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어린이 국악 뮤지컬 ‘어린왕자’, “가끔은 가던 길 대신 샛길로 들어가 보길…”
[리뷰] 어린이 국악 뮤지컬 ‘어린왕자’, “가끔은 가던 길 대신 샛길로 들어가 보길…”
  • 황인옥
  • 승인 2024.05.0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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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뮤지컬로 각색 ‘무대예술’
어린이 상상력 동원 세트 등 제작
대금·피리 등 국악 사운드 ‘조화’
배우 표현에 음악이 감칠맛 더해
대구·수도권 활동 신인들 ‘열연’
추정화·김세한·류자현 ‘일등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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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뮤지컬 ‘어린왕자’ 공연 모습.

엄마가 바라는 대로 완벽한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쁘게 살아가던 초등학생 미오가 학원으로 뛰어가다 이웃 할아버지와 부딪히게 된다. 할아버지는 과거 비행기 조종사였다.

할아버지는 미오에게 비행기 고장으로 사막에 머무르게 되면서 만났던 신비한 소년 ‘어린왕자’ 이야기를 시작했고, 미오와 할아버지는 할아버지의 기억 속으로 빨려 들어가 어린왕자를 만난다. 어린왕자는 미오에게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이며,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교훈을 자신이 여행을 통한 경험담으로 전한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오른 어린이 국악 뮤지컬 ‘어린왕자’ 이야기다.

뮤지컬 ‘어린왕자’는 세계명작동화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원작으로 각색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이 2020년부터 어린이날 시즌 프로그램으로 무대에 오른 작품이다.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사랑이며, 사랑은 긴 시간에 걸쳐 공을 들여야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어린왕자의 순수한 시선으로 전하는 동화 ‘어린왕자’는, 그래서 ‘어른 동화’라는 평을 받으며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사랑받고 있다. 어린이에게는 순수를, 어른에게는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동화인 것이다.

국악뮤지컬 '어린왕자'
'어린왕자'가 어린이 뮤지컬로 각색되면서 무대 예술로 거듭났다.

 

동화 ‘어린왕자’는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사랑받아온 고전이다. 주인공은 어린왕자. 어느 사막 한가운데에 불시착한 파일럿이 어린 왕자를 만나 다양한 경험담을 듣는 줄거리다. 내용은 이렇다. 어린 왕자의 고향은 소행성 B612. 어느 날부터 어린왕자의 별에 들어온 씨앗을 틔운 장미꽃과 함께 살며 장미와 다툰다. 이후 철새 무리를 이용해 이 별 저 별 떠돌아다니며 사막여우, 상인, 장미꽃과 만난 다음 지구에서 조종사와 만난다. 그곳에서 여우를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얻고 자신의 별로 돌아간다.

동화 같은 구성이지만 풍자적인 내용을 포함하는 원작 동화 ‘어린왕자’는 어린이 뮤지컬로 각색되면서 무대 예술로 거듭났다. 어린이다운 순수함을 되돌아볼 시간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미오’를 새로운 등장인물로 설정했다. 미오가 이제는 늙어버린 조종사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어린왕자의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는 설정이다. 현실과 동화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에서 관객들의 상상력은 더욱 높아졌다.

특히 요즘 어린이들의 생활 모습을 쏙 빼닮은 미오의 등장은 어린 관객들의 몰입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들은 미오를 자신과 동일시했고, 이에 따라 이번 공연을 관객 시점이 아닌 주인공 시점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시점은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 기제로 작용했다.

‘어린왕자’하면 다양한 별에서 살아가는 독특한 존재들과의 만남이 백미다. 특히 어린왕자에게 특별한 존재는 장미다. 장미는 동화에서 주제의 선명성을 강화하는 대상으로 묘사된다. 이번 공연에서도 어린왕자와 장미의 관계 설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대세트나 의상 등의 장치들에서 극의 주제를 부각하고, 어린이 관객들의 상상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뮤지컬의 생명은 음악이다. 음악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이번 공연에선 대금, 피리, 생황, 가야금을 비롯해 기타와 베이스, 드럼을 갖춘 국악 베이스 사운드가 조화로웠다. 어린이들이 평소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국악기 소리를 경험할 수 있어 다채로웠다. 가사 전달력과 배우들의 감정표현에 음악이 감칠맛을 더했다. 특히 서곡에서 발전한 어린왕자 등장곡, 미오의 바쁜 하루를 노래하던 음악은 사랑하는 가족에게 바삐 달려가는 피날레로 마무리됐다.

'어린왕자'
'어린왕자' 공연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이번 공연의 주인공인 배우들의 활약은 빠트릴 수 없는 포인트다. 대구와 수도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인배우들이 열연을 펼쳤다. 미오 역은 이예진, 부지 할아버지 역은 조영근이 맡았다. 특히 조영근은 묵직한 존재감을 발하며 극의 중심을 잡아갔다. 이밖에 어린왕자 역 김현서, 장미 역 박수연, 사막여우 우다현, 뱀 정시윤 등이 열연을 펼치며 ‘어린왕자’가 전하는 다양한 의미와 재미들을 전달했다. 대본 김세한, 작곡 류자현, 연출과 각색은 추정화 등은 이번 공연을 만든 일등공신들이다.

추정화 연출은 미국 브로드웨이 진출에 성공한 뮤지컬 ‘인터뷰’를 비롯한 ‘프리다’,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스모크’, ‘4월은 너의 거짓말’ 등을 각색 및 연출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연출하며 “너무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요즘 어린이들이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서 어린왕자를 접근했다.

그는 “가끔은 가던 길을 멈추고 샛길로 들어가 잃어버린 진짜 마음을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특히 동화 ‘어린왕자’의 주제인 서로를 길들인다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공연이 되었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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