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석의 통상이야기] ‘EU 배터리규정’의 시행 내용과 대응 방안
[손수석의 통상이야기] ‘EU 배터리규정’의 시행 내용과 대응 방안
  • 승인 2024.04.2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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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석 경일대학교 국제통상학전공 교수
EU(유럽연합)는 2020년 12월에 2006년 제정된 “배터리와 축전지 및 폐배터리와 축전지에 대한 ‘지침’”을 “배터리 및 폐배터리 관련 ‘규정’(이하 ‘EU 배터리규정’)”으로 개정하여 2023년 8월에 발효시켰다. 그리고 금년 2월 18일부터는 이 ‘EU 배터리규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게 됐다. 이 규정은 ‘유럽 그린 딜’의 일환으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제정됐으며, 배터리의 모든 수명주기에 걸쳐 원자재 조달부터 설계, 품질 관리, 회수, 재사용 및 재제조에 이르기까지 배터리의 전 수명주기에 관한 요구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EU 법률체계에서 ‘지침(Directive)’은 설정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EU 회원국의 국내법으로의 수용 절차(관련 국내법제정)를 거쳐야 효력이 있는 반면에, ‘규정(Regulation)’은 EU 내에서 가장 강력한 규범으로서 EU 회원국의 국내법 수용 절차 없이 모든 회원국에 즉시 적용된다. 이처럼 EU가 배터리 관련 ‘지침’을 ‘규정’으로 변경한 것은,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과 탈탄소화에 대한 노력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EU 역내에 유통되는 배터리에 대해 EU 그린·디지털 전환 정책과 부합하도록 규정을 강화하고, EU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다른 한편으로 최근 전기자동차 이용 확대에 따른 배터리 수요의 증가로 핵심광물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6배나 되는 광물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핵심광물의 안정적 확보가 EU 에너지정책의 핵심 사항으로 부상했다. 그런데 이들 핵심광물의 채굴과 가공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면서, 배터리 핵심광물 채굴과 가공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환경적인 목표를 위해서도 배터리 핵심광물의 재활용 및 재사용을 핵심 축으로 하는 배터리 순환경제를 활성화하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EU 배터리규정’은 이동식(스마트폰, 전자기기 등), EV·차량용, LMT(전기자전거, 스쿠터 등 경량 운송수단), 산업용 등 모든 종류의 배터리를 적용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환경영향 최소화를 위해 배터리의 생산·소비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총량을 의미하는 탄소발자국 신고가 의무화되고, 폐배터리 수거와 공급망 실사 의무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제조사·유통사·수입자·대리인은 직접 배터리 수명 전 과정에서의 공급망을 관리(실사)하여 환경 및 사회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제3자 공인검증기관을 통한 정기적인 검증도 필요하다.

휴대전화 등에 사용되는 소형 배터리는 소비자들이 쉽게 분리하고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전기차·LMT용 배터리 및 2kWh 이상인 산업용 배터리는 성능 및 화학성분 등 특정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디지털 배터리 여권(QR 코드)’을 구매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 밖에도 배터리의 성능, 내구성, 안전성, CE 인증 등의 기준을 만족하는 기술문서를 구비해야 하며, 구매자 또는 대행자에게는 배터리의 상태와 기대수명 등을 제공하는 BMS(Battery Management System)를 구축할 의무가 주어진다.

그리고 배터리 원재료의 재활용 기준도 강화된다. 2031년부터는 배터리 원재료 재활용 의무 비율을 코발트 16%, 리튬 6%, 납 85%, 니켈 6% 등으로 설정했다. 2036년에는 이들 비율이 코발트 26%, 리튬 12%, 납 85%, 니켈 15%로 상향된다. 또한 폐배터리 재활용 장려를 위해 2027년까지 폐배터리에 있는 리튬의 50%, 코발트·구리·납·니켈은 각각 90%씩 추출한다는 목표도 포함되어 있다. 이 밖에 ‘EU 배터리규정’에는 배터리의 수명주기, 충전 용량, 수거 요건, 위험물질, 안전성에 대한 정보를 표기하는 ‘라벨링 요건’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모든 내용은 폐배터리 급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오염과 자원 낭비 등을 사전에 대비하자는 취지가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EU 배터리규정’은 배터리 산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며,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어서 우리 기업들에게 기회와 도전을 제공할 수 있다. 삼성SDI, LG엔솔, 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이미 EU에 진출해 있으며 EU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이에 한국 배터리업체들은 ‘EU 배터리규정’의 단계적 시행 상황들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고 친환경성을 강화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EU의 배터리 순환경제의 진전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여 효율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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