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고백
[달구벌아침] 고백
  • 승인 2024.04.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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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복현중 교사
너무나도 서툴고 미숙했다.양육에 대해서도 주관이 뚜렷한 척했지만, 알고 보면 보잘것없는 내 모습이 드러날까봐 한껏 나를 포장했다.
며칠 전, 아빠에게 혼난 둘째가 나에게 "난 가끔 내가 이 세상에서 필요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라며 울었다. 열 살 첫째가 그 말을 듣더니, "난 학교에서 선생님이 '죽고 싶다'라고 생각해 본 적 있는 사람 손 들어보라길래 손들었다. 상담 선생님과 한 시간 동안 상담도 받았어."라고 말했다. 이어 "상담받고 나니 좀 괜찮아지더라. 너도 상담받아봐"라고 얘기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거 같았다. 아이들 각자에게 왜 그런 생각을 했냐고, 절대 그렇지 않다고, 너희가 건강하게 잘 자라준 것만으로도 엄마는 정말 감사하다고 말해주었다. 핑계일지 모르지만 엄마아빠가 많이 서투르고 미숙해서, 안 좋은 건 안 봤으면 좋겠고 아플 만 한 일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많이 통제하고 야단도 많이 쳤다고.. '너희는 그 자체로 너무 소중한 존재'라고 말해주었다.


내 자식조차 어쩌지 못하는 내가, 과연 교사라는 직업을 가져도 될까. '교육(敎育)'이란, 그 한자 말의 풀이처럼 단순히 지식이나 기술만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한 인격체를 길러내는 일인데.
아이들을 재우고 펑펑 울었다. 울고 나니 조금 진정이 되어 책을 펼쳤다. 요즘 감정이 일어나거나 지혜가 필요할 때마다 교과서처럼 펼쳐 드는 <1% 유대인의 생각훈련>이었다. 그중 가족과 관련된 부분을 찾아보았다.
지금의 문제는 지금 생긴 것이 아니다. '하인리히의 법칙'이라는 용어가 있다. 1930년대 초 미국 한 보험회사의 관리·감독자였던 허버트 하인리히는 고객들이 일으키는 사고를 분석해 '1:29:300'의 법칙을 발견했다. 1회의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이미 그전에 비슷한 29회의 경미한 사고가 있었고, 그 주변에서는 300회 이상의 징후가 감지되었다는 것이다. 가정과 조직의 문제에도 이 법칙을 적용해볼 수 있다.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면 이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그 이전에 수십건의 이상 징후가 발생하고, 몇 건의 경미한 사고가 일어났을 것이다. 그러다 대형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이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우선 당장 일어난 사고를 최선의 방법으로 해결하고, 경미한 사고를 막을 방법을 찾고, 사고를 일으키는 징후들을 하나하나 포착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 <1% 유대인의 생각훈련> 중
사실 요즘 내가 첫째를 많이 혼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하면서 집에 들어서는 순간, 혼낼거리들만 눈에 들어왔다. 몇 가지 문제점을 찾아낸 후 꼭 첫째를 혼냈다. 거기에 더해 남편이 퇴근해서 들어오면서 또 한 번 첫째를 혼냈다.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반복된 잘못까지, 꼭 첫째를 혼냈다. '그럴 징조'는 이미 존재했던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저자 켄 블랜차드는 "비난은 사람을 바꿀 수 없다"고 지적한다. 실수가 계속 반복되면 비난하기보다는 못 본 체하고, 고칠 기회를 준 다음 잘했을 때 칭찬해주라고 한다. 조직이나 사회생활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집에서 배우자나 자녀와의 소통이나 관계의 문제가 생긴다면 더더욱 이 원리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블랜차드는 또 다른 책 《춤추는 고래의 실천》에서 개선의 과정에 대한 좀 더 통찰력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바로 '알보시고(알려주고, 보여주고, 시켜보고, 고쳐주는 것)'의 원리이다. 블랜차드의 아버지가 어릴 때 고물상에서 자전거 한 대를 사와서 어린 블랜차드 앞에서 부품을 하나하나 분해하고 다시 조립했다. 그리고 아들에게 그대로 해보라고 했다. 앞으로 자전거를 타려면 문제가 있을 때 간단한 수리를 해야 하는데 분해 및 조립을 통해 자전거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가르쳐주고자 한 아버지의 교육법이었다. 블랜차드는 이 과정에서 배움과 개선의 원리를 깨달았다고 한다.


가정이나 조직에 문제가 있다면 역시 문제를 알려주고,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고, 제대로 하는지 시켜보고, 그래도 잘못한다면 다시 고쳐주는 '알보시고'의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역정이나 화를 내면 나 자신에게도 좋지 않고 문제 해결에도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자." 매일 실수를 반복한다.
언젠가 본 영화에서 70세가 넘은 남자 주인공이 먼저 떠난 아내를 회상하며 하는 대사가 인상 깊었다.
"그녀는 삶을 쉽게 다뤘어요." 작은 것에 연연해하지 않고, 삶을 쉽게 다루는 태도가 부럽다. 매일, 결심하듯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라고 다짐하지만, 그건 역설적이게도 내가 자주 일희일비하기 때문인 듯하다.
언젠가 일어날 대형사고를 막기 위해 작은 사고가 일어났을 때 알아차릴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나의 어리석은 실수를 고백해본다. 처음 칼럼을 쓸 때 떠올렸던 생각처럼, 부끄러운 나의 고백이 누구 한 사람의 마음에라도 작은 울림이 될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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