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 학습자 주도성을 높이는 학급
[교육논단] 학습자 주도성을 높이는 학급
  • 승인 2024.05.2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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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대구 영선초 교사, 교육학 박사
교육계에서 ‘학습자 주도성(Student Agency)이’라는 용어는 더 이상 생소한 말이 아니다. OECD는 ‘2030 미래교육과 역량’ 사업을 추진하면서 ‘학습 나침반’을 개발하면서 학생의 자기 주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학생들이 낯선, 이질적 상황에서 스스로 나침반을 찾는 것과 같이 유의미한 방향을 잡아 학습하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거다. 우리나라 역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부터는 더욱 적극적으로 자기주도 학습을 추진하는 가장 큰 주체로서 학습자의 주도성을 부각하고 있다. 학습자 주도성은 스스로의 방향성에 따라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역량이며, 가치 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역량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따라 학습자 주도성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더하고 있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도 관심이 있는 IB 프로그램 역시 학생이 주도성을 발휘하는 탐구 수업을 지향한다. 학습공동체는 학습자 주도성, 자기효능감을 학습의 본질로 여긴다. 학생은 학습에 영향을 주고 방향을 이끌 수 있어야 하며, 선택하기, 자신의 목소리 내기, 질문하기, 소통하기, 새로운 의미 구성하기, 학습공동체 참여 등 다양한 방면으로 자신의 주도성을 발휘해야 한다. 교사는 도착, 수행의 과정, 정리, 활동의 종료 등 합의된 일상의 가이드 라인 안에서 학생들이 선택하고, 모험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교사와 학생은 어떻게 배우고 있으며, 왜 배우는지, 학습에 대한 기대 수준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가운데 무책임한 자유와 방임을 피하도록 한다.

자기주도성을 지원하기 위한 교사의 전략으로 IB는 생각보다 직접적이기보다는 간접적인 부분도 많이 제시한다. 존중과 환영의 문화를 만드는 것은 가장 우선하여 이야기되는 부분이다. 학급은 모든 학생이 환영받고, 중요하게 여겨지며,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존중과 신뢰의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공동의 합의를 만들 수 있다.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된 공동의 일과를 만드는 것, 학습 자료에 선택을 내리고 도전할 수 있는 학습 공간을 만들고 배치하는 것도 주도성을 높이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수업 시간에서도 학습에 대한 선택권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학생들이 공부하는 지식, 이해, 기능, 태도가 어떤 것인지 분명히 공유하는 것도 주도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제안된다. 이러한 부분은 일선의 교육 현장에서도 충분히 시사할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학생들의 탐구 주도성이 커지게 되면서 나는 교사로서의 내가 수업의 중심이 아닌, 촉진자의 자리로 밀려나는 것을 분명하게 느낀 순간들이 많았다. 그러나 아이들의 수업은 훨씬 몰입도가 있었으며, 배움은 더욱 뚜렷하게 깊어졌다. 학생들이 탐구자로서 수업의 중심을 잡게 되니, 교사의 역할을 줄이는 것에 대한 고민은 따로 할 필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쪼그라든다. 사실 학생 주도성의 발현, 조력자로서의 교사 역할 이동은 최근 지속해서 이야기되고 있던 부분이었지만, IB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나는 이러한 현상을 교육의 과정에서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나름대로 오랜 기간 IB 학교에 있으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의구심, 궁금점, 고민도 있지만, 학습자 주도성에 대해서는 의심 없는 찬성이다. 주도성을 가진 아이들은 분명히 더 크게 성장하였고, 성장은 나에게도 일어났던 것 같다.

실제로 수업 속에서 나 역시 학습자 주도성을 어디까지 수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고민이다. 학급 담임을 맡았던 어느 해, 여름철 생물을 조사하는 아이들이 조사하는 시간에 운동장에 나가서 관찰하고 와도 되냐, 도서관에서 책을 찾고 와도 되냐고 한 적도 있었다. 그냥 수업 때도 고민이 되었을 텐데 심지어 그때는 공개수업 중이었다. 나는 고민을 하다가 허락했었다. 그 아이들은 주어진 시간 동안 운동장에 나가서 개미를 한참이나 관찰하고 돌아왔고, 몇몇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나름대로 메모하여 돌아왔다. 그 결과물들을 살펴보면서 조금은 아이들의 주도성을 의심했던 나 스스로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었다.

사실 나는 처음부터 교사가 따라가지 않더라도, 시시콜콜하게 관여하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을 실행할 것이라는 믿음이 없었던 것 같다. 학생들 역시 당연하게도 교사로부터 주어진 상황, 자료, 환경 등에서 무언가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다른 멋진 대안에 대하여 고민하거나 의견을 제시하지도 않았었다. 그랬던 나의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학생 스스로의 주도성이 자라면서부터였다. 교수 학습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 아이들이 주도하는 학습이 내게 주는 끊임없는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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