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우의 줌인 아웃] 극장을 찾는 관객도 같은 생각일까?
[백정우의 줌인 아웃] 극장을 찾는 관객도 같은 생각일까?
  • 백정우
  • 승인 2024.05.2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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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4' 스틸컷
영화 '범죄도시4' 스틸컷

 

지난 주 매체 문화면에서 눈에 띈 건 ‘범죄도시4’의 트리플 1000만 달성과 함께 상영관 독식 관련 기사였다. 요지는 전체 상영관의 85%를 점유하는 현실이 과연 정상적이냐는 것이다. 일부 영화전문가가 의견을 보탰고, 혹자는 독점을 규제하는 법적 장치를 언급했다. 매체의 의견은 정당했고 적절했다. 틀린 소리는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도 너무 낯익은 풍경이어서 어리둥절하다.

특정 영화의 상영관 독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내세우는 담론은 ‘다양한 영화를 볼 관객의 권리’이다. 거대 제작비를 투입한 대작영화로 인해 작은 영화는 설 자리를 잃었고, 문화다양성이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이 또한 맞는 말이다. 그런데, 다양한 영화를 볼 권리를 정말로 관객이 외쳐왔을까?

상영관 독식 문제를 거론하는 건 언제나 매체의 몫이었다. 즉 기자가 기사를 작성하여 데스킹을 거쳐 공개된 이후에 네티즌의 의견이 모이면서 힘과 정당성을 획득한다. 서울의 경우 거의 매일 언론시사회가 열리고 일주일에도 몇 편의 새 영화가 극장에 걸린다. 기자의 메일함은 시사회 정보와 각 영화제작사와 마케팅업체가 보낸 보도자료로 넘친다. 블록버스터뿐 아니라 작은 영화와 독립영화까지, 이 땅에서 만들어지는 거의 모든 영화의 정보가 망라되어 있다. 기자는 많은 영화를 접할 수 있고 일부는 시사회에서 먼저 만난다. 선택과 판단의 폭이 넓어지는 건 당연지사. 즉 기자에게 ‘범죄도시4’는 자신이 접했거나 자료로 만난 숱한 영화 중에서 비중 높은 하나일 뿐이다.

반면 관객은 정보에서 소외되어 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정보는 사실은, 한발 늦은 정보들이다. 그 정보마저도 대형 영화에 집중되기 마련. 유튜브와 블로그와 포털사이트를 막론하고 영화 마케팅은 곧 영화제작비와 직결된다. 큰 영화가 많이 자주 오래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 말하자면 관객은(소위 시네필이라 불리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어떤 영화가 개봉하는지조차 관심 밖이다. 매체를 통해 접한 영화에 눈이 가고, 남들이 보는 영화를 보고, 이왕이면 많은 이들과 함께 볼 영화(이것은 영화의 본질이기도 하다)를 선택하는 게 인지상정이라는 얘기. 요컨대 기자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상영관 독점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사실 관객과는 무관하다.

디지털상영 초기인 20여 년 전, 필름 한 본 프린트 비용은 200만원이었다. 그 시절, 작은 영화는 100개 상영관에서 필름을 달라고 해도 보낼 프린트 비용이 없었다. 특정 영화의 상영관 독점 문제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20년 전에도 있었고, 10년 전에도 등장했다. 국회에서조차 쉽사리 법제화 시킬 수 없는, 시장의 자유경쟁과 충돌하는 사안이다. 간단해 보이는 것과 달리 다양하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라는 것이다.

가족과 함께 액션 블록버스터를 찾거나 혹은 선택의 여지없이 대형영화를 보는 행위가 기자에겐 상영관 독점과 관련한 기사거리일지 몰라도, 관객은 지금 잘 나가는 대세 영화에 동참하는 순수한 쾌락추구에 불과할 수도 있다. 매체에게 영화는 기사거리를 만들어주는 대상이지만, 여전히 서민에겐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오락과 유희의 도구라는 사실도 기억하면 좋겠다. 대개의 관객은 그렇다는 말이다.
 
백정우·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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