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복을 짓는 사람들
[문화칼럼] 복을 짓는 사람들
  • 승인 2024.04.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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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칼럼니스트
밥을 파는 것은 복을 짓는 것과 같다. 이 말을 언제 어디서 들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잊고 있던 이 말을 어느 순간부터 실감하고 있다. 한창 바쁜 시절에도 나는 일주일에 몇 번씩은 혼자서 점심을 먹었다. 외부 손님들과의 일은 가능하면 차 한 잔정도 나누며 정리하고 식사자리는 잘 가지지 않았다. 물론 멀리 타 지방에서 오는 분들은 적당한 자리로 모셔 내가 주로 대접을 했다. 그리고 행사 뒤풀이도 거의 가지 않는 편이었다. 어쩌다 가게 되면 내 밥값이라며 약간의 돈을 내고 먼저 자리를 뜨곤 했다.(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아예 같이 가자는 소리도 없게 되었지만) 아무튼 그래서 종종 점심식사가 난감할 때가 있었다. 더구나 여행으로 소일 하는 요즘에는 뭔 심사인지 주변에 먼저 연락을 잘 안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독거노인, 주로 혼밥 신세다.



지금은 어딜 가나 혼자서 끼니를 해결하기 어렵지 않다.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그렇지만 밥과 찌개 그리고 나물반찬으로 된 집 밥 같은 음식을 먹고 싶을 때는 상황이 좀 다르다. 아무튼 이런 종류의 맛 집으로 소문 난 곳들은 상황이 여의치 않다. 그리고 어떤 곳은 주기는 주되 좀 눈칫밥을 먹어야 할 때도 있다. 도둑(?)이 제발 저려서 오해를 한 건가? 일전에 어떤 분이 혼자서 식사를 하고 음식 값보다 조금 더 많은 2만원을 두고 나온 소식이 언론에 알려졌다.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나는 혼자라도 언제나 반겨주는 곳은 나름 감사의 표시로 항상 현금을 드린다. 택시를 앱으로 불러 탈 경우 기사님 요건 팁! 이라며 장난스럽게 일 이 천원이라도 건네지만(이렇게 하면 대부분 둘 다 파안대소를 하게 된다) 식당에서는 그러기가 영 마땅찮다. 다음에 가면 서로 어색할 것 같아 대신 고마움의 표시로 카드보다 현금을 드리는 것이다. 우리 동네 몇몇 식당은 아! 이분들은 밥을 파는 것이 아니라 복을 짓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곳이 있다.


#우리 동네 삼총사
Ⅰ.흑태 찜을 잘 하는 집이 있다. 어느 날 지나다가 뒷골목에 있는 이곳을 발견했다. 그래서 마침 손님과 식사 할 일이 있어 들렀는데 깜놀! 상당한 내공을 갖춘 솜씨였다. 그러다 혼자서도 자주 찾게 되었다. 주인 어르신 연세는 나보다 위지만 비슷한 시기 이웃한 곳에서 군대 생활을 한 옛날이야기나 세상사를 자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언제나 살갑게 맞아준다. 그리고 혼자서 만원도 안하는 음식을 시켜도 언제나 환한 얼굴로 정갈한 밥을 정성껏 한 상 가득 차려 주신다. 먹고 나면 속을 편하게 해주는 음식에다가 따뜻한 환대까지 받아 식당을 나서는 내 얼굴에는 언제나 미소가 번진다.


Ⅱ.이웃한 횟집은 어르신들의 단골 모임 장소다. 그리고 가까운 성당에서도 단체로 종종 찾는다. 상호가 ㅇㄱ물회인 만큼 대표메뉴는 물회라고 할 수 있는데 아주 좋다. 내가 먹어 본 것 중 세손가락 안에 든다고 생각한다. 물회에 소면은 진리 아닌가! 거기다 공기 밥까지 먹게 되면 탄수화물 오버라서 주로 회덮밥을 먹는다. 물론 이것도 대단히 훌륭하다. 어느 날 그날따라 횟집이 몹시 바빠서 서빙담당 하는 여사장님께서 오봉채로 내 테이블에 음식을 두고 가자 사장님께서 아내를 나무랐다. 어찌 손님상에 저렇게 하냐고, 내가 괜히 미안했지만 사람을 대하는 주인어른에게 한 수 배웠다는 마음이었다.


Ⅲ.집근처 보건소 바로 앞에 생긴 지 얼마 안 된 한식 뷔페 집이 있다. 어느 날 호기심에 들렀다. 오! 이런 깔끔함을 보았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가격도 저렴해서 이건 이익을 남길 수 없겠는 걸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이곳 말고도 한군데 더 한다고 들었다. 아무튼 여타의 저렴한 한식뷔페처럼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딱 먹음직한 음식들만 차려져 있다. 먹어보면 안다 건강한 음식임을. 반찬도 막 쌓아놓는 것이 아니라 적당량을 항상 깔끔하게 담아 놓는다. 그리고 줄어들면 그때 얼른 다시 채워 놓는 식이다. 그러니 우리도 음식을 정하게 대한다. 식당 분위기도 매우 밝아 사람을 유쾌하게 해준다.


그리고 집에서 차로 십분 거리의 꽤 유명한 숯불구이 집 점심특선은 정말 좋다. 물론 시그니쳐 메뉴 한우 막 구이도 훌륭하다. 팔공산 인근에 본점을 둔 식당인데 두 곳 다 공통점은 추가로 무엇을 요구해도 모든 종업원이 항상 웃는 얼굴로 신속히 응한다.(나는 교육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장님이 직접 키우는 신선한 채소를 실컷 먹을 수 있다. 혼자 매일 오는 어르신 손님들도 있는 것 같다. 내가 점심시간에 갈 때마다 계시니까. 한사람을 위한 이정도 수준의 메뉴를 파는 곳은 여기가 유일할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장사를 효율적으로 할 것인가 보다는 사람을 사람답게 대할 줄 아는 이분들은 분명 복을 짓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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