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갑질 방지법’ 시행 2년… 고된 근무여건·부당대우 여전
‘경비원 갑질 방지법’ 시행 2년… 고된 근무여건·부당대우 여전
  • 김유빈
  • 승인 2024.05.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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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옮기기·집 내부 수리는 일상”
“천대 당해도 아무 말 못해” 호소
열악한 여건·처우 개선 하세월
초단기 간접고용 형태 원인 지적
실효적 제도 개선 촉구 목소리
27일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분리수거 업무를 하고 있다. 김유빈기자
27일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분리수거 업무를 하고 있다. 김유빈기자

 

“지금 해고당하면 갈 곳이 없어요. 부당해도 그냥 참고 말죠”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인 A씨(68)는 출근하면 입주민의 무거운 짐을 옮겨주거나 집 안을 수리하는 등 잔심부름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A씨는 “경비 업무가 아니라도 주민이 시키면 할 수밖에 없다. 민원이 자주 발생하거나 주민들이 동의해 주지 않으면 재계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푸념했다.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B씨(71)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하루는 한 주민이 B씨에게 늦은 밤 주차할 자리가 없다며 고함을 질렀다. 당황한 B씨는 해고당하면 일할 곳이 없다는 생각에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이며 입주민의 화를 달랬다.

B씨는 “일도 고되지만 일부 주민들의 모욕과 천대가 가장 견디기 힘들다”며 “막말이나 부당한 일을 당해도 아무 말도 못 하는 게 현실”이라고 씁쓸해했다.

2020년 4월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입주민에게 폭행당하는 등 괴롭힘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서 입주자와 관리주체가 경비원에게 업무 외에 부당한 지시 등을 금지하는 공동주택관리법(경비원 갑질 방지법)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넘었지만 근본적인 근무 여건은 개선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대한주택관리사협회가 전국 주택관리사 4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복수응답)에 따르면 부당대우를 경험했다는 응답이 88%(363명)에 달했다. 절반이 넘는 256명(62%)이 입주민의 폭언, 폭력을 겪었고 부당해고도 70명(17%)이나 됐다.

노동권익센터에 접수된 아파트 경비노동자 권리 구제 상담은 2021년 428건에서 2022년 1천4건으로 오히려 법 시행 전보다 134.5%나 늘어났다.

열악한 근무 환경이 지속되는 원인으로는 대부분의 경비원이 3개월 등 초단기로 간접 고용되는 불안한 고용 구조가 꼽힌다.

고령에 다른 일자리가 마땅치 않고 관련 법에 대한 이해도도 낮아 고된 근로 여건과 부당한 처우에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아파트 경비원은 위탁관리회사, 경비용역회사 등이 간접 고용해 아파트에 배치하기 때문에 근무 중 입주민의 부당 대우에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고 관리소장과 경비원의 소속이 달라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지도 않는다.

게다가 300세대 이하 소규모 아파트는 법 적용을 받지 않아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고 경비원이 수리, 주차, 택배 옮기기까지 각종 잡일을 도맡는 등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이정아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사무처장은 “경비원은 감시단속직으로 분류돼 임금 삭감, 휴일 미보장 등 여전히 열악한 근로 환경에 놓여있다”며 “고용 방식과 경비 노동자 관련 제도를 바로 잡아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빈기자 kyb@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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