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직 망설이는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기고] 아직 망설이는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 승인 2024.05.0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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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대봉 대구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감

필자는 가정폭력 담당부서에 근무하며 일일 평균 3~4건의 가정폭력 신고를 사후관리하고 있다. 가정폭력 신고를 관리하며 경험한 너무나도 안타까운 사례들이 많아 ‘가정의 달’을 맞아 아직 신고를 망설이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당부드리고자 한다.

가정폭력을 신고한 가정의 대부분이 폭력이 발생하고 바로 신고하는 것이 아니라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십 년을 참다가 뒤늦게 신고를 한다. 그렇게 피해를 당하면서도 그간 왜 신고를 하지 않았는지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변이 정형화되어있다. △ 가해자 처벌 우려 △ 신고했다고 보복 우려 △ 신고 후 피해자가 갈 곳이 없어서 △ 가해자가 가장일 경우 생계 문제 등으로 압축된다.

먼저 피해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가해자 처벌 우려를 살펴보면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가해자의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을 함으로써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의 회복’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상습·고질적인 가정폭력 외에는 대부분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하여 형사처벌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신고 후 가해자의 보복 방지를 위해 출동한 경찰관이 직권으로 가·피해자를 분리하고 주거지에서 가해자 퇴거 및 100m 이내 접근금지 등의 긴급임시조치를, 법원의 임시조치 결정으로 최장 6개월간 가해자의 접근 등을 금지할 수 있다. 물론 임시조치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도 가능하여 이로 인한 재범 억제력은 상당히 높다. 또한 가해자에 대한 상담 및 의료기관 치료 등 보호처분이 가능해 폭력적 성향도 개선될 것이다.

다음으로 신고 후에도 가해자가 집에 같이 있게 되는 경우 피해자에게 임시 숙소를 최장 3개월까지 제공해 가해자와 분리될 수 있게 하였고, 마지막으로 가해자가 가장(家長)인 경우 남은 가족의 생계 문제의 해결을 위해 국가 및 지자체에서는 일정 요건을 갖출 경우 긴급생계비, 학자금, 주거이전비를 지원하고, 가정폭력으로 인한 신체·정신적 피해에 대한 치료비도 지원하고 있다. 그 외 가해자 접근 시 신속한 신고를 위해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피해자 주거지에 지능형 CCTV를 설치하는 등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경찰, 여타 국가기관과 지자체는 가해자의 처벌보다는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선도를 위하여 세밀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도 신고를 망설이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본인과 가족들을 위하여 피해 사실을 외부로 적극 알려 경찰 등의 지원을 받으시길 바란다.

4월의 화려한 꽃보다 5월의 초록이 더 사랑받아야 하는 이유는 한여름 무더위와 태풍 속에서도 소중한 열매를 지켜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가정이 지금 보다 더 사랑받아야 하는 이유도 이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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