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정 파국을 맞이해야만 하나
[사설] 진정 파국을 맞이해야만 하나
  • 승인 2024.05.2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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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정원 증원 사태 대응방안 논의를 위한 비공개 연석회의를 열고, 정부와 대화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정부가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환영한다고 화답하여 그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의료계는 여전히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또는 ‘(증원)1년 유예’를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는 이미 2025학년도에 의대 증원분의 50%에서 100% 범위 내에서 대학 자율로 모집인원을 조정하도록 허용한 만큼 더 이상 전제 조건 있는 대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 정부의 의대정원 2천명 증원추진으로 인해 발생한 의정갈등은 벌써 3개월이 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하여 병이 악화되었거나 또는 생명을 버린 환자가 얼마나 될지 정확히 알 수도 없다. 또한 수련 받던 전공의들은 수련기간 부족으로 전문의 시험을 볼 수도 없고, 의대 학생들은 수업일수 부족으로 집단 유급되거나 의사국가고시를 볼 수 없어 내년에는 신규 전문의와 의사들이 배출되지 못할 수 도 있다. 게다가 암과 같은 중증환자들의 수술을 전담하던 소위 대형병원에서는 환자 수 격감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고, 이들 병원에서의 교수들은 격무에 지쳐 휴진과 사직을 하는 한편,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군의관과 공중보건의를 차출하여 이들 지역에 투입하고 있다. 이에 더해 정부는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다음 주부터 외국의사면허를 가진 사람들을 우리나라 의사 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록 제한적이지만 의료현장에 투입하는 강수를 두고 있다. 여기에 우리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대학입시를 앞두고 대학교육협의회는 다음 주 대학별로 이번 증원된 의대입학정원이 포함된 대입전형시행계획과 모집요강을 발표한다.

현장을 떠난 의료인들이 돌아오기 위해서도, 정부도 추진하는 정책을 철회하기 위해서는 명분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어떤 명분도 국민의 생명보다 중요할 수 없다. 냉정히 생각할 때 이제 2025학년도 의대증원 문제는 바꿀 수 없다. 따라서 정부가 2026학년도 이후에는 의료계와 증원 규모를 유연성 있게 논의할 수 있다고 수차례 밝히고 있는 만큼, 의료계는 한번 속는 셈치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명분만을 가지고 돌아와 주기를 간절히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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