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개(dog)를 이용해서 범죄를 예방한다고?
[대구논단] 개(dog)를 이용해서 범죄를 예방한다고?
  • 승인 2024.05.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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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균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
어릴 적, 부잣집 대문을 지나갈 때, 대문 앞에 ‘개 조심’이라고 적힌 글자와 함께 개 짓는 요란한 소리를 들은 기억이 난다. 실제로 도둑들이 개를 의식해서 부잣집 담을 넘는데 주저한다. 얼마 전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에서 발간한 정책 보고서에서 아주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캐나다의 정책 사례연구인데, 가정에서 키우는 개를 이용한 범죄예방 실증연구이다. 연구의 핵심은 개을 키우는 것만으로는 가정에서 발생하는 강도를 완벽하게 예방할 수는 없지만 개들의 존재가 해당 지역의 강도 발생 건수를 줄이는 범죄억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진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캐나다 몬트리올시에서 발생한 강도 사건 3만6천219건의 지역별 분포와 지역별 애완견 등록신청 통계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였다. 최종 연구 결과는 개가 강도 범죄의 강력한 억제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 즉 개가 많이 있는 지역일수록 강도 사건이 적게 발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몸집이 큰 개는 절도범에게 신체적인 위협이 되고,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개는 시끄럽게 짖음으로써 이웃 사람들의 주의를 끌게 되어 범죄를 억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개의 존재만으로도 절도나 강도를 저지르는데 소요되는 범죄자의 비용을 증가시켜 범죄 목표물을 덜 매력적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를 때, 적발(체포) 가능성이 높거나 범죄를 저지르는데 비용이나 노력이 많이 소요될 때는 범죄를 단념하거나 다른 범죄대상물을 찾는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개는 범죄를 예방하는데 좋은 수단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반려동물 인구가 1천500만 명이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인구 3명 가운데 1명이 반려동물을 키울 정도로 이들과 관련한 관광산업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발맞추어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있다. 바로 ‘반려견 순찰대’이다. 서울에서 시행하는 반려견 순찰대는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며 순찰하는 주민참여형 방범순찰대이다.

‘반려견 순찰대’는 지난 2021년 7월부터 시행된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특수시책 1호 주민참여 프로그램이다. 서울시는 순찰대의 역량 강화를 위해 범죄예방, 재난안전 등 교육 프로그램과 함께 순찰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반려견 행동 전문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반려견 순찰대에게는 순찰용품과 순찰대 활동 인증서, 우수 활동팀 표창 등이 주어진다.

이 사업은 서울 강동구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해서 9개 자치구로 확대되었고, 최근에는 서울시 25개구, 1천11팀으로 규모가 확대되어 운영하고 있다. 반려견 순찰대의 활약은 대단한데, 폭행이나 마약 투약 의심 현장부터 폐기물 무단 투기 사례까지 신고 건수는 다양하다.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는 순찰대로 활동하는 반려견들을 위해 ‘동물사랑봉사’ 단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서울 반려견 순찰대’의 반려인과 반려견은 수의사 재능기부로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반려견 순찰대의 장점은 일상적인 반려견 산책 활동과 방범순찰을 연계해서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일반시민들의 참여가 쉽고, 활동이 지속적이다. 또한, 활동하는 지역이 대원들의 동네이기 때문에 대원들이 어디가 범죄에 취약하고, 무엇이 위험한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반려견 순찰대의 긍정적인 성과에 따라 부산, 대구, 안산, 함안 등에서 벤치마킹하여 그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부산시 자치경찰위원회는 반려견 순찰대 활동 중에 발견한 위험 요소나 건의사항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모니터링하고, 지역 안전을 위한 치안정책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구시 남구 청년센터 반려견 순찰대도 대구 지역 최초로 활동을 시작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범죄의 양상도 바뀌고, 범죄예방의 방법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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