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이의 제기
[좋은 시를 찾아서] 이의 제기
  • 승인 2024.04.2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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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옥자 시인



프라하 카를교, 얀제포무츠키 성상 앞에 소원을 비는 사람들

그때 나는 카를교를 지나고 있었고



-저기요

7번 석상이 손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보였는데 볼타바 강물은 눈을 내리깐 채 모른 척 흐르고 나도 못 본 체 지나가기로 하였다 프라하성은 내 발자국 수대로 제 몸에 하나 둘 불을 켜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시선이 불 켜진 프라하성을 향한 그 때



어둠은 슬쩍, 들고 있는 손을 덮어 버렸다



아, 그렇구나……

이렇게 무시되는구나



어쩌면 중세부터 이의를 제기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저 손을

세상은 조직적으로

무시하고 있었다


◇손옥자= 2002년 ‘심상’으로 등단. 국민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 졸업(문학석사). 구로문화원 <손옥자 시창작 교실> 강사. 수필집 ‘바닥’- 교도소 이야기 외.



<해설> 일반적으로 여행지를 시 속에 담다가 보면 눈으로 본 감동만큼 표현되지 않음에 언어의 어떤 한계를 느낄 때가 종종 있다. 그런데 시인은 카를교를 지나고 있으면서 눈 안에 들어온 풍광 전체가 아닌, 7번 석상의 번쩍 치켜든 손을 집중적으로 바라보며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한 동작으로 인식하는 과정과 함께 들고 있는 손을 어둠이 슬쩍 내리덮고 마는 바로 그 지점에 생각을 끌어모아 좋은 시 한 편을 낳고 있다. “아, 그렇구나……/ 이렇게 무시되는구나” 바로 두 행의 감탄사가 결국 이 시의 백미일 것인데, 한 개인이 제기한 이의가 세상은 조직적으로 무시하고 있었다는, 놀라운 직관을 발견한다. 못 본 척 눈을 내리깐 채 흐르는 볼타바 강물이 그러하고 시인 자신도 그러했음에 반성의 한 점을 찍고 있다. 이 시는 여행지에서 제대로 건진, 깊은 감동의 시로 읽힌다 .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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