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입니다] 박준식(노비스르프) 작가 “막막한 예술가 앞날에 ‘삼보미술상’은 작은 등불”
[나는 청년입니다] 박준식(노비스르프) 작가 “막막한 예술가 앞날에 ‘삼보미술상’은 작은 등불”
  • 윤덕우
  • 승인 2024.04.16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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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모터스·삼보문화재단 제정
원로작가1명·청년작가 2명 선정
작품 활동 비용·전시 개최 지원
지역기업 ‘근자열, 원재래’ 의지
박준식
불을 자신만의 회화기법으로 발전시킨 박준식 작가가 작업실에서 전시할 작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지역사회는 ‘근자열, 원재래(近者悅 遠者來)’의 실천이 필요한 시점

필자는 지난 10여 년 동안 지역에서 무수히 많은 청년들을 만나왔다. 청년 한 명 한 명의 서사는 지역이 생동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였다. 그리고 그들의 성장과정은 지역을 더욱 가치롭게 만들어주는 기폭제라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 이때부터 필자는 지역 청년들의 이야기를 ‘나는 청년입니다’를 통해 기고하게 됐다. 청년들의 성장 스토리는 개인 브랜드 확산의 의미를 넘어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지역에서 더 많이 행복하고 더 크게 성장하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대도시로 떠난 청년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마법을 보여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즉, ‘근자열, 원재래(近者悅 遠者來)’를 실천하는 지역사회의 노력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필자가 지역에서 만난 청년들 중에는 지역에서 문화예술을 통해 성장하기를 꿈꾸는 새내기 작가(아티스트 등)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서 포인트는 ‘새내기’라는 단어이다. 새내기 작가들은 보통 통통 튀는 감각과 그 어떤 비바람과 폭풍우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강직함을 앞세워 등장한다. 지역사회는 신인의 등장을 반기며 순식간에 그들은 지역의 ‘스타’로 포장한다. 그리고 정부사업의 새로운 플레이어로서 그들을 전면에 앞세운다. 문제는 새내기가 새내기가 아니게 되었을 때의 계속성이다. 행정영역에서 특정인에게 계속 지원은 특혜로 비치거나 변질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분명한 지원근거가 없다면 계속 지원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작품활동에 매진해야 하는 작가들은 생계를 동시에 고민하며, 지역사회에서 관심을 받는 짧은 시간 동안 대중을 매혹시킬만한 작품 또한 만들어 내야 한다. 거의 불가능한 미션이다. 그렇다 보니 지역에는 10년 이상, 20년 이상 한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예술세계를 확장시켜 나가며 계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작가들이 많지 않다.

문화예술은 언제나 배고픈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다. 개인의 사회, 경제, 문화적 배경을 제외하고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소위 투자 대비 회수율이 낮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또한 회수가 된다고 하더라고 그 시점은 인간의 사회적 나이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3년 3월, 「삼보모터스(주)·삼보문화재단」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성장을 꿈꾸는 문화예술인을 위해 통 큰 지원을 약속했다. 미술 분야에서 창작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원로작가 1명과 청년작가 2명을 선정하여 ‘삼보미술상’을 시상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작품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지원금은 물론 기념 전시회 개최를 지원하여 ‘미술’을 테마로 한 ‘근자열, 원재래’를 실천하겠다는 지역 기업의 사려 깊은 의지였다.
 

박준식-작가작품1
박준식 작가가 불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母 죽음 이후 조모와 깊은 슬픔
물감·바니쉬·불 활용 그림 제작
“활동 지속 응원하는 의미 해석
관객 마음 치유할 작품 만들 것”

◇유년 시절은 생각이 점화되는 부싯돌

‘삼보미술상’의 첫 번째 주인공은 박준식(40) 작가이다. 박 작가의 활동명은 ‘노비스르프’이다. 노비스르프는 ‘불을 다루는 사람’이라는 뜻의 스웨덴어다. 박 작가가 불을 애정하며 불을 자신만의 회화 기법으로 발전시키기 시작한 지는 20년이 넘었다. 박준식 작가는 회화 작가로서 작품활동을 이어온 20년의 시간을 회상하며, ‘지독히도 외롭고 고독한 시간이었지만 자신의 삶을 지탱해 준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박 작가의 유년 시절은 어머니와 할머니의 품 속에서 보낸 따뜻한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그가 사랑한 두 여인의 관계가 주는 아쉬움이었다고 말했다. 그 시절 여느 한국의 가정이 그랬듯, 고부 관계였던 어머니와 할머니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 박 작가는 사랑하는 이들의 갈등을 바라보면서 ‘애증’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진 것 같다고 회상했다. 박 작가가 작가로서의 꿈을 그리고 있었던 2001년 어느 날, 갑작스럽게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치매에 걸리신 할머니와 단둘이 남게 되었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이때부터 자신의 작품 세계가 자신만의 색깔로 분명해지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부재는 말로 형언 할 수 없는 슬픔이었어요. 넘치는 사랑을 주셨던 분이셨거든요.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으셨던 할머니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오랫동안 힘들어하셨어요. 두 분은 사랑을 전제로 한 갈등을 이어오셨다는 것을 그제야 명확히 알 수 있었죠. 저는 슬픔을 이겨내고 할머니와 잘 살아보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어요. 그 과정에서 저는 제 감정선을 표현하기 위해 우연히 ‘불’을 활용해 봤는데, 정말 탁월했죠. 동양 물감과 바니쉬를 적정하게 섞은 안료를 캔버스에 올리고 부분적인 연소를 통해 무광과 유광을 띄는 무늬를 만들어가며 완성도를 높여가는 기법은 정말 특별했죠.”

박 작가의 작품은 인간의 희로애락 감정선을 평면 캔버스에 마법처럼 펼쳐 놓은 것 같다. 잿빛이 도는 흰 점과 선은 기백이 느껴지는 몽환적인 느낌이다. 단순히 그을리거나 재를 활용해 문지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내고 작품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하는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작품을 감상한 많은 사람들은 박 작가의 작품을 통해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필자 또한 박 작가의 작품을 통해 이전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됐다.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저는 어머니와 할머니를 떠올려요. 그러면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수만 가지 감정선을 회상하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케치가 끝나요. 제 유년시절은 작품을 시작하게 만드는 부싯돌 같다는 생각이에요. 작품 하나를 시작하게 되면 최소한 석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돼요. 그 시간 동안 저는 작품 속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수없이 오가는 경험을 하죠. 감사히도 제 작품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 중에는 제가 작업과정에서 느낀 감정선을 비슷하게 느끼시는 것 같더라고요”

◇20년 차 전업 미술작가의 매혹적인 붓 터치

지역사회에서 박 작가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그가 표현하는 아름다움 속에 작가만의 특별한 시선을 담기 때문이다. 그것은 가족의 사랑이고 인간의 본성이다. 박 작가의 목표는 시각적인 ‘美’를 넘어 인간의 마음을 울림으로 치유해 줄 수 있는 작품활동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20년째 작품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생계형 작가도 아니고 생존형 작가입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겠습니까? 늘 흔들림의 연속이죠. 삼보미술상은 저에게 작품활동을 계속해도 된다는 응원의 메시지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막막했던 제 미래에 작은 등불이 되어 주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삼보모터스(주)와 삼보문화재단, 대구문화예술진흥원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박 작가의 작품은 단순히 아름답기 때문에 혹은 기법이 특별해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는 인간이 삶 속에서 마주하는 희로애락을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섬세한 시선과 진정성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박준식 작가의 매혹적인 붓 터치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해주고 있다. 또한 청년예술인들을 지역사회로 불러들이는 ‘근자열, 원재래’의 실천과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삼보미술상에 따른 기념전시는 올해 9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미나 (청년활동연구가/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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