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국 시인의 디카시 읽기] 강현국 시인 'Bliss'
[강현국 시인의 디카시 읽기] 강현국 시인 'Bliss'
  • 승인 2024.04.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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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초록은 호呼이고 일렁이는 무논은 흡吸이듯

내 놀던 뒷동산 꽃과 나비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호이고 흡이듯

봄날은 돌멩이도 숨쉬는 봄날이어서 질문과 대답은 간절한 생명이어서

<감상> 언어기호의 자의성(恣意性)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스위스의 언어학자 소쉬르의 이야기입니다. 기표(시니피앙)와 기의(시니피에), 즉 언어기호의 형태와 개념의 관계는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자의적 연결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한국어의 ‘봄’이 영어에서는 ‘bom’아니고 spring인 것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형태와 개념이 필연적 관계라면 봄은 어떤 어어에서도 bom이어야 하고, spring은 어느 나라 언어에서도 스프링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 시의 제목을 ‘봄날’이라고 했다가 <Bliss>로 바꾸었습니다. 환희, 또는 축복이라는 개념(지시 대상) 때문이 아니라 ‘블리스’라는 형태(소리) 때문이었습니다. 봄날 무논의 어린 벼의 생태와 ‘Bliss’라는 기호는 다른 낱말로 대체할 수 없는 필연적인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어기호의 자의성이라는 소쉬르의 생각에 반하는 입장이지만, 시의 언어는 산문의 그것과는 달리 의사전달의 수단(보행)이 아니라 언어 자체가 목적(춤)이라는 폴 발레리의 생각도 있지요. <봄날>을 Bliss로 바꾸자 벼 모종이 파릇파릇 숨쉬는 모습이 손에 잡힐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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