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일상에 던지는 유머의 힘
팍팍한 일상에 던지는 유머의 힘
  • 여인호
  • 승인 2024.04.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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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학교 현장이다. 수업과 업무를 병행하다 보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새도 없다. 해야 할 일들 치여 표정은 점점 더 굳고 일상이 무미건조해지기 십상이다.

얼마 전, 팍팍한 일상 속에서 가뭄의 단비 같은 유머를 경험했다. 올해 맡은 업무 중에 영재 수업 계획서를 모으던 중이었다. 수업 내용을 살펴보다가 ‘한 분 그리기’라는 글귀에 시선이 갔다. 수학 수업이었는데 한 분을 그린다는 게 이상하다 싶었다. 옆 칸에 적힌 학습 제재를 살폈다. ‘한 붓 그리기’라고 적혀 있었다. 내용을 비교해 보니 ‘한 분 그리기’가 오타라는 생각이들었다. 하지만 마음대로 수정할 수가 없었다. 수업 내용을 적어주신 선생님께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문자를 보냈다.

‘부장님, 수학 수업 내용을 살펴보니 한 분 그리기라고 되어 있는데 부장님이 그리실 분이 누구실지 궁금하네요.^^’

문자 끝에 웃음 표시 이모티콘을 넣어서 질문을 했다.

‘국어과 수업 연구교사이신 선생님께서 오타를 잘 찾으실지 테스트한 겁니다.^^’

답 문자를 읽으면서 웃음이 빵 터졌다. 부메랑처럼 돌아온 유머에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해졌다. 가벼운 문자를 주고받은 덕분에 웃으면서 일할 수 있었다.

형식적으로 질문하고 답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가벼운 농담을 건네듯 묻고 더 큰 웃음을 선물로 받았다. 유머의 힘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있다. 사람이 웃게 되면 15개의 안면 근육과 몸에 있는 230개의 근육을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그것만 해도 엄청난 운동 효과인데, 더불어 웃는 동안 혈액에는 세균에 저항하는 백혈구가 증가하고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호르몬이 줄어들기까지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다양한 유머를 구사하고 있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주변 사람들의 긴장을 없애주기 위해서 ‘미안!’이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하신다. 교감선생님께서는 의견에 동의하실 때면 ‘그라이~소!’라는 구수한 대구 사투리를 마치 부드러운 이태리어처럼 구현하신다. 누군가 던진 위트 넘치는 유머가 교생 실습 지도를 비롯한 각종 수업 공개, 국제바칼로레아(IB) 후보학교 등 바쁜 학교 일정 속에서도 윤활유가 되어 주고 있었다.

유머 있는 사람은 어디에서나 인기 만점이다. 결혼 이상형으로 유머 감각이 풍부한 사람을 꼽기도 하고, 유머 감각을 오감에 이어 여섯 번째 감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머라는 긍정의 리더십을 잘 활용한 정치인들이 있다.

영국의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질은 연설을 하려고 연단에 오르다 넘어진 적이 있다. 그 모습을본 청중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여러분이 웃을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넘어질 수 있습니다.”

윈스턴 처칠은 여유롭게 웃으면서 대중들과 공감할 수 있는 유머를 구현했다.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셀프 디스 유머로 유명했다. 미국 상원의원 선거에서 링컨과 경쟁하던 스티븐 더글러스가 링컨의 외모를 원숭이처럼 못생겼다고 하면서 두 얼굴을 가지 이중인격자라고 인신공격을 했다.

“만약 제게 두 개의 얼굴이 있었다면 이 얼굴로 나왔겠습니까?”

링컨은 더글러스의 비아냥거림에 재치 넘치는 답변을 하면서 청중들에게 큰 웃음을 안겨주었다.

피곤하고 긴장된 상황에서 누군가 건네는 유머는 기분 좋은 웃음을 선물해 준다. 이러한 웃음은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불편함을 줄여 주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매 순간 웃음이 엔도르핀이 되어 더욱 좋은 관계를 맺으며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긍정적 에너지원이 되어주길 바란다.



이수진 (대구교대 대구부설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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