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 갤러리 기획전 ‘VI·SIC’전…내달 19일까지
윤선 갤러리 기획전 ‘VI·SIC’전…내달 19일까지
  • 황인옥
  • 승인 2024.04.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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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인 감동으로 소통하는 음악과 같은 시각예술
◇ 이용백
소통 없으면 작품도 ‘덩어리’
◇ 임현희
캔버스에 먹물 흘려 중력과 협업
◇ 김현식
평면의 여백·공백이 공간으로
◇ 박인성
유물이 필름과 접목해 미래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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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백 작 ‘피에타’
김현식 작
김현식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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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희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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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성 작

지금 전시가 한창 진행 중인 윤선 갤러리 기획전 ‘VI·SIC’전은 비주얼 아트(visual art)와 음악(music)의 합성어다. 직접적인 감동으로 소통하는 음악과 같은 시각예술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참여 작가는 이용백, 김현식, 임현희, 박인성 등이다.

◇ 이용백 작가의 예술의 본질 탐구

이용백 작가는 이번 전시에 영상과 조각 작품을 설치했다. 하지만 그에게 “장르 구분은 무의미”하다. 

그에겐 영상도 조각의 연장으로 다가온다. 여기에는 물질을 토대로 한 아날로그 조각이나 0과 1이라는 컴퓨터 명령어로 구현한 디지털 조각 역시 조각의 범주에서 서로 교통한다는 입장이 깔려있다. 이용백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공존을 우리 사회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현실과 더불어 예술에서도 두 세계는 공존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이번 전시작은 미켈란젤로의 조각 ‘피에타’를 오마주 한 영상 작품을 먼저 제작하고, 영상 속 조각 형상을 전통 조각으로 재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는 전통 조각마저 디지털 소프트웨어를 활용한다. ‘피에타’를 디지털 프로그램을 활용해 2천개의 조각으로 설계하고, 설계도를 토대로 스테인레스 재료로 실물로 제작한다. 정확히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주다. 

작업은 그가 디지털과 아날로그에서 경험한 서로 다른 차원의 바이러스에서 영감을 받아 진행된다. 작업의 출발은 컴퓨터 바이러스였다. 20여년전, 먹고 살기 위해 방송 작가 일을 병행했고, 영상 편집 중에 바이러스로 컴퓨터가 셧다운 되기 전에 블루스크린(Blue Screen)이 뜨는 현상을 종종 목도했다.

‘블루스크린’은 그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블루스크린이 뜨면 미처 저장하지 못한 편집영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에게 블루스크린은 또 다른 차원의 죽음처럼 다가왔다. 그 영향으로 블루라는 색은 그에게 디지털 소통을 위한 길목을 차단하는 대상처럼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그는 망설임없이 화면 속 블루나 블루스크린에 뜨는 오류 발생 문구를 차용한 영상 작업을 시작했다.  

디지털 바이러스와 현실 속 바이라스가 그의 작업에서 조우 한 것은 코로나 19 바이러스 팬데믹 시기.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세상은 멈춰 섰고, 그런 세상을 마주하자 컴퓨터 바이러스로 인한 셧다운 현상과 겹쳐져 다가왔다. “코로나 19로 미술관 문을 닫는 것을 보면서 미술관에 전시된 로댕이나 미켈란젤로의 조각을 차용해 블루스크린을 오마주 한 작업을 제작했어요.”

영상에는 미켈란젤로의 조각 ‘피에타’를 덮고 있는 천이 종이 울리면 바닥으로 흘러 내려 천 속의 조각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컴퓨터 화면의 블루스크린이 뜬 후 컴퓨터가 셧다운 되는 현상과 닮아있다.  그런 생각의 이면에는 "점점 심화되는 미술 작품의 상업화에 대한 비판"도 깔려있다. 

이런 비판적인 시각 이면에는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에 대한 그의 사유가 녹아든다. “예술 작품의 진정한 소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진정성에 있다고 봅니다. 진정한 소통을 하지 않을 경우 작품을 소유했더라도 그것은 물질덩어리에 불과하고, 가슴 깊이 감동했을 때 진정한 소통을 한 것이고, 그는 작품을 소유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영상 속 '피에타' 조작이 허물어졌지만 진정으로 그 작품을 이해했다면 그는 진정 '피에타' 작품의 소유자로써 자격이 있다는 의미였다.   

◇ 김현식 작가의 선으로 구현한 사유의 공간

수많은 작가들에 의해 평면 탐구는 시도됐고, 결국 프랭크 스텔라에 이르러 평면은 공간으로 뛰쳐나와 조각으로까지 변주되는 모험을 감행했다. 김현식 작가의 탐구 주제 또한 일관되게 평면이다. “평면에 무엇을 담을 것인지?”가 그가 탐구하는 예술적 담론이다.

그는 평면을 프랭크 스텔라와 정반대로 바라봤다. 평면을 공간으로 확장시키는 것보다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는 쪽을 택했다. 사회현상이나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을 상기하기보다 ‘평면 탐구’에 흥미를 느낀 그는 평면을 내면과 연결지으로 노력했다. 평면이야말로 깊이를 알 수 없는 무한한 침잠의 공간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그에게 있었다. 

사유의 공간을 구축하기 위한 실마리로 그가 지목한 것은 선(線)이다. 수많은 선들을 평면에 구축하는 방식으로 추상의 공간을 형상화해 갔다. 그 중심에 현(玄)이라는 개념이 자리한다. 허(虛)·공(空)·무(無)의 역설적인 존재성이 ‘현(玄)’으로 치환된다. 그에게 현은 “우주 작동 원리이자, 도가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결국 선으로 구현된 화면 속 추상의 공간은 그에게 “신의 공간”이었다.

“제게 선(線)은 현악기의 현일 수도 있고, 한 개인일 수도 있고, 역사의 어떤 것들을 이어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기초적인 것은 깊이 있는 공간에 대한 표현이라는 것입니다.”

그에게 신의 영역은 곧 자연의 영역이다. 신과 자연의 동일시다. 문제는 신의 영역을 인간의 영역으로 시각화하는 것이다. 그가 주목한 것은 여백이다. 그는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표현이 시라고 보고 신의 영역, 사유의 영역을 작가의 의도가 담긴 시적 여백이나 공백으로 시각화해갔다. 그것은 곧 형태나 물질을 떼어 낸 공간이다. “평면이 단순화 평면으로 있지 않다는 것을 공간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의도였다. “결국 현을 그림으로 표현했을 때 가장 적절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여백이었어요.” 

선은 다양한 색채로 구현된다. 하지만 작가는 색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색을 다 벗겨냈을 때 투명하게 보이는 공간이다. 선 자체의 의미를 보다 선을 반복해서 긋는 과정에서 선과 선 사이에서 비집고 나오는 무한한 공간이 그의 관심사다. "색으로 공간을 덮었을 때보다 선을 반복적으로 그었을 때의 공간일 때 인지할 수 있게 됩니다. 시각적으로 드러난 3차원 공간 때문이죠."

◇ 임현희 작가의 울림과 깊이로 점철된 검은 바다

임현희 작가는 중력과의 협업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먹물을 캔버스에 흘려 중력의 흐름으로 형상화한다. 때로는 작가의 의지와 충돌하고 투쟁하고, 어떤 때하는 화해하고 양보하며 회화를 완성해간다. 그렇게 구축된 화면에는 검은 하늘을 닮기도 하고, 검은 바다를 떠올리기도 하는 형상들이 자리를 잡는다.

그의 평면 작업은 검은 밤바다에서 느낀 울림에 대한 표현이다. 어느날 밤바다를 보고 느낀 감성이 작업으로 연결됐다. 멀리서 밤바다를 보면 종잇장처럼 되게 얇게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파도의 울림이나 깊이감을 느끼기 마련인데, 그는 바로 그런 현상을 표현하는데 집중한다. 특히 종잇장처럼 얇은 바다 속에 숨겨져 있는 깊이에 관심을 기울인다.

화면 속 소용돌이치는 검은 바다는 생각보다 표면이 얇다. 토너 가루의 효과다. 작업 초기에는 “천 번의 숨”으로 형상화했다. 끝을 알 수 없는 깊이감에 대한 상징적인 단어였다. 하지만 지금은 “한 모금의 숨”으로 개념을 확장했다. 깊이라는 것이 양적 팽창만 있는 것은 아닌 까닭이다. 질적 상승도 있는 것이다. “천 번의 숨이나 한 모금의 숨이나 깊이는 다르지 않습니다.”

재료는 토너 가루다. 토너 가루는 우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선택됐다. 붓으로 토너가루를 뿌리고 물을 뿌리면 표면에 흡수되고, 중력에 의해 흘러내린다. 이때 감정은 최대한 절제하고 즉물적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대개 회화는 색을 쌓아가는 플러스 방식이라면 그의 작업은 마이너스 방식이다. 바로 이 지점이 그의 작업이 가지는 독자성이다. 토너 가루를 표면에 올렸을 때의 표면이 가장 두터웠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잉크가 흘러내리면서 점점 얇아지게 된다.  

◇ 박인성 작가의 디지털과 아날로의 접목

박인성 작가의 취미는 아날로그적인 요소들이 강했다. 하지만 세상은 점점 디지털화의 심화로 흘러갔다. 디지털 환경을 무시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시대적 상황을 목도하며 그의 관심사는 “디지털에 어떻게 아날로그를 접목할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그는 몸으로 부딪히고 신체기관을 통해 감각하거나, 실제 존재하는 대상에 무언가를 더하거나 빼는 행위를 통해 효용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런 아날로그적인 취향에 시대의 산물인 디지털을 부가한다.

그가 디지털에 갖는 시선은 양가적이다. 디지털이 인간 삶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입장이지만, 가상의 공간에서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미지들이 범람하는 것에는 마냥 긍정적일 수많은 없다는 시선을 견지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세상과 현실 세계의 차이점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결과는 그 둘을 모두 수용하는 것이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차이점은 많겠지만 핵심은 물성의 존재 유무에 있다. 디지털 세상에서 현실보다 더 완벽하게 시각적인 구현을 할 수 있지만 무게와 빛에 의해 드러나는 그림자는 아날로그 세상의 전유물임에 틀림없다. 그는 디지털 이미지를 끄집어내고 여기에 현실세계의 물성을 주입하는 방식을 무게를 부가한다. 이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그의 작업에는 예술 매체가 총망라되고 인류의 문명사가 집약된다. 회화와 조각과 디지털 사진이 만나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조우한다. 그에게 사진은 이성이 역사적으로 축적되어 만든 문명이며, 회화는 저 세계의 상징이며, 조각은 본능의 몸짓을 상징한다. 그의 작업은 말하자면 인간의 역사와 몸짓의 총합인 것이다. 오마주된 과거의 유물이나 건축물과 디지털로 스캔된 필름 이미지를 접목하며 과거와 현재를 결합한다. 이를 통해 미래의 새로운 가능성까지 모색하는 여정으로 연결짓는다.

평면과 설치 작품을 전시한 이번 전시에는 블루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그에게 색은 감정의 영역 밖에 있다. 그는 색이 가진 사회적인 역할이나 내용에 주목한다.  “색에 부가된 상징적인 개념만 차용합니다.”  

이번 블루는 지금의 그린 스크린 이전 블루 스크린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린 스크린 이전의 영화 작업은 크로마키 방식으로 제작됐고, 주로 청색이 많이 쓰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린으로 대체됐다. 그는 스크린의 블루가 사라진 배경에 "사회적인 어떤 비용을 줄이고 시간을 단축하고 영화 산업을 빨리 산업을 채찍질하기 위해서"였다고 진단한다. 산업에서 밀려난 블루는 그에게 여전히 매력적이어서 양가적인 감정을 불러온다. 

 

전시는 5월 19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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