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不二門 지나며
[좋은 시를 찾아서] 不二門 지나며
  • 승인 2024.04.23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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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시인

도끼 하나로 지은 집,

못 자국 하나 없이

단아한 짜임새 어디에도 틈 없이

겹처마 단층 팔작지붕 대패로 밀고 끌로 파서

나무와 나무끼리 단단히 여며진 한 몸,

그 몸속 지나며 생각한다

내 몸 어디 한 곳, 바늘 한 땀 뜨지 않고

하나로 지어내신 그분, 누구시던가,

이른 봄 저 부신 햇살을 이고 내게로 오는 것들

내게로 와서 네가 되고 내가 되는 것들,

不二 , 不二, ....

◇김현지= 1988년 월간문학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시집: ‘꿈꾸는 흙’, ‘그늘 한 평’, ‘연어 일기” 외. 포토에세이: 취우산에서 10년 그리고 1년. 수상: 동국문학상,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한국문협, 한국시협, 향가시회회원, 유유동인.

<해설> 본래 진리는 둘이 아닌 하나다. 그런 진리를 찾아가는 길 또한 둘이 아닌 하나일 것이다. 시 속의 집이 상징하는 바는 어쩌면 해탈의 집일 것이고, 연화 좌대에 앉은 열반의 세계인 것처럼 보이는데 그 집을 짓는 과정의 아주 단순함에 아마도 찾아가는 그 길의 형상과 다르지 않다는 것은. 나무라는 나무南無가 못 자국 하나 없이 도끼 하나만을 받아들여 완성된 집일 때 그 집은 얼마나 견고한지를 시인은 내심 알고 있다. 그런 집이 결국 시인 자신일 때 그 집을 지으신 이는 이른 봄 저 부신 햇살을 이고 내게로 온다는 어떤 믿음 하나를 不二門을 통해서 시인은 넌지시 말하고 있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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