 퇴적암, 퇴적물 등으로 퇴적이란 단어가 어릴 때 뒷마당 한구석에 쌓아놓았던 퇴비 더미를 닮았다. 당시 비료 살 돈이 없었다. 산과 개울에 온갖 풀을 베어다가 흙과 인분은 물론 가축 똥오줌까지 섞어 차곡차곡 쌓아놓고 한참 뜸을 들였다. 여기서 “뜸을 들인다”라는 말은 오늘날 미생물학적 용어론 숙성(熟成)이다. ‘홍어’와 ‘등겨장(麥糠醬)’이 대표적인 숙성식품이다. 등겨장은 보드라운 보리등겨를 보리 개떡과 등겨를 발효시킨 것이다. 등겨장의 맛이 시큼하다고 해서 시큼장, 시금장, 개떡 장, 즙장(汁醬, 끈끈한 액이 많았다고 해서) 혹은 비빔장(밥 비벼 먹는데 좋다고 해서) 등으로 불렸다. 시큼한 맛은 무 혹은 엿기름과 같이 소화제 성분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등겨장을 숙성시키기 위해 퇴비 더미 속에 넣어서 발효열을 이용했다. 운이 좋을 땐 야생 꿩 알이나 뜸부기 알을 주워 거름더미 속에 집어넣어 알을 까서 꿩 혹은 뜸부기 새끼를 얻기도 했다. 보드라운 보릿겨 된장을 퇴비 더미 속에다가 숙성시켜 만들었다 해서 ‘거름 장’ 혹은 경상도 사투리로 ‘걸금 장’이다. 퇴비 더미에 미생물들이 부식되면서 55℃ 내외로 발열한다. 이를 이용해 술(농주)과 같은 음식물까지 발효시켰다. 심지어 알을 품지 못하는 야생 기러기 알이나, 탁란(托卵)도 못 하는 철새들의 알을 거름더미를 이용해 알을 부화시켜 새끼를 키우기도 했다.

이처럼 아버지는 풀과 흙 쌓기, 뒤섞고 다지기, 부패·번식 혹은 숙성하기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퇴비를 만드셨다. 퇴적암이 생성될 때도 풍화작용, 침식·운반작용, 퇴적작용, 속성작용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속성작용(續成作用)은 퇴적물이 운반·퇴적된 후 오랜 세월에 걸쳐 단단한 암석으로 굳어지기까지의 물리·화학적 변화를 포함하는 변화과정으로, 다짐작용(compaction)과 교결작용(cementation·膠結作用)이 있다. 다짐작용은 퇴적물이 두껍게 쌓이면 아랫부분 퇴적물은 윗부분의 퇴적물 무게에 의해 눌리면서 퇴적물 입자 사이의 간격이 줄어들고, 그 사이에 있던 물이 빠져나가면서 치밀해지는 작용으로 다른 말로는 치밀화작용, 압밀작용이라고도 한다. 교결작용은 퇴적물 입자들 사이의 공간에 광물질이 퇴적되거나 침전되면서 퇴적입자 사이의 간격을 메워주고 입자들을 서로 붙여주는 작용을 말한다.

 

돌담을 쌓은 듯이 갈라진 건열구조
마치 인공적으로 돌담을 쌓은 듯한 사암층. 의성군 제공

△해망산(海望山) 거대건열구조(巨大乾裂構造), 교과서를 펼친다.

의성군 안계면 안정2리에서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 굴참나무와 소나무가 무성한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안정리 산1번지에 이르면 노두(露頭)가 나타난다. 노두란 지표면에 암석이나 지층 등이 토양이나 식생으로 덮이지 않고 직접 드러나 있는 부분을 말한다. 바로 우리가 찾고 있는 지질명소, 해망산(海望山, 400m) 거대건열구조이다. 지질시대는 중생대 백악기 경상퇴적분지 신동층군 하산동층에 속한다. 해망산을 중심으로 북서쪽 화두산(火頭山, 290.7m), 골두봉(骨頭峰, 315m) 등 산지와 능선이 연결되어 있다. 남동쪽으로 300m 내외의 올망졸망한 산지가 이어졌다. 북동쪽으로 국사봉(國師峰, 520m)과 봉암산(鳳巖山, 452.7m)이 어깨를 겨눠가며 오순도순 모여 있다. 해망산과 이어져 광산천(光山川) 유역분지를 만들었다. 북쪽 사면은 신평천(新平川)의 발원지, 서쪽 사면은 화신천(花新川)의 발원지가 위천(渭川)으로 유입된다. 광산천, 신평천 그리고 화신천 3개의 분수계로 역할을 하고 있다. 해망산의 기반암은 퇴적암이다. 점토질 퇴적암에는 폭 30m에 수직 방향으로 갈라진 크랙(crack)이 약 1m 내외의 깊이로 20여 개가 발견된다.

해망산 거대건열구조의 균열은 면구조로, 3개의 우수한 방향이 나타나며, 동일한 물질이 위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균열을 채우고 있다는 점에서 건열(mud cracks, 乾裂)로 추정한다. 건열은 퇴적 구조(sedimentary structure) 중 하나로, 퇴적 구조란 퇴적물이 쌓이는 당시 환경을 반영하여 나타나는 특징적인 지층 형태로, 순서나 배열, 모양 등의 패턴이 육안으로 관찰되는 것을 말하며, 점이층리, 사층리, 연흔, 건열 등이 있다. 건열은 주로 점토질 퇴적암이 건조한 환경에서 갈라져 만들어진 퇴적구조로, 쉽게 말해 가뭄에 점토질 땅이 거북 등처럼 불규칙한 다각형으로 갈라진 흔적이 암석에 남아있는 것을 말한다. 이는 매우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인 초기 백악기 시기의 퇴적환경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건열은 퇴적암에서 흔히 발견되는 구조지만, 1m에 달하는 깊은 건열은 세계적으로 드물어 희소성의 가치가 있다.

△지구가 남긴 균열

미국 서부여행을 하다 보면, 우리나라 욕쟁이 할머니 맛집에서나 들었을 법한 “그년들 개년”이라고 욕을 하는 곳 ‘그랜드캐니언(Grand Canyon)’이 있다. 균열이 생긴 건 지층형성 뒤에 중압 혹은 토압에 의해서 물이 빠져나가 갈라진 것이다. 그 모양이 비전형적이고 이색적이다. 이 점에서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2021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큐리오시티 화성 탐사선이 전송한 사진 화성 표면에 육각형 균열이 있다. 과학자들은 그런 균열을 통해 건조와 습윤의 주기를 파악하고 있었다. 나아가 생명체 구성 요소를 배양할 수 있는지 등의 물리적 조건을 만드는데 착안하여 연구하고 있다.

균열은 인간사에도 적용됐다. 초한지(楚漢志)에서 항우(項羽, BC 232~ BC 202)의 책사였던 범증(范增, BC 278~ BC 204)은 BC 207년 거록대전(巨鹿大戰)에서 상대방의 전략을 미리 탐지했다. 그를 역이용해 진나라를 무너뜨리는 장계취계전략(將計就計戰略)에 당했던 진평(陳平)은 범증(范增)이 두려워 그를 몰아내고자 계책을 썼다. 또한 삼국지에서도 주유(周瑜, 175~ 210)가 적벽대전에서 조조(曹操)를 속여 부하 장수를 참수하게 하는 계책을 썼다. 바로 ‘이간계(離間計)’다. 손자병법에서는‘용간계(用間計)’라고 한다. 즉 오보(誤報) 던져주기 ▷ 조직 균열시키기 ▷ 내분 조장하기 ▷ 자폭하게 만들기 ▷ 난동과 폭망을 유도하는 계략이다.
 

다시-해망산거대건열구조1
해망산 거대건열구조 근접 사진. 의성군 제공

△해망산(海望山)을 오르며

한 초등학생이 해설하는 도중에도 손을 들고 질문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바람직스러워서, 해설을 끊고 질문을 받았다.“해망산(海望山)이란 한자로 바다 해(海), 바라볼 망(望), 그리고 뫼 산(山)이라고 해설했습니다. 여기서 바다를 바라본다는 건 엉터리거나 생뚱맞은 말인데요. 삼촌께서는 바다 같은 위천(渭川)이 보인다고 하던데요. 해안이면 몰라도 내륙 의성 땅에서 무슨 바다인가요.” 해망산(海望山)이란 이름을 정상에서 바다처럼 보이는 위천이 있기에 너무 커 바다로 표현했다는 분도 있다.

“우리 선인들이 바보가 아닌데, 아마도 무슨 깊은 뜻이 있는지요?” 해망산이란 산이 우리나라에 10여 곳이 있다. 단지 삼척 해망산만이 해안이라 설명이 필요 없다. 나머지 의성군, 화성시, 보령군 등에 있는 해망산은 내륙이라서 동해나 서해 등을 볼 수 없다. 여기서는 바다(海)는 산스크리트어(梵語)에서‘바다(baddha)’는 어머니(mother)라는 뜻이다. 그래서 “어머니처럼 모든 걸 다 받아 준다”는 뜻이다. 그래서‘큰물(大水)’을 ‘바다(sea)’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한자 바다 해(海)를 뜯어보면 물 수(水), 사람 인(人) 그리고 어미 모(母)자로 결합했다. 곧 “모든 물을 인간 어머니처럼 가지리 않고 받아들이는 곳”이 바다다. 좀 어렵지만, 합천 해인사(海印寺)가 해안변도 아닌 내륙임에도 “해인(海印)이란, 바다가 만상을 비추듯이 세상만사의 이치를 깨닫게 하는 부처의 지혜”다. 물리적 바다가 아닌 지혜의 바다다. 불교에선 해인삼매(海印三昧), 해인정(海印定) 혹은 대해인(大海印)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이같이 의성에 살았던 선비들도 어머니처럼 넓고, 밝고, 반듯하게 세상만사를 다 받아들여서 녹아내는 바다를 생각해 내었다. 선인들은 해망산에 올라서 그리운 고향 어머니 혹은 사라져버린 신기루 같은 한때를 멍하니 바라다봤다. 그 덕분에 “마을 뒷산에 오르면 나라가 작아 보이고, 태산에 오르면 천하가 작아져 보이더라”는 호연지기를 도야했다.

해망산의 독수리 모양이 불교의 영산. 인도 라지기르(Rajgir)에 있는 영취산(靈鷲山)을 닮았다. BC 600년경 석가모니가 그곳에서 사람들에게 행복의 비결을 설법했다. 물론 나지막한 물 섶 야산이라는 점에는 AD 30년경 예수 그리스도가 갈릴레이 호수 옆 야산에서 산상수훈(Sermon on the Mountain)을 말씀하신 산과도 같다.“마음이 가난한 그대는 행복할 하실 것입니다. 그대가 가시는 그곳은 천국일 될 것입니다. 슬퍼하는 그대에겐 행복이 기다리고 있으니, 누군가로부터 위로를 받을 것입니다. 온유한 그대에게 행복 바이러스는 창궐할 것이니, 흑사병이 인간의 희망을 멸종하지 못했으니까요.” 라고 숲속 솔새 한 마리가 지저귀고 날아간다. 그래서 바다 같은 넓은 개천지(開天池) 못에 해망산 그림자가 보인다. 그래서 해망산에 올라서 산상수훈을 들었다.

산 노래는 우리나라에서도 설악가, 칠봉산, 울고 넘는 박달재, 추풍령 고개, 비 내리는 고모령, 팔공산 노래 등이 있다. 욕심 같아서는 해망산도 노래 한 자락 할 수 있게 자체 노래를 가졌으면 좋겠다. 오늘은 준비된 해망산 노래가 없으나 나훈아(본명 崔弘基, 1947년생) 의 ‘천년 산(千年山)’을 불려본다. 해망산 야생화를 어루만진 산들바람이 코끝을 스치며, 산사의 풍경을 흔들어 석불사 봄 잠을 깨운다!
 

균열만 보고 떠나기 아쉽다면
해망산 동쪽 중턱에 천연동굴
동굴 안 문화재 석조여래좌상
석굴 사찰엔 60m 호위무사도
1530년대 이전 축조한 개천지
인근 개천사·부처 바위 볼거리


△석불사와 개천지를 둘러보고 가자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해망산 거대건열구조만을 보고 떠나기는 뭔가 아쉽다. 해망산의 다른 이름은 굴암산(窟巖山)이다. 동쪽 중턱, 병풍처럼 둘러싸인 암벽에 천연동굴이 있다. 그 동굴 안에는 경상북도 문화재 제56호 석조여래좌상이 있다. 암벽에 산 제비집처럼 석불사(石佛寺)의 석굴법당이 있다. 산신각과 동굴 법당을 지키는 60m나 되는 거대한 암벽 호위무사가 위용을 보여주고 있다. 이 불상은 도내기 마을의 해망산 중턱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동굴에 모셔져 있으며 대체로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또한 이 불상은 통일시대 불상을 따른 고려 시대 불상의 특징을 보이고 있는 귀중한 실례가 되고 있다고 한다. 석불사가 있는 해망산은 경북 의성 비안면, 안계면, 안평면, 신평면의 경계지역에 있다. 석불사는 행정구역상 ‘비안면 자락리’ 뒷산으로 의성IC에서 안계 방면으로 4km 지점 비안면에서 석불사 표지판을 따라가면서 해망산 중턱까지 올라가면 된다.”

그곳에서 고고히 의성(義城)들을 내려보면, 해망산에 핀 온갖 야생화의 사타구니를 다 어루만진 산들바람이 코끝을 스쳐 갈 때는 아리따운 선녀의 분내가 난다. 가만히 참선에 든 산사 처마 끝 풍경(風磬)을 마구 흔들어 댄다. 석불사의 노승은 춘정에 못 이겨 애매한 목탁만 두들겨 팬다. 이렇게 석불사는 봄 잠에서 스르르 깬다. 갖고 있던 스마트폰으로“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이 시대 마지막 소리꾼 장사익(의 ‘봄날은 간다’를 들으면서 산에서 조심스럽게 내려온다.

개천지(開天池)는 안계면 봉양리 851번지 일대, 못 섶에 공적비 4개 있다. 즉 조선시대 비안 현감 2명과 제방축조에 공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개천지 축조연대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단지 1530년 간행된 동국여지승람이 기록이 있는 걸 봐서 1530년 이전에 축조했다. 공적비에는 1813(순조13)년 비안 현감 현인복(玄仁福), 고종(1852~ 1909) 때 비안 현감 남임린(南賃麟), 그리고 1912년 강기덕(康基德)에 대한 개천지 중수에 공덕을 기록하고 있다. 1792(영조5)년 비안여지승람(比安輿地勝覽)에선 구개천지(舊開天池)와 개천지(開天池)를 병행기록하고 있다. 구개천지(舊開天池)는 길이 490척, 개천지(開天池)는 길이 1,160척, 가로 750척이다. 1952년 11월에서 1959년 12월 준공 당시는 경상북도 최대 저수지로 제방 길이 258m, 높이 18m, 물넘이 길이 85m, 저수량 400만 톤이다. 면적을 살펴보면, 만수 면적 60ha, 유역면적 1,855ha, 수리(몽리)면적은 700ha이다. 개천지(開天池)에서‘하늘(天)이란 정치적인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의 ’하늘(天)‘이 아니다.“백성에겐 먹는 게 하늘이다(民以食爲天).”라는 뜻이다. 즉“백성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연다(飽食之天).”는 애민사상이었다. 개천지 인근에는 개천사(開天寺)라는 작은 사찰이 있다. 그 사찰의 뒤 산엔 부처 바위(佛巖)가 있다. 옆에는 개천지로 기어 올라가는 형상을 한 자라목이 있다. 개천지에 많은 물을 모아주는 거대한 깔때기는 해망산의 분수령이다. 오늘날은 낙동강 지류를 양수해 개천지 유지수량(維持水量)을 공급하고 있다.
 

 
글 = 이대영 코리아미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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