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4·19혁명이 영화로 재현된다
[대구논단] 4·19혁명이 영화로 재현된다
  • 승인 2024.05.1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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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대기자·전북대 초빙교수
영화가 세상에 나온 지 100년이 넘는다. 처음에는 움직이기는 해도 소리가 나오지 않는 무성영화로 시작했다. 그 덕분에 변사 한 사람이 배우를 대신하여 목소리를 내줬다. 슬픈 대목은 슬픈 목소리로, 웃어야 할 장면에서는 웃음소리로 울리고 웃겼다. 변사의 전성시대가 지나고 배우의 목소리가 나오는 영화가 제작되면서 배우를 대신한 성우들이 필름을 보면서 목소리를 냈다. 지금은 동시녹음시대가 되어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배우는 없어졌다.

우리나라에서 영화의 선구자는 나운규다. 그는 감독 각본 배우를 모두 겸하는 천재로 많은 영화를 제작했으나 그가 만든 한국 최초의 영화 ‘아리랑’은 원본 필름을 찾지 못하여 영화계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영화를 보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돈이 없어 공짜로 영화를 보기 위해서 허름한 극장 뒷구멍으로 넘나든 일도 있다. 그 친구 중에는 시나리오 작가로 대종상을 두 차례나 받은 송길한도 있다.

요즘 극장은 영화관 하나에서 일곱 여덟 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대규모로 변했다. 얼마 전 서울에서 제일 컸던 대한극장이 문을 닫는다는 보도를 보고 영화계의 빠른 변모를 실감하기도 한다. 영화를 제작하여 히트를 쳤다하면 천만관중이 입장해야 인정을 받는다. 제작비가 천문학적으로 높아져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천만을 넘기면 돈 방석에 앉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화들은 수지 맞추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배우들의 개런티가 상상외로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들 중에서는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전도연이나 윤여정처럼 큰 상을 받고 월드스타가 되기도 한다. 백인이나 흑인배우들이 판치는 영화가 허리우드에서 만드는 서부영화다. 오케이 목장의 결투나 세인 같은 영화는 여러 차례 봐도 물리지 않는데 주인공들은 미국배우가 전부다. 그런데 이병헌이는 이를 뚫고 서부영화에서도 주역을 맡을 만큼 성장했다.

과거의 한국영화는 역사극이 많았다. 대개 비극으로 끝나는 애정영화도 인기를 끌었다. 6·25전쟁을 치르고서는 전쟁영화가 단연코 많았다. 오랑캐와 괴뢰군을 쫓아내는 영화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의 집단관람으로 성황을 이뤘다. 어느 시골학교에서는 요새도 간혹 집단관람을 한다는 말도 들어봤지만 대부분 사라진 옛 풍경이다. 당시 월사금을 내지 못하여 학교에서 쫓겨나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도 많았는데 영화 관람료가 없어 함께 보지 못한 동무들도 더러 있었다. 영화의 주제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에 비하여 엄청나게 달라진 제작비용을 뽑기 위해서는 시나리오가 최우선이다. 그 다음이 배우다. 감독의 성향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 요즘 매스컴을 장식한 영화중에 건국전쟁 이승만을 중심으로 한 다큐다. 이승만은 우리 국민 모두가 존경하는 대통령이었지만 집권 12년 동안 가부장적인 정치로 반대파를 억누르고 부정부패를 저질러 4·19혁명으로 쫓겨났다. 하와이로 망명하여 그 곳에서 생을 마쳤다. 그의 화려했던 장면만을 뽑아 영화를 만들어 장안의 화제꺼리가 되었다. 그러나 4·19혁명에 앞장섰던 유공자들의 심정은 개운치 않다. 186명의 희생자와 6천여 명의 부상자를 낸 혁명의 위대성은 사라지고 독재자 이승만을 영웅으로 만든 영화를 추어주는 몇몇 언론의 행태는 반드시 고쳐져야만 한다.

이번에 4·19혁명공로자회에서는 영화사 레드파노라마(대표 송영신)를 선정하여 ‘4월의 불꽃’(가칭)이라는 제하에 4·19혁명영화를 제작한다. 20년 늦게 일어난 5·18영화는 수없이 많은데 민주화의 제일 윗줄에 서있는 4·19영화는 처음이다. 박훈회장과 김선담서울지부장의 끈기와 추진력의 결실이다. 이 영화는 올 5월에 촬영에 들어가 내년 4·19혁명 65주년기념일에 개봉예정이다. 1960년 4월19일 당시에는 TV가 없던 때여서 USIS에서 촬영한 짤막한 필름만 남아있다. 당시 문화방송 기자였던 고 전응덕선생이 현장에 뛰어들어 녹음한 생생한 피 범벅된 테이프만이 유일한 증언으로 남아있다. 4·19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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