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철거된 순종황제 동상…후손들 반발
밤사이 철거된 순종황제 동상…후손들 반발
  • 유채현
  • 승인 2024.04.2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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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손단체 “철거 대신 이전 요청
답변 약속해 놓고 몰래 공사”
“마지막 황제 욕보인 것” 비판
중구 “통행량 고려해 야간작업
발목부분 절단은 복구 위한 것”
다시-철거된순종황제동상
23일 대구 중구 달성공원 앞 순종황제 어가길의 순종 동상이 철거된 가운데 인부들이 철거된 나머지 조형물을 철거하고 있다.
유채현기자 ych@idaegu.co.kr

대구 중구 순종황제 어가길 동상이 철거 작업에 들어가자 대한제국 황실 후손 단체가 구청이 약속을 어기고 밤 사이 날치기로 공사를 강행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23일 중구청에 따르면 전날인 22일 오후 8시께 달성공원 앞 순종황제 어가길에 설치된 순종황제 동상을 철거했다. 동상은 거취가 정해질 때까지 철거업체에서 보관하고 어가길의 옥쇄와 안내 비석 등도 이 달안에 철거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갑작스런 동상 철거에 순종황제의 동생인 의친왕 후손들은 구청이 동상 이전 요청에 대한 답을 주기로 약속해 놓고 늦은 밤 후손들 몰래 철거를 진행한 이유를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지난 19일 동상 철거 소식을 접하고 구청에 조선왕릉 유릉이나 창덕궁 희정당에 기증 또는 후손이 보존할 수 있도록 논의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구청은 타 기관 기증보다는 후손이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하겠다는 답변을 하고도 지난밤 돌연 철거 공사에 들어갔다는 주장이다.

이영주 의친왕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은 “22일 구청에 동상을 황실 후손들이 모셔가고 싶다는 내용과 함께 중구청장 면담을 요청했고 구청은 다음날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방심하고 있던 심야시간을 틈타 동상의 발목을 자르고 교수형을 연상하듯 날치기로 철거하며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를 욕보였다”며 “후손들은 아직까지 중구청과 대구시와의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철거된 동상과 남은 조형물이라도 지킬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중구청은 정해진 일정에 따라 철거를 진행한 것이며 공식적으로 접수된 면담 요청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해당 구간이 교통량은 많고 길은 좁은 것을 고려해 비교적 차량 통행량이 적은 퇴근시간 이후 공사를 했고 철거 일정이 미리 잡혀 있었기 때문에 업체 계약 등의 문제로 공사를 미룰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발목 부분을 자른 것은 분리와 복구가 가장 쉬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동상을 이전할 경우 후손들의 편의를 고려한 조치”라며 “현재 담당자를 통해 구청장 면담 요청이 들어온 것이 확인돼 일정을 조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중구는 2013년부터 4년여간 수창동~인교동 2.1㎞에 순종 황제의 남순행(南巡行)을 기념하는 보행로를 조성하고 2억5천만원을 들여 5.5m 높이의 순종 동상을 세웠다.

어가길 조성 당시 중구는 일제강점기 민족운동의 의미를 되새긴다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역사 왜곡, 친일 미화 등 논란에 부딪혔다. 이후 공동주택 신축 등으로 인한 교통 방해 민원과 역사왜곡 논란이 잇따르자 지난 17일 심의위원회를 열고 순종황제 어가길 조형물 철거를 결정했다.

유채현기자 yc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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