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뒷걸음치는 대한민국 축구협회
[대구논단] 뒷걸음치는 대한민국 축구협회
  • 승인 2024.05.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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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호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러하듯이 꼭 전진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옆으로 가기도 하고 심지어는 뒤로 갈 때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삶의 역할은 바로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며, 조금만 방심하면 바로 떠내려간다.

우리나라 정치를 포함한 한국축구협회(Korean Football Association: KFA)의 행정도 그렇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11년간 장기집권하고 있는 정몽규 회장의 지배체계는 우리나라 축구의 암담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최근 23세 이하의 청년(Youth)들이 참가하는 한국 U23 축구대표팀의 올림픽 진출 실패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축구계 전반에 대변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아시아의 맹주는커녕 축구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바닷물의 흐름을 가로막은 새만금 방조제나 썩은 물로 바뀐 시화호가 큰 골칫덩어리가 되었듯이 고인 물은 반드시 부패하며 변화를 거부하는 조직 또한 곧 퇴보를 의미한다.

U23 축구대표팀은 다른 종목의 연령대별 대표팀과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A대표팀에 필요한 인재의 육성을 위한 ‘연령대별’ 대표팀이 아니라 ‘군 면제’와 와일드카드를 포함하고 있어 거의 올스타팀에 가깝기 때문이다. 대체로 연령대별 유소년 대표팀은 최대한 연속성을 가지고 대표팀을 육성하지만, U23 축구대표팀은 그 성격이 매우 다르다. U23 남자 대표팀은 가장 큰 혜택인 군 면제로 인해 선수의 육성보다는 ‘결과’가 매우 중요한 판단기준이다. 따라서 와일드카드까지 가세한 최정예 선수로 대표팀이 꾸려지게 되는 것이며 U23 축구대표팀은 신태용, 김학범, 박성화, 박항서 감독같이 프로 수준의 검증된 감독들이 지휘봉을 잡았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정몽규 회장 독선과 U23과 A대표팀을 오가는 황선홍 감독체계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팀에게 패하면서 40년 만에 올림픽 진출 실패라는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U23 축구대표팀의 4강 진출 실패는 축구협회 행정에서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기초적인 재정 및 체계적인 선수 발굴과 육성 프로그램이 부족하여 수준 높은 경기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또한, 오락가락하는 축협 행정으로 U23 대표팀의 선수들을 지도하는 감독과 코치진의 준비 부족이 현실로 그대로 드러났다. 더구나 축구 훈련 및 전술적 이해에 대한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경험이 필요한데, 이를 갖춘 훈련 및 지도자의 부재는 선수들의 성장과 대표팀의 성적 향상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축구협회의 안이한 태도는 상대 팀의 전략 및 개별 선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승부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것을 인도네시아전에서 확실히 보여주었다. 특히, 정몽규 회장으로 대표되는 대한 축구협회 내부의 조직적인 문제나 갈등이 대표팀의 성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효율적인 의사소통 부족, 적절한 지도력 부재, 각 부서 간의 협업 미비 등이 효과적인 지원을 어렵게 하였다.

더욱더 큰 문제는 아직도 외국인 감독 성공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님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어 냈지만, 그 이후 외국인 감독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였다. 이에 반하여 박항서, 김판곤, 신태용 등은 해외에서 크게 활약을 펼치고 있어서 한국인 감독의 주가를 한껏 높이고 있다. 그런데도 많은 국내 능력 있는 감독들이 여러 가지 갈등과 반목 속에서 국가 대표팀을 지도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만약 기술적인 보완이 필요하면 축구 선진국의 기술고문을 초빙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축구협회를 포함한 우리나라 행정환경은 어떤 사업을 하려면 반드시 선례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래도 없으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있는지 확인하고 없으면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려고 한다. 그것도 없으면 못 하게 하는 것이 우리나라 행정의 관행이다. 이와 같은 환경 속에서는 절대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으며, 선진국을 모방하여 부지런히 따라갈 수는 있지만, 선도국으로 발전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축구협회 회장을 포함한 지도층의 대폭 물갈이를 통해 국제 흐름을 잘 파악하고 한국만의 특성이 있는 창의적 대표팀을 만들어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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