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희 개인전, 갤러리 모나...‘완벽한 조형’ 인체의 본질 탐구가 과제
류승희 개인전, 갤러리 모나...‘완벽한 조형’ 인체의 본질 탐구가 과제
  • 황인옥
  • 승인 2024.04.2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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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관심’ 佛 유학때 의문 풀려
목탄 이용 모노톤 도로잉 시작
소통 위해 콜라주 등 변화 시도
개성 있는 작업세계 만들기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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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희 작

예술은 차가운 이성보다 변화무쌍한 격정의 영역이다. 예술가의 감정이나 심리가 예술을 끌고 간다. 류승희 작가의 작업은 여느 예술가의 여정을 따른다. 자신의 감정이나 심리를 작업의 에너지원으로 삼는다. 작업의 대상은 물론이고 소재와 작업의 내용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작가 자신으로부터 동떨어진 것이 없다. 시기마다 그를 짓누르는 감정이나 욕구가 작업의 실마리가 되고,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방법론이 되고 있다.

그의 작업을 언급하는 첫 번째 요소는 인물이다. 그는 대학 재학 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인체와 얼굴을 소재로 작업해왔다. 대학 때는 풍경 속 사람을 그렸고, 프랑스 유학 때부터 인물을 단독 주제로 부각시켰다. 프랑스 유학 시기 이방인의 외로움이 사람 관찰하는 버릇으로 표출됐다. 당시 깨달음 하나를 얻었는데, 그 깨달음이 이후의 그의 작업을 지배하는 저변이 됐다. 스쳐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지켜보며 “인체가 조형적으로 완벽하게 아름답다”는 발견을 한 것.

“제가 왜 대학 때부터 인체나 사람 얼굴에 무의식적으로 관심을 가졌는지 그때서야 의문이 풀렸어요.”

그의 인물회화에 확연한 변화가 찾아온 시기는 2015년. 목탄을 이용한 모노톤의 인체 드로잉이 잉태됐다. 사실 목탄은 미술 재료로 진부하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표현이 단조로운 반면, 물성이 거칠다는 단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통념은 그에게 통하지 않았다. “목탄을 처음으로 손에 잡았을 때 쳐져있던 기운이 단숨에 상승”하는 경험을 하며 목탄에 사로잡혔다. “제게 목탄은 진흙탕에서 발견한 보석이었요.”

원초적인 재료인 목탄을 사용하자 그의 회화도 보다 원초성을 띠었다. 회화에서 드로잉으로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몇 가닥의 선으로 구성하는 인체나 얼굴 등의 단조로운 드로잉을 시도했다. 하지만 화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강하다 못해 드세기까지 했다. 불필요한 것은 모두 태우고 본질만 남은 목탄처럼 그도 대상의 본질만 꿰뚫고 부차적인 형상들은 과감하게 버린 결과였다.

“인체 드로잉은 외형보다 내면, 실존보다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고자 하는 의지의 발로였어요.”

“본질을 표현해야 한다”는 갈증은 사진 발명 이후의 화가에게 내려진 준엄한 과제였다. 실존과 비교하면 그림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인식인데, 그는 승부수를 가장 밑바닥에 가라 있지만 가장 핵심인 본질에 두었다. 실존이 감추고 있는 내면까지 꿰뚫을 때 그림의 허상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것이 그에게는 본질에 대한 탐구였다.

“인체를 저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며 그림의 허상적인 성격을 극복하려 했어요.”

그의 의식이 향하는 지점이 본질인 만큼 본질의 실체를 탐구하는 것은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미학의 핵심인 황금비율은 이미 그의 관심 밖이었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외적인 형태보다 내적 기운에 집중하게 됐다. 그러자 “인체나 얼굴을 왜곡하거나 과장”하는 표현들이 자리를 잡았다. 내적 감정의 소용돌이가 과장과 왜곡의 형태로 드러났고, 표현주의적인 성격이 짙었다.

그의 목탄사랑은 7년간 지속됐다.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감정을 단숨에 펼쳐놓는데 목탄이 금상첨화였다. 왜곡이나 과장·원시주의·환상 등을 통해 생생하고 조화롭지 않으며 거칠게 또는 정력적으로 주제를 묘사함으로써 그 목표를 달성하는 표현주의적 성향이 짙은 그의 작업 스타일에 목탄은 날개를 달아주었다. “순간순간 변화하는 저의 내면의 강약조절을 목탄의 농담은 완벽에 가깝게 적용해 주었어요.”

표현주의라곤 하지만 엄밀하게는 느슨한 표현주의였다. 중심적인 형태는 계획을 하고 시작하고, 나머지는 즉흥적인 경향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표현주의와는 결이 조금 다른 것. “감정이 중심이 되지만 작업의 출발에서 큰 줄기는 계획을 하고 진행합니다.”

최근 그는 또 한 번의 변화를 감행했다. 목탄 대신 물감을 선택하고 신문이나 잡지 등의 콜라주도 적극 활용한다. 색도 모노톤 일색에서 금색이나 빨강 등의 채색을 시도한다. 이 모든 변화에는 변화에 대한 작가 스스로의 욕구와 무거운 목탄 대신 좀 더 편안한 작업을 요구하는 세상의 바람이 맞물렸다.

“관람객 중에는 노골적으로 ‘작업이 무겁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대중과의 소통에 무감각 할 수 없는 것이 예술이라는 생각에 변화를 시도했어요. 저 역시 새로운 물성에 대한 갈증이 있기도 했어요.”

신문이나 잡지 등의 콜라주와 드로잉의 결합은 이전에 설치 작업에서 사용하던 것의 확장판이다. 물감이나 목탄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화면을 다채로움으로 이끄는 요소로 그는 콜라주를 바라본다. “콜라주는 화면에 극적인 효과를 준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재료를 바꾸니까 저도 재미있고, 관람객도 흥미로워 했어요.”

콜라주와 함께 작은 얼굴이나 꽃, 화분, 손 등의 대상들도 자리를 잡는데, 이 또한 대중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다. 화면에는 등장하는 문자도 마찬가지다. 대개 문자는 개념을 이끌거나 보완하는 역할로 활용되지만 그에게는 조형적 구성의 다채로움을 위한 역할로 제한된다. 최근의 변화를 이끈 결정타는 작업실이었다. 그는 최근에 작업실을 넓은 곳으로 옮겼다. 공간이 넓어지자 좁은 공간에서 느꼈던 스트레스가 잦아들었고, 대형 작업도 가능해졌다. “공간이 사람을 누르는 것도 없지 않습니다. 작업실이 좁을 때는 공간에 눌려서 울기도 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그림의 조건은 무엇일까? 바로 ‘개성’이다. 작업을 오래하고 나이를 먹으면서 새삼 개성있는 작업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는 누가 봐도 ”류승희 인체 드로잉“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작업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가 지향하는 미술의 고지에 한 걸음 다가가고 있다는 의미다.

“독자적인 세계를 만들고 그것을 세상과 나누는 것이 미술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림을 딱 보면 류승희라는 이름을 떠올릴 수 있는 개성 있는 작업세계를 만들고 싶어요. 그것이 저의 평생의 과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최근 변화된 인체드로잉 작업들을 소개하는 그의 전시는 갤러리 모나에서 5월 3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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